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디지털 배터리 여권(DBP)’ 제도가 오는 2027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은 모두 관련 제도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배터리 여권은 EU 내 유통되는 전기자동차와 산업용 배터리의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로 수집·저장해 공유하는 제도입니다. 2kWh(킬로와트시) 이상 산업용 배터리가 적용 대상입니다. 이에 따라 전기스쿠터 등도 적용 대상에 포함됩니다.
이에 중국·일본·캐나다 등 주요국 또한 정부와 업계를 중심으로 배터리 여권 도입에 나선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은 타국보다 대비가 늦어지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디지털 배터리 여권 시행에 따른 기회와 과제 고찰’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23일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진흥원은 “타국보다 대비가 늦어진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망 내 전 기업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저장·공유하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 기업 도입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꼬집었습니다.
2027년 QR코드 형태 EU 배터리 여권 본격 시행…정보 공개 범위는? 🤔
배터리 여권을 통해 환경 규제에 부합한 배터리만 역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단 것이 EU의 구상입니다. 제품 생산·유통·판매·사용·폐기 등에 이른 전체 생애주기 정보가 디지털로 담겨야 합니다.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도 포함돼야 합니다. 배터리 제품 탄소발자국이나 재활용 원료 비율 나아가 원산지 이력 등의 핵심데이터를 취합해 관리해 공개해야 합니다.
제조업체와 협력사는 관련 정보를 모두 포함한 QR코드를 배터리에 부착해야 합니다. 해당 QR코드에는 배터리 공급망 실사와 관련된 보고서도 포함됩니다.
특허 등 기술보호를 위해 배터리 여권 내 필수데이터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해 공개됩니다.
첫째는 ‘일반 공개’ 데이터입니다.
▲제조업체 ▲용량 ▲위험물질 ▲핵심광물 등 제품 구성 정보가 포함됩니다. 탄소발자국 같은 지속가능성 정보 대다수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둘째는 ‘투명성 계층’ 데이터입니다.
이는 동일한 공급망 내 이해관계인에게만 공개하는 정보입니다. 배터리 분해를 쉽게 만들기 위해 안전조치나 구성 관련 세부 데이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수리업체와 재제조업체에 관련 정보를 제공해 배터리 재사용과 재활용률을 높인단 것이 EU의 목표입니다.
마지막은 ‘개인정보보호’ 데이터입니다. 배터리 성능 등 특정 데이터입니다. 직접 사용자나 적정 권한을 보유한 사용자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진흥원은 “배터리 여권 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급망 내 각 단계의 활동과 영향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며 “공급망 내 배출량과 탄소발자국 저감을 지원할 수 있는 우수 기술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라벨 형태 배터리 여권은 2026년부터 당장 시행” 🔋
QR코드 형태의 배터리 여권은 2027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그사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소재 여부가 대표적입니다. 예컨대 폐배터리 재사용 또는 용도 변경 시 배터리 여권 내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책임소재가 모호합니다.
기밀 유지 문제나 공급망 내 이해관계인 간 신뢰 부족에 따른 데이터 공유 기피 문제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특정 유형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이 불명확하단 지적도 있습니다.
핵심광물 채굴부터 시작해야 하는 배터리 공급망 체계가 광범위한 탓에 실제 실사에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단 현실적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벨기에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 역시 이 지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일단 EU 집행위원회는 별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한단 계획입니다.
문제는 유해물질·핵심 원자재 등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라벨 부착은 당장 2026년부터 시행된단 것입니다. 배터리 생산 과정서 나온 탄소배출량과 성능 등급이 포함됩니다.
달리 말하면 배터리 여권 준비를 위한 시간이 더 줄었단 뜻입니다.
“배터리 여권, 개별 기업 단독 대응 불가…‘원스톱 지원체계’ 필요” ⚖️
이 가운데 주요국 상당수는 배터리 여권 제도 대비에 나섰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은 2018년 발효된 ‘신에너지차 배터리 재활용 관리 잠정방법’에 의거해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입니다.
2022년 4월 일본은 민간 배터리공급망협의회(BASC)의 제안으로 ‘일본식 배터리 공급망 디지털 플랫폼’을 추진 중입니다. EU 배터리 여권 제도와 호환하도록 구상한 것이 특징입니다.
아우디나 테슬라 같은 기업들 역시 업계 차원에서 배터리 여권 시행을 위해 협력 중입니다.
한국 역시 2022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민관협력체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배터리 여권 제도 법제화를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2027년까지 ‘배터리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단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배터리 이용 주체·성능평가자 등 각 이용 단계별 정보입력 의무를 법제화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 배터리 공급망 내 중소기업 같은 협력사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단 것이 진흥원의 평가입니다.
기관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을 포함한 개별 기업이 단독으로 공급망에서 생성되는 막대한 데이터를 수집·처리·저장하기 쉽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배터리는 물론 각종 원자재와 부품 그리고 기타 구성요소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확보에 있어 중국 같은 해외 사업자·정부 모두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단 것. 데이터 공유 체계와 관련해 각국 간 상호 운영성을 확보해야 한단 어려움도 있습니다.
개별 기업이 결코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단 것입니다. 이에 진흥원은 “정부의 정책적·기술적 지원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각종 여권 정보가 상호 인정될 수 있는 프레임워크 마련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나아가 배터리 여권과 관련해 국내 기업에 대한 교육과 홍보 방안도 수립돼야 한다고 진흥원은 강조했습니다.
기업 참여 촉진을 위한 ‘원스톱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단 것이 기관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