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과 식량안보의 일환으로 세계 블루테크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블루테크를 지원하기 위해선 학계와 산업계 간 협력체계를 공고하게 만들고, 연구개발(R&D) 지원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제언도 나왔습니다. 블루테크는 바다와 관련된 모든 기술을 말합니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온드림소사이어티에서 열린 ‘월간 클라이밋’ 행사에서 이같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월간 클라이밋은 시의성 있는 기후주제와 관련된 산업 동향과 유망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임팩트 벤처캐피털(VC) 소풍벤처스와 카카오임팩트재단이 공동 주관합니다.
이번 세미나는 ‘기후위기의 게임체인저, 바다에서 찾은 기후테크의 미래’란 주제로 열렸습니다.
“한 번 고장나면 끝장”…기후대응 위해 블루테크 산업 적극 육성 필요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의하면, 바다는 전지구에서 인위적으로 증가한 열의 90% 이상을 흡수했습니다. 또 현재까지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30%를 흡수했습니다.
즉, 바다는 지구 기후시스템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단 것. 식량안보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바다는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해양온난화와 해양산성화 등 바다 생태계 전반이 망가지고 있단 것입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바다는) 한 번 고장나면 끝장”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으로 인해 바다가 더는 회복 불가능한 지점, 즉 티핑포인트(임계점)에 이를 수 있단 것이 그의 우려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블루테크가 적극적으로 개발돼야 한다고 신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신 소장은 “(블루테크 스타트업은) 소재와 목적 그리고 특징 모두 다양하다”면서도 “결국 지향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풍요로운 바다 ▲깨끗한 바다 ▲지구환경 변화 조절 기능이 살아있는 바다란 지향점에 맞춰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단 것이 신 소장의 말입니다.
2023년 블루테크 시장 27억 달러 투자…전년 대비 42% 성장 📈
그렇다면 현재 블루테크 시장은 어떨까요?
해운·수산업 등 해양과 관련된 모든 산업군을 일컫는 ‘블루 이코노미(Blue Economy)’가 작년에 유치한 투자금만 31억 달러(약 4조 2,720억원)에 이릅니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는 해운·항만을 제외 시 “2023년 블루테크 투자 규모가 27억 달러(약 3조 7,2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년 대비 42% 성장한 것입니다.
해양 전문 투자사도 생겨난 상태입니다. 노르웨이 ‘카타풀트 오션’이나 미국 ‘프로펠러’ 등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1월 프로펠러는 스타트업 14곳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조 파트너는 “해양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투자를 유치한 블루테크 스타트업 대다수가 창업한지 불과 5년밖에 안 됐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물론 기후테크와 마찬가지로 블루테크 역시 유럽과 미국이 전체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 파트너는 “그럼에도 아시아 역시 작게나마 성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 성장세가 눈에 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아시아에서 블루테크가 강세를 보인 지역은 싱가포르였습니다. 싱가포르는 연간 4,000만여개가 넘는 컨테이너가 오가는 세계 대표 해운물류 허브입니다.
블루테크 트렌드는? “블루푸드·블루바이오·AI 로보틱스·해양 탄소포집” 🤔
블루테크 내에서도 눈에 띄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조 파트너는 ①블루푸드 ②블루바이오 ③인공지능(AI) 기반 해양 로보틱스 ④해양 탄소포집 등을 꼽았습니다. 4가지 특성에 맞춰 관련 블루테크 스타트업들이 여러 투자와 성과를 내고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블루푸드와 블루바이오는 해조류 등 해양생물을 기반으로 한 식량·의약품 제조 산업을 각각 일컫습니다.
조 파트너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대형 애그테크 콘퍼런스가 열렸다”며 “2박 3일 중 하루 동안 블루푸드만 이야기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흔한 해조류가 서양권에서는 최근 지속가능한 식품의 일환으로 각광받고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해조류를 기반으로 제약제품이나 화장품 나아가 플라스틱 대체제까지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조 파트너는 덧붙였습니다.
AI 기반 로보틱스 분야 역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자율수중로봇 같은 드론을 이용해 해양탐사나 지도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술에 따라서는 해양생태계 복원에도 사용됩니다.
해양 탄소포집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해양의 탄소흡수량과 탄소제거량을 인위적으로 늘리는 모든 기술을 말합니다.
직접해양포집(DOC) 기술을 연구 중인 미국 에브카본이 대표적입니다. 현재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한 곳과 함께 실증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조 파트너는 블테크 산업이 “매우 미래가 촉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과 스케일업이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韓 블루테크 산업 성장 위해선 민관협력 지원 필요” 🤝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민관 모두가 블루테크 산업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김설아 창업투자팀장은 “(블루테크) 기업을 분야가 아닌 기업 성장단계별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추후에는 블루테크 기업에 대한 지원이 좀 더 전문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해양수산 전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김 팀장은 “블루테크 기업 분류를 통해 전문 육성할 수 있도록 예산이 늘어야 한다”며 “정부와 민관 그리고 기업이 협업할 시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팀장은 또 “탄소저감 등은 창업 기업 하나만으로는 갈 수 없다”며 “대기업과 연계를 통해서 가야한다고 생각된다”고 밝혔습니다.
또 필요할 경우 규제가 빠르게 개선돼야 한단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마이크로알지에스크어스의 허재혁 대표는 그간 겪었던 사례 중 하나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미세조류 배양 전문 스타트업을 운영 중입니다. 강원도 내륙에서 미세조류 양식을 위한 배양장을 운영 중입니다. 그는 “한국에서는 미세조류가 미생물로 분류가 돼 있었다”며 “(분류 변경 후 양식까지) 3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기후테크 스타트업 넷스파의 송동학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우리 사회가 해양 전반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단 점을 역설했습니다. 부산에 소재한 이 기업은 폐어망으로 재생 나일론을 개발합니다.
송 CTO는 “(한국은) 삼면이 바다임에도 해양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해양환경을 둘러싸고 기초연구와 정책적 지원 나아가 시장 안착까지 어떻게 될 수 있을지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신생 해양 탄소포집 스타트업 블루카본의 황동수 대표도 비슷한 제언을 내놓았습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교수인 황 대표는 탄소집약적 산업 구조를 해결해야 한단 점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배출량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방이 소멸될 것이다”라며 “지방은 배출량은 감당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일침했습니다.
신형철 소장은 해양 분야에서도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융합이 빨라지고 있다”면서도 “빨리 효율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스마트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