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이 패션의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업사이클링 패션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당장 유럽연합(EU)에서는 미판매 직물 폐기가 금지됨에 따라 업사이클링 패션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지난달 ‘에코디자인 규정안(ESPR)’이 통과된데 따른 것입니다.
물론 업사이클링 패션은 규모화란 과제를 앞두고 있습니다.
대량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또 이를 비용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사업모델이 필요하단 것.
그렇다면 업사이클링 패션이 개별 디자이너 차원을 넘어 기업 간 협업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요?
지난 2022년 핀란드 패션 브랜드 베인은 맥도날드와 협업해 업사이클링 의류 13벌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브랜드 공동설립자 겸 디자이너인 지미 베인은 맥도날드에서도 직원복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그는 직원복에 달린 맥도날드의 상징적인 로고에 주목했습니다. 베인 디자이너는 해당 로고를 통해 친숙하면서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대중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맥도날드만의 친숙한 색상과 패턴, 장식 덕분입니다.
그 결과, 탄생한 업사이클링 의류 13벌에는 모두 맥도날드의 아치형 M자 로고나 특유의 색깔(빨간·노란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시 베인 디자이너는 맥도날드 직원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자부심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업사이클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직원복은 추첨을 통해 일부 직원에게 제공됐습니다.
다만, 실제 출근용으로 입는 것은 제한됐습니다.
베인과 맥도날드의 협업은 핀란드 현지 폐기물 처리업체의 노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2003년 설립된 핀란드의 지역 재활용 기업 LSJH입니다.
베인은 이전까지 업사이클링 의류를 만들기 위해선 폐의류를 수거하는 작업이 필수였다고 말합니다.
중고시장에서 일일히 직접 찾아야 했단 것.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양질의 폐의류를 수거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반면, LSJH는 의류·원단 기업들로부터 풍부한 의류폐기물을 직접 공급받습니다.
이중 품질이 양호한 의류는 재판매됐습니다. 나머지는 분쇄돼 새로운 소재로 다운사이클링됩니다. 이마저 어려울 경우에는 소각됩니다. 이렇게 처리된 의류폐기물이 2023년에 600톤에 달합니다.
이에 LSJH는 의류폐기물의 순환을 논의하기 위해 소수의 기업을 워크숍에 초대합니다. 해당 워크숍에서 베인과 맥도날드가 서로 만나 협업으로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쉬운 길은 아니었다”고 미이라 오야넨 LSJH 영업 담당자는 강조합니다.
원료 수급뿐만 아니라, 생산 자체도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의류폐기물은 곰팡이나 습기, 먼지로 인해 다루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동시에 오야넨 담당자는 “큰 도전이 큰 이익이 된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제대로 된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그는 밝혔습니다. 다양한 가격대, 구매 용이성 확보 등도 필요합니다.
“책임 있는 제품은 상업적인 규모를 확보해야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오야넨 담당자는 이를 위해서는 “업사이클링을 확장하는 방법에 대한 효과적인 레시피를 찾고 공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쉽게도 베인과 맥도날드 간의 협업은 일회성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베인과 LSJH의 협업은 이후로도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업사이클링 의류만을 대상으로 하는 ‘베인-업사이클드’ 제품군이 출시됐습니다.
소비 후 의류폐기물 100%로 제작된 청바지 제품들입니다. 다양한 원단들이 조각보처럼 엮여 새로운 바지로 재탄생했습니다.
베인 측은 1차 소재의 필요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류폐기물을 재가공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연구개발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LSJH는 지난 3월 핀란드패션어워드에서 혁신X협업 부문 최우수상도 받았습니다. 베인을 포함한 현지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의류의 지속가능성을 도왔다는 평가입니다.
오야넨 담당자는 “LSJH 같은 지역 폐기물 처리업체가 패션쇼에서 수상한 것은 패션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재 LSJH는 의류폐기물 등을 포함한 원자재 은행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