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가 오히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가속시켰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와 워싱턴대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 결과를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지구&환경’에 발표했습니다. 연구는 지난 5월 30일(이하 현지시각) 발표됐습니다.
IMO는 2020년 1월 1일부터 세계 모든 선박에 대해 연료유 황(S)함유량 기준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연료유 내 황함유량 규격을 3.5%에서 0.5%로 강화한 것.
이산화황(SO2)은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입니다. 황이 포함된 연료가 연소 시 산소와 결합하며 만들어집니다. 고강도 규제 덕에 선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IMO는 내다봤습니다.
허나, 대기 중 이산화황의 농도가 낮아지면 에어로졸 생성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에어로졸은 구름과 같이 대기 내 태양빛을 반사합니다. 즉,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하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해 기온을 낮출 수 있단 것. 기후과학계에서 최근 논쟁이 붙은 주제 중 하나입니다.
지난 25일 연구 결과를 확인한 결과, 연구진은 “IMO의 2020년 연료 규제 덕에 국제 운송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배출이 약 80% 급감했다”며 “전 세계에 의도치 않은 ‘지구공학’ 종료 충격을 일으켰다”고 밝혔습니다.
IMO 선박 이산화황 규제, 예기치 못한 ‘지구공학’ 종료 효과 불러와 🚢
연구 주저자 겸 메릴랜드대 소속 연구원인 티안레 유안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선박의) 국제 운송은 바다와 육지 전체에 에어로졸을 생성한다”며 “이는 더 많은 태양빛을 우주로 반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IMO의 규제가 예기치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산화황 등으로 에어로졸 생성 감소가 지구 해양 전체의 구름 양을 줄임으로써 일시적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가속화됐단 것이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실제로 원격 감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IMO 규제 시행 이후 남대서양 해운 항로 내 구름이 옅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이를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 수집한 에어로졸 데이터와 기상모델을 결합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에어로졸 감소로 인해 태양복사 에너지가 평방미터당 0.1W(와트)에서 최대 0.3W가량 상승하여 해수 온도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존 추정치의 2배입니다. 이 영향으로 지구 평균기온이 IMO 규제 이후 7년간 최대 0.16℃ 상승할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습니다.
“IMO 선박 연료유 규제 둘러싼 논란”…반론 역시 나와 🌊
해운 선박 내 이산화황 배출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 11월 제임스 핸슨 미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등 12개 기관 연구진은 역시 비슷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옥스퍼드 오픈 기후변화’에 발표했습니다.
IMO의 규제 이후 이산화황 배출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지구가 더 많은 태양복사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단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지역별 해양온난화 그래프와 에어로졸 배출이 감소한 주요 항로가 상당부분 일치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대기 중 에어로졸 물질 구성 변화 연구가 우선순위로 올라가야 한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후싱크탱크 버클리어스의 수석연구원 겸 기후학자인 지크 하우스파더는 해당 연구에 대해 장문의 반박문을 게시했습니다.
그는 “해당 연구가 해양온난화와 지구온난화를 혼동하고 있다”며 “단순화된 기후모델로 극단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도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해양에 대한 태양복사 에너지의 추정치만으로는 지구 평균기온이 0.16℃ 상승할 것이란 결과를 말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영국 엑서터대학의 짐 헤이우드 대기과학 교수는 CNBC에 “현재 기후학계에서 운용하는 구름모델은 이번 연구 결과와 다른 값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헤이우드 교수는 “현 단계에서는 IMO의 규제가 지구 기온상승에 미쳤을 영향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영국 레딩대학 대기과학센터 부교수인 로라 윌콕스 또한 이번 연구 결과가 과대평가됐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윌콕스 부교수는 “(IMO 규제를) 우발적인 지구공학으로 묘사했다”며 “향후 배출량을 억제하는 정책에 대한 잘못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