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공화당)이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각) 첫 TV토론에서 맞붙었습니다. 두 사람이 TV토론에서 만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약 4년만입니다.
두 후보는 이날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토론을 가졌습니다. 두 후보는 정책 공방보다는 인신공격성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약 90분간의 토론 시간 상당수를 잡아먹었습니다.
경제, 이민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등 여러 주제를 놓고 논쟁이 오갔습니다. 기후대응 역시 짧게나마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 파리협정|탈퇴 vs 유지
🔴 트럼프: 파리협정은 “재앙”…탈퇴 재확인
🔵 바이든: 파리협정 탈퇴 시 기후재앙으로 타격 불가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파리협정을 가리켜 “재앙”이라고 묘사했습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억제하고,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인 2019년 파리협정이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이 조처를 뒤집는 행정명령에 서명해 파리협정에 복귀했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 결정에 대해 “우리에게 1조 달러(약 1,380조원)를 부담시킬 수 있다”며 “중국·인도·러시아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는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그것(파리협정을) 끝냈다”고 말했습니다.
단, 토론 직후 CNN은 팩트체크를 통해 1조 달러 부담이 허위 발언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환경을 위해서 하나도 하지 않았다”며 “그는 우리가 한 일을 되돌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파리협정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더 크게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일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할 시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의하면,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안에 정통한 한 변호사 역시 폴리티코에 해당 사안을 확인해 줬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시 신속하게 서명할 수 있는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파리협정 탈퇴에는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당사국은 탈퇴 시 유엔사무총장에게 통지해야 합니다. 공식 탈퇴에는 최소 1년이 소요됩니다.
💰 인플레이션감축법 |폐지 또는 축소 vs 유지
🔴 트럼프: IRA는 녹색 사기
🔵 바이든: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기후변화 법안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대응 계획으로 2022년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언급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기후정책인 IRA는 향후 10년간 3,690억 달러(약 508조원)를 청정에너지와 기후테크 산업에 쏟아붓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IRA를 거론하며 “저는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기후변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자평했습니다. 또 최근 2만여명으로 구성된 ‘미국 기후봉사단(ACC)’ 창설도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와 관련해 “새로운 녹색 사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차전지(배터리) 등을 비롯한 국내 산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시 IRA 폐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에 성공해도 IRA 자체를 폐지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IRA 폐지를 위해선 국회 통과와 공청회 등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IRA에 따른 보조금 상당수가 공화당이 집권한 주(州)에 돌아갔단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단, IRA 자체 폐지 대신 일부 조항 한도를 없애거나 바꾸는 형태로 무효화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폐지 조항으로 전기자동차 보조금이 거론됩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국회미래연구원은 법안 폐기 가능성과 관련해 공화당 의원들의 지역구 이해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에너지|산업계 지각변동 불가피
🔴 트럼프: 모든 형태 에너지 적극 활용…풍력 빼고
🔵 바이든: 화석연료 규제 강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모든 형태의 에너지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 풍력은 제외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에서 “해상풍력 터빈 때문에 고래가 죽어 나간다”는 주장을 펼쳐왔습니다. 육상풍력 역시 조류 충돌 문제를 꼬집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4월 플로리다주에서 진행된 한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서 풍력발전을 증오한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할 시 풍력 산업을 겨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신규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중단하거나, 이미 가동 중인 풍력발전 역시 제한을 걸 수도 있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규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에 의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설 친화석연료 정책 27개를 뒤집은 상태입니다. 또 화석연료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환경규제 24건도 승인했습니다.
두 후보 중 누가 백악관에 입성해도 미국 나아가 세계 에너지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美 첫 대선 토론 결과 “트럼프 승리·바이든 참패”…후보 교체론 부상🤔
1차 TV토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평가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거짓말을 늘어놨음에도 공격적인 태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 대선 불복이나 임신중절권 등 그가 불리한 문제가 나오면 아예 회피한 전략을 택했습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은 ‘고령 리스크’를 키웠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후보 교체설까지 부상했습니다. 올해로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시작 내내 여러 번 기침하는 모습을 보였을뿐더러, 쉰 목소리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다만, 실제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프라이머리)에서 충분한 대의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오는 8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릴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하지 않는 후보 교체의 가능성은 없습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민주당 최고 지도부는 바이든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한편 토론 직후 CNN 자체 토론 분석 결과에 의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중 30여건이 넘는 허위 주장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최소 9건의 허위 또는 왜곡주장을 내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