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 이주 양상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소득수준이 높고 기후·환경 조건이 양호한 우리나라가 주요 이주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 16일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기후·환경 변화가 이주 및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구’ 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이주 문제를 가속하는 상황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이주민 수용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환경이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 않으나 향후 중요한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기초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아프리카·동남아 등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이주 발생…“규모 더 커질 전망” 📈

환경이주란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거나, 스스로 이주를 선택한 개인 및 단체의 이동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지진, 해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는 즉각적으로 인구를 이동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화 등 기후변화도 환경이주를 촉진한단 점입니다.

보고서는 이미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기후변화에 따라 국외 및 자국 내 이주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 국제단체 내부난민모니터링센터에 의하면 2022년 한해 자연재해로 전 세계에서 3260만 명이 국내 또는 국외로 이주했다 ©IDMC

가령 필리핀은 기온 상승폭 및 강수량 증가가 가장 크며,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국외 이주도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태국의 경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자연재해 빈도 수가 낮은 편이나,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발생한 홍수로 250만 명의 국내 이주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제이주기구(IMO)는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분쟁·재해로 인한 이주를 감시하는 국제단체 내부난민모니터링센터(IDMC)가 발표한 ‘2023 자국 내 이주에 대한 국제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로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이주민은 3,260만 명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난민의 53%를 차지한 것입니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인해 향후 30년 간 2억 명이 넘는 이주민이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습니다. 2021년 9월 세계은행(WB)은 ‘그라운즈웰 2.0(Groundswell 2.0)’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2억 1,600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 환경변화가 이주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나타낸 그래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갈무리

KIEP “우리나라도 환경이주 목적지에 포함돼” 🗺️

연구원은 문헌조사·실증분석·자료 및 방법론을 통해 기후변화가 이주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특히, 실증분석에서 잠재적 이주자의 ‘예산제약’ 문제를 고려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연구원은 환경이주 양상이 국가별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면 환경변화라는 ‘배출요인’*이 발생해도 실제 이주로 구현되지 못한단 것.

연구원이 소득수준별 환경이주 양상을 분석한 결과, 실제로 저소득국에서는 이주 비용이 이주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4개국(모로코·세네갈·나이지리아·소말리아) 이주 양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소득수준이 비교적 높은 모로코와 나이지리아는 각각 유럽과 미국 같은 고소득국으로 이주하며 환경변화에 대응했습니다.

반면, 최저개발국인 소말리아는 환경변화 발생 시 자국 혹은 아프리카 저소득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배출요인: 현재 사는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싶게 만드는 여러 부정적인 요인.

 

▲ 2022년 파키스탄은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다 ©Ali Hyder Junejo Flickr

이에 대해 연구원은 “중저소득국에서 환경이주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소득수준이 높고 기후·환경 조건이 양호한 우리나라도 환경이주 목적지에 포함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원은 중저소득·고소득 국가에서는 환경변화가 실질적인 이민으로 이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들 국가의 국민은 자국에서 높은 수익을 얻고 있어 환경변화가 발생해도 타국으로 이주할 유인이 떨어지는 특성도 발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이주 유입국 내 변화 야기…“기후적응 투자 ↑” 💰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이주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그간 제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일반적인 노동이민은 유입국의 임금과 고용률 그리고 상품가격 등 다각도의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이주 또한 유입국 내의 변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연구원은 진단했습니다.

연구원은 “소수의 문헌이 기후변화에 반응하여 노동력이 농업 부문에서 비농업으로 옮겨가는 현상을 포착하였다”며 “해외 이주를 매개로 한 노동인력 재편은 주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농업 등 특정 산업의 이주민을 양산하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 대한 영향력이 더 크게 관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기후적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투자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 2022년 10월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는 홍수로 13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사진은 수재민들이 모인 임시 정착촌의 모습 ©IOM

KIEP, 기후변화·환경이주 가속…“한국도 이주민 수용 대비해야” 🚨

한편,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환경이주 목적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도출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향후 이주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제도적·사회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민이 급격하게 유입될 경우 사회경제적 혼란과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민자가 집중된 산업과 고용 형태에서 내국인의 임금 하락 및 실업률 증가가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을뿐더러, 이민자들 또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없어 사회갈등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단 것이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어떤 국가에서 어떤 사회경제적 특성을 가진 이주민이 유입될지 예측해야 한다”며 “행정·제도·사회경제적 대비가 이뤄진 환경에서 이주민을 수용해야 사회 전반에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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