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슬라가 올해 연례 보고서에서 전기자동차 장기 판매량 목표치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테슬라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연례 보고서에서는 장기 판매량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당초 목표는 2030년까지 연간 2,0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테슬라는 장기 판매량 목표치가 빠진 ‘임팩트 보고서 2023’를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했습니다.
보고서가 발표된 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3.54% 하락한 173.74달러(약 23만 5,700원)에 마감했습니다.
28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다시 반등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테슬라 주가는 30%가량 떨어진 상태입니다. 장기 판매량 목표치가 제시되지 않은 점이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분석됩니다.
“테슬라, 2024년 전기차 시장 둔화·경쟁 심화 속 고전” 📉
2023년 테슬라의 연간 차량 판매 대수는 180만 8,581대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목표했던 180만 대를 달성한 것입니다.
허나, 테슬라는 올해 들어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 수요 자체가 둔화했기 때문입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시장 영향력이 감소한 탓도 있습니다.
그 결과, 지난 1월 테슬라는 올해는 “현저히 더 낮은” 판매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순수전기차(BEV) 인도량(38만 6,810대)은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테슬라는 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감축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구조조정 인원만 1만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슈퍼차저’ 팀도 전원 해고된 상태입니다.
올해 보고서에서 테슬라는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테슬라 제품을 판매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것”이라고만 명시했습니다.
또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훨씬 더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기차 생산 기업’ → ‘전기차도 만든 IT 기업’…테슬라 전략 변경 나서 🗺️
테슬라가 전기차를 아예 내려놓은 것은 아닙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기존 모델보다 더 저렴한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테슬라가 로보택시로 중점을 옮기면서 전기차에 대한 야심은 누그러뜨렸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완전자율주행 차량입니다. 머스크 CEO가 오래전부터 구상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오는 8월 8일까지 로보택시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기업이 아닌 ‘전기차도 만드는 IT(정보기술) 기업’으로 나아가려는 포석이란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머스크 CEO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를 설립한 것도 이와 연관돼 있습니다. xAi는 최근 60억 달러(약 8조 1,780억원) 규모의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보고서 발표 이튿날(24일)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주력 전기차 모델Y 생산량을 지난 3월부터 줄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오는 6월까지 최소 20%를 감축한단 것이 테슬라의 계획입니다. 미국과 독일 기가팩토리에서도 적용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테슬라는 중국 협력사와 함께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수집한 주행 데이터로 로보택시 시스템을 강화한단 구상입니다.
완전자율주행 차량 ‘로보택시’ 슬럼프 빠진 테슬라 구원투수될까? 🤔
로보택시는 테슬라가 장기간 연구해 온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기존 전기차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단 점에서 유망 사업으로 꼽힙니다.
미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테슬라가 그간 전기차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로보택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자율주행 기술 정확도는 주행 데이터의 분량이 늘수록 정교해집니다. 그간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으로 자체 운영체제를 통해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해 왔습니다.
투자전문사 모건스탠리에 의하면, 기존에 판매된 테슬라 차량이 주행보조(FSD) 서비스로 운행한 누적 주행거리만 10억 마일(약 16억㎞)에 이릅니다.
축적된 데이터가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머신러닝(ML)과 신경망 훈련에 도움이 된단 것이 모건스탠리의 분석입니다.
“애플·GM·현대모비스 등 자율주행 사업 폐쇄 또는 투자 축소” 💸
단, 로보택시 실현 가능성을 두고 투자자들의 전망이 냉담한 것도 사실입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이 점을 인정했습니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던 애플은 돌연 사업 추진을 포기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또한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10억 달러(약 1조 3,600억원)가량 줄였습니다.
최근 현대모비스도 자율주행과 관련한 투자를 줄일 것을 예고했습니다.
사측은 지난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설명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를 개최하고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까지 기술적 한계가 클뿐더러, 비용 부담이 크단 것이 현대모비스 측의 설명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작투자한 자율주행 기술 기업 모셔널 역시 사업 중단과 함께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입니다.
다만,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28일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훨씬 앞서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