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커피보다 섭취량이 많은 음료가 차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202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차는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입니다.
같은해 FAO는 세계 차 생산량을 670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럼에도 차 폐기물에 대한 관심은 낮은 수준입니다.
예컨데 녹차만 하더라도 차를 우려낸 후 나온 부산물은 대부분 폐기되는 상황입니다. 녹차 부산물을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로 퇴비나 사료 등을 만드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이는 커피박(커피찌꺼기) 업사이클링이 활성화된 것과 대조됩니다.
이에 차 폐기물 업사이클링에 나선 곳이 있습니다.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 설립된 대체가죽 기업 웨이스티(Wastea)입니다.
2015년 설립된 웨이스티.
튀르키예 섬유 기업 스케이스그룹에서 출시한 브랜드입니다.
웨이스티란 이름처럼 차 생산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 즉 폐기물의 새로운 쓰임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사측은 찻잎과 줄기, 새싹 등 차 부산물을 원료로 대체가죽을 만드는 처리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최대 95%까지 바이오소재를 기반으로 합니다.
회사 설립자 겸 스케이스그룹 이사인 에르뎀 도간은 튀르키예의 차 생산 기업과의 만남을 통해 부산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도간 설립자가 만난 기업은 바로 튀르키예 최대 차 브랜드 차이쿠르입니다. 차이쿠르는 튀르키예 국영기업으로, 세계 각지에 차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만남에서 튀르키예가 세계 5위의 차 생산국이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FA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튀르키예는 세계 5위 차 생산국입니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로부터 세계 1위 차 소비국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만큼 많은 양의 차 부산물이 나와 폐기되고 있었습니다. 찻잎 가공에서 상품성이 낮은 잎과 줄기가 버려집니다. 또 티백과 분말 등 2차 가공에서도 추가적인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그 결과, 생산량의 10%가량이 판매할 수 없는 부산물로 배출된다는 것이 도간 설립자의 설명입니다.
이후 수년간의 연구 끝에 도간 설립자는 차 부산물을 사용한 대체가죽을 개발합니다. 대체가죽은 회사 사명과 똑같은 ‘웨이스티’입니다.
그가 개발한 대체가죽은 총 3겹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차 부산물을 곱게 갈아 액화시킨 후 가죽으로 만듭니다. 모든 차 부산물은 차이쿠르로부터 공급받습니다.
여기에 아래층에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직물 소재를 붙입니다. 상단에는 코팅 역할의 바이오폴리우레탄이 결합됩니다.
각각의 층에는 용도에 따라 적합한 소재가 사용됩니다. 두께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신발·가방 등의 가죽 소재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자동차 내부장식,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용도와 소재에 따라 바이오소재 함량은 45%부터 최대 95%까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사측은 설명했습니다.
95% 바이오소재 기반 웨이스티의 경우, 탄소발자국은 제곱미터(㎡)당 2.1㎏에 불과합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소가죽의 탄소발자국을 제곱미터(㎡)당 110㎏으로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차 부산물이 대체가죽 원료로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이에 웨이스티는 이렇게 남은 부산물까지 활용할 방법도 개발했습니다. 바로 찻잎을 더한 건축자재 ‘웨이스멘트(Wasment)’입니다.
차 부산물을 곱게 분쇄해 시멘트 등과 결합했습니다. 그 결과, 내구성과 단열성이 우수하다고 웨이스티 측은 설명했습니다.
해당 기술은 대체가죽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데도 활용됩니다. 자사의 기술로 대체가죽을 분리한 후, 찻잎 가죽과 코팅층을 분쇄해 웨이스멘트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단 것. 하단 직물 층은 새로운 대체가죽 지지대로 재사용됩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차 부산물을 업사이클링을 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웨이스티는 찻잎의 특성상 재활용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커피박과 마찬가지로, 차 부산물 역시 카페인 비율이 높아 가축이나 작물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찻잎은 일반쓰레기로 분류됩니다.4
한편, 현재 웨이스티의 홈페이지는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커피박 대체가죽으로 사업을 확장을 위해 재단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름은 ‘코히마타(KohiMata)’입니다. 찻잎 대체가죽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됐습니다.
독특한 점은 커피 부산물 중에서도 ‘은피(실버스킨)’에 주목했단 것. 은피는 커피 원두를 감싼 얇은 막입니다. 커피 맛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로스팅 전에 제거됩니다.
이를 위해 커피 공급업체로부터 수백만 톤의 은피를 수거하기로 합의했다고 사측은 전했습니다.
오는 9월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후, 연말에는 첫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고 웨이스티는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