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습니다.
지난 28일(이하 현지시각) 엑손모빌 연례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대런 우즈와 기존 이사 12명 모두 재선임에 성공했습니다.
엑손모빌이 올해 1월 행동주의 펀드 아루주나캐피털과 네덜란드 기후단체 폴로우디스를 대상으로 미 텍사스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두 기관은 그간 엑손모빌 같은 정유업체들에게 더 엄격한 기후목표 설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투자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은 있으나, 기업이 주주를 고소한 일은 거의 없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NBIM과 캘퍼스 측은 엑손모빌의 이같은 법적 조치가 되레 투자자들의 권리를 약화시킬 수 있단 점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주총에서 이사회 재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주총 결과, 우즈 CEO·이사회 전원 재선임 성공…기후대응 역행 안건 가결 🗳️
허나, 우즈 CEO를 비롯한 엑손모빌 이사 후보 모두 평균 95%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2023년 지지율은 평균 96%였습니다.
주총 직후 엑손모빌은 성명을 통해 “주주들의 압도적인 지지는 엑손모빌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믿음과 신뢰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재선임에 성공한 우즈 CEO 또한 성명에서 “일부 활동가 집단들은 오늘 결과를 놓고 승리를 주장할 수 있으나 상식적으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단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행동주의 펀드를 겨냥한 승리 선언인 것입니다.
나아가 이번 주총에서 엑손모빌 주주들은 온실가스 분담금 반대안과 플라스틱 사업 확대안 등 기후대응을 역행하는 안건 대다수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엑손모빌의 사회적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단 안건에 대한 찬성률은 작년 17%보다 훨씬 감소한 7%에 그쳤습니다.

반대표 행사한 캘퍼스 CEO “투자자 목소리 침묵시키는 위험한 선례” 🤔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마시 프로스트 캘퍼스 CEO는 이같은 결과에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분쟁은 기후를 넘어 투자자 활동 전반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다른 정유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해 (소송을) 활용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나아가 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송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그는 강하게 목소리 높였습니다.
캘퍼스는 엑손모빌 전체 지분의 약 0.2%를 보유했습니다. 10억 달러(약 1조 3,6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주 행동주의를 지지해온 프랑스 비영리단체 리클레임파이낸스 역시 이번 주총 결과를 비난했습니다. 화석연료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기후정책 축소를 이어갈 수 있는 선례로 남는단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
엑손모빌 전체 지분의 약 1.35%를 보유한 NBIM은 아직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기업 컨설턴트인 프란시스 버드는 로이터통신에 “(캘퍼스·NBIM이 아닌) 엑손모빌의 주식을 다량 보유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주총에서) 이사 재선임에 반대할 만큼 엑손모빌의 소송이 충분히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美 타임지 “엑손모빌·주주 간 갈등, 마지막 아닐 것” 📈
엑손모빌이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 텍사스주 지방법원은 관할권 문제로 폴로우디스에 청구된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허나, 아르주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소송은 유지됐습니다. 소송 직후 아르주나캐피털은 온실가스 감축 제안을 철회했습니다.
현재 엑손모빌은 이들에게 소송 비용 등을 청구한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엑손모빌과 주주들의 갈등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성과 심각성 나아가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 기업과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계속 갈라설 수 있단 것이 매체의 분석입니다.
이어 타임은 “엑손모빌과 투자자들의 기후 갈등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회사 경영진을 둘러싼 갈등이 내년에도 반복될 수 있단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