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이사회가 ‘기업의 지속가능한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을 최종 승인했다고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CSDDD는 기업 공급망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과 인권 문제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업이 공급망과 협력사에게 실사를 진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CSDDD는 한국에서는 ‘공급망실사법’으로 더 불립니다.
피에르 이브 데르마뉴 벨기에 겸 재정고용부 장관은 “대기업들은 녹색경제와 사회정의를 향한 전환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CSDDD는 이 의무를 위반한 이들을 제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CSDDD는 이제 EU 관보 게재 후 20일 내로 발효될 예정입니다. 각 회원국은 지침 발효 후 2년 내 지침 이행을 위해 국내법 전환을 완료해야 합니다. 각국 법은 기업 규모에 따라 발효 후 3~5년 이후부터 적용됩니다.
이르면 2027년부터 CSDDD가 순차적으로 적용된단 것이 EU 이사회의 말입니다.
EU 순매출 4.5억 유로 이상 역외 기업, CSDDD 적용 ⚖️
CSDDD 적용 대상 기업은 공급망 내 환경과 인권 문제 등을 예방해야 합니다. 실사 내용은 모두 기업 홈페이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등이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고충처리시스템도 구축돼야 합니다.
EU 역내와 역외 기업 모두 법에 적용받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EU 역내 기업의 경우 종업원 수와 연간 순매출액에 의해 법안 적용 시점이 다릅니다.
- 발효 3년 후|직원 수 5,000명·순매출액 15억 유로(약 2조 1,760억원) 이상
- 발효 4년 후|직원 수 3,000명·순매출액 9억 유로(약 1조 3,000억원) 이상
- 발표 5년 후|직원 수 1,000명·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약 6,530억원) 이상
그러나 역외 기업은 직원 수 기준 없이 매출액 기준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 EU 내 순매출액이 4억 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한국 기업 역시 실사 의무 대상에 해당합니다.
삼성전자·LG엔솔 등 韓 대기업 상당수 CSDDD 적용, 대비 필요 ⚗️
법 위반 시에는 연매출액의 최소 5% 이상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는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이므로 일부 회원국에서는 과징금 상한이 더 높게 책정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아가 CSDDD 적용 대상 기업은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기후전환계획을 시행해야 한단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CSDDD는 EU의 주요 환경 규제 중에서도 한국 기업에게 미칠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거의 모든 대기업이 CSDDD를 적용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해 CSDDD에 적용받을 국내 기업 목록을 작성 중입니다.
실사 의무를 진 대기업 외에도 해당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국내 중소기업들 역시 CSDDD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단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보고서를 통해 “(CSDDD) 대응에 실패한 실사 대상 기업은 더는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EU 각국의 후속 입안 과정에서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CSDDD 대응 핵심은 시스템 구축”…기업 경영서 환경·인권 우선순위로 🤝
그렇다면 국내 기업들은 CSDDD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그리니엄에 “(CSDDD의 핵심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사 정책과 고충처리절차 나아가 이 모든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단 뜻입니다.
지 변호사는 시스템에 대해 “단순한 의견 수렴이나 고충처리절차를 마련하는 통로를 열어놓는 정도가 아니다”라며 “실제로 공시에도 훨씬 더 투명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예컨대 대기업 하청업체가 개발도상국에 위치한 경우 해당 노동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모든 정보가 공개돼야 한단 것.
또한, 지 변호사는 “(공급망 전반에 걸쳐) 인권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중요한 우선순위를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선순위를 어떤 식으로 관리할 것인지 공개하고 담당자를 정해놓는 등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엿습니다.
나아가 환경과 인권 문제가 기업 경영에서 우선순위로 떠올라야 한다고 지 변호사는 피력했습니다.
그는 “(CSDDD는) 실사를 해서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 경영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해 우선순위를 두고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 재무 사업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진 문제가 인권·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경우 이를 우선적으로 잡아 해결해야 한단 뜻입니다.
같은날 산자부는 통상규범 대응 간담회를 열고 “(한국) 산업계 내 우려와 요청을 EU와 관련국에 전달하는 등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