효소 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이 연이어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효소 분해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은 박테리아의 분해 효소로 플라스틱을 분해·재활용하는 기술입니다.
줄여서 ‘효소 재활용 기술’로 불립니다. 바이오 재활용 기술의 일종입니다. 해당 기술은 2016년 처음 가능성이 밝혀진 이후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효소 재활용 기술은 화학적 재활용처럼 처음 원료와 동일한 속성을 유지한 채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단 뜻입니다. 동시에 필요한 에너지는 화학적 재활용보다 더 적습니다.
2020년 전후를 기점으로는 본격적인 상업화 기술로 연구개발(R&D)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이 가운데 주요 선두 기업인 삼사라에코와 카비오스가 각각 투자 조달과 신규 공장 설립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 설립 호주 삼사라에코 투자액 1억 달러 돌파 💰
먼저 호주 플라스틱 재활용 스타트업 삼사라에코가 1억 호주달러(약 93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사측은 시리즈 A+(플러스) 투자를 통해 이같은 자금 확보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26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5일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삼사라에코의 총투자액은 1억 730만 달러(약 1,480억원)에 달합니다. 2020년 설립 후 약 4년 만입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함께 벤처캐피털(VC) 데이터콜렉티브(DCVC), 히타치벤처 등이 투자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5,400만 호주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이은 추가 투자입니다.
앞선 투자를 기반으로 사측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재활용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호주 최초입니다. 해당 시설은 대기업들과의 협업과 실험에 사용됩니다.
삼사라에코, 투자 확보에 동남아 확장 진출 밝혀 🌏
삼사라에코는 신규 조달한 투자액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에 상업화 시설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향후 몇 년 내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일론 효소 재활용 공장과 폴리에스터(PE) 효소 재활용 공장을 각각 1곳씩 건설할 예정입니다.
삼사라에코는 시설 인근의 의류 공장에서 수백만 톤의 플라스틱을 조달해 재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를 위해 화학자와 공학자, 기술자 등으로 구성된 팀도 마련 중입니다. 2025년 말까지 북미와 싱가포르의 인력을 90명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회사 인력은 호주·북미 60명 규모입니다.
폴 라일리 삼사라에코 최고경영자(CEO)는 빠른 확장에 대해 “우리 파트너들이 삼사라에코를 시장에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장 출시를 위해 더 빠르게 자본 기반을 구축함으로써 사업에서 흥미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고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상반기 효소 분해 재활용 제품 연달아 공개 🧥
한편, 삼사라에코의 이번 추가 투자는 효소 재활용 의류를 선보인데 이은 것입니다.
지난 2월 삼사라에코는 캐나다 기능성 스포츠 의류업체 룰루레몬과 나일론을 효소 분해 재활용해 만든 상의를 선보였습니다.
나일론을 효소 분해로 재활용해 의류를 제작한 것은 삼사라에코가 처음입니다. 합성섬유의 일종인 나일론은 내구성이 뛰어난 반면, 재활용이 매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룰루레몬이 삼사라에코의 손을 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21년 기준 나일론은 룰루레몬이 사용한 소재 중 37%를 차지합니다. 이에 룰루레몬은 지난해 삼사라에코에 소수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효소 재활용 기술 개발에 협력해 왔습니다.
지난 4월에는 룰루레몬과 함께 폴리에스터를 효소 재활용해 만든 재킷도 추가로 공개됐습니다.
당시 라일리 CEO는 “룰루레몬과의 협업 결과물은 섬유폐기물의 미래를 위한 세계 최초의 돌파구를 나타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삼사라에코는 패션 외의 분야로도 플라스틱 효소 재활용 기술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자동차, 전자제품, 포장재 등의 모든 형태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카비오스, 중국 석유화학 기업과 신규 공장 계획 발표 🏭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효소 재활용 기업이 중국에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 설립된 프랑스 생명공학 기업 카비오스입니다.
이날 카비오스는 중국 석유화학 기업 진크그룹과 중국 내 바이오 재활용 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의향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크그룹은 연간 300만 톤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진크그룹은 카비오스와의 협력을 통해 재활용 PET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신규 공장은 연간 5만 톤의 PET를 효소 재활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됐습니다. 페트병 기준 20억 개에 달하는 양입니다.
카비오스는 이번 의향서가 PET 재활용 분야의 선도적 기술 제공업체가 되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밝혔습니다.
라덴트 CEO “플라스틱 생산국 中, 순환경제서 중요” 🇨🇳
에마뉘엘 라덴트 카비오스 CEO는 신규 공장이 중국에 설립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순환경제를 가속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큰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이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생산국이란 점과 관련됩니다. 더욱이 중국의 플라스틱 생산역량은 지난 10년간 급격히 확장된 상황입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통신 역시 과잉공급과 수요침체로 인해 플라스틱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저가 제품에서 특수소재로 생산자를 전환하라는 국가적 격려가 없다면 이러한 추세는 바뀔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매체의 진단입니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중국의 플라스틱 기업이 고부가가치의 플라스틱 생산으로 전환해야 할 동력이 생기고 있단 뜻이기도 합니다.
라덴트 CEO는 “이러한 맥락에서 카비오스의 기술은 완벽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 카비오스 기공식…프랑스 대통령도 축하 🥂
한편, 프랑스에서 카비오스의 첫 상용 규모 공장도 건설 중입니다.
프랑스 북동부 뫼르트에모젤주 롱라빌에서 2022년부터 추진됐습니다. 지난 4월에는 공장 기공식이 열렸습니다. 행사에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축하문을 게시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부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협상하고 있는 시점에 카비오스의 바이오 재활용 공장 기공식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침 당시 캐나다 오타와에서 플라스틱 국제협약 체결을 위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개최되고 있었습니다.
해당 공장은 약 5만 톤의 사용후 PET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사측은 2026년 생산 및 배송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