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어치가 떨어진단 이유로 시장에서 버려지던 못난이농산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뉴질랜드 푸드테크 스타트업 잇카인다의 이야기입니다. 잇카인다는 제니 매더슨과 미르날리 쿠마르란 여성 창업가 2명이 2021년 공동설립한 곳입니다.
두 설립자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공정을 소개한 영상은 틱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수십만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틱톡에서만 조회수 100만 이상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역시 화제를 모았습니다.
잇카인다가 화제를 모은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는 ‘꽃양배추’로 불리는 콜리플라워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잇카인다가 만든 아이스크림은 100% 식물성 원료일뿐더러, 유제품이나 글루텐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팜유나 인공색소 역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20일 그리니엄이 데이터제공업체 크런치베이스를 통해 확인한 결과, 작년 4월 잇카인다는 벤처캐피털(VC) 베터바이트벤처스로부터 약 5만 달러(약 6,790만원)를 투자받았습니다.
이 투자사는 아시아·태평양 내 대체단백질과 농식품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뉴질랜드, 농산물 약 40% 버려져…잇카인다 “못난이농산물 활용 필요” 🤔
못난이농산물은 맛이나 품질은 큰 차이가 없으나 흠집이나 모양 비대칭 같은 외형적 결함으로 상품성이 떨어진 B급 농산물을 말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전 세계에서 폐기된 못난이농산물의 규모가 2019년 기준 약 13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그해 생산된 농산물의 3분의 1에 해당합니다.
세계식량계획(WFP) 또한 못난이농산물 같이 버려진 식품폐기물에서 메탄 등 온실가스가 나온단 점을 꼬집은 바 있습니다.
이는 뉴질랜드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뉴질랜드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약 40%는 값어치가 없단 이유로 버려집니다.
잇카인다는 “못난이농산물 등 식품폐기물은 뉴질랜드와 전 세계 모두의 주요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푸드업사이클링’ 기술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푸드업사이클링은 못난이농산물이나 식품폐기물 등을 재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나 고품질의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콜리플라워로 아이스크림 만든 잇카인다, 이유는? 🍦
그런데 왜 하필 콜리플라워였을까요?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아이스크림의 맛과 질감이 가장 커다란 이유였습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요리사인 매더슨 대표는 콜리플라워가 “아이스크림의 크리미한 질감 구현에 있어 가장 완벽한 재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매더슨 대표는 “호박 같은 다른 야채들도 모두 비교해봤다”며 “아이스크림 특유의 맛과 질감 구현에 어울리는 재료는 콜리플라워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레시피 개발 자체에만 수년이 걸렸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뉴질랜드에서 콜리플라워는 인기 있는 농산물인 동시에 가장 많이 버려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뉴질랜드 농림부에 의하면, 2022년 역내에서 생산된 콜리플라워는 약 210만 톤으로 추정됩니다.
잇카인다는 “콜리플라워는 뉴질랜드에서 일년 내내 재배된다”며 “때로는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아 농장에서 그대로 방치돼 썩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색이 보라색으로 변해도 버려질뿐더러, 크기가 너무 커도 폐기처리 되는 일이 잦단 것. 맛과 원 조달 측면에서 콜리플라워만큼 탁월한 재료가 없었단 것이 잇카인다 측의 설명입니다.
뉴질랜드 최대 피자 체인점 지원 아래 ‘콜리플라워’ 아이스크림 판매 🇳🇿
이후 매더슨 대표는 미르날리 쿠마르 대표를 만나 레시피를 구체화합니다. 쿠마르 대표는 당시 뉴질랜드 매시대학교 식품기술학과에서 학사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쿠마르 대표는 “당시 학교에서는 농업이나 유제품 산업과 관련해서만 식품기술이 연구 중이었다”며 “콜리플라워 아이스크림을 처음 맛을 봤을 때 ‘매우 혁신적이다’란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 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거주하던 지역(타라나키)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에 도전합니다. 초기 자금은 2,000뉴질랜드달러(약 166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그렇지만 뉴질랜드 피자체인점 ‘헬 피자’ 등 주요 식품기업이 잇카인다의 콜리플라워 아이스크림에 관심을 기울이며 상황은 반전을 맞이합니다. 아이스크림 생산을 위한 공장이 설립됐고, 판매처도 안정적으로 만들어진 것.
그 결과, 잇카인다는 작년 3월부터 뉴질랜드 90여개 매장에서 콜리플라워로 만든 비건아이스크림을 판매 중입니다. 초콜릿, 딸기, 민트초코 등 3가지 맛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해당 아이스크림을 맛본 한 틱톡커는 “기존 유제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소비자 역시 콜리플라워 아이스크림의 크리미한 맛과 질감에 대해서 호평했습니다.
기상이변에 사업 흔들…잇카인다, 공급망 다각화·재료 혁신 나서 🍨
우여곡절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콜리플라워, 즉 못난이농산물 수급에 있었습니다. 2022년 시험 생산 기간 사측은 뉴질랜드 전역에서 486㎏ 규모의 콜리플라워를 수급해 아이스크림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지난해 대량생산을 준비하기 위해 못난이농산물 수급 규모를 확대합니다.
그런데 2023년 1월 뉴질랜드 북섬에 전례없는 폭풍이 불어닥칩니다. 뉴질랜드 최대도시인 오클랜드 역시 큰 피해를 보고, 농장 상당수가 큰 타격을 입습니다.
출하를 앞두고 있던 콜리플라워 등 농산물 상당수는 홍수에 휩쓸려 사라진 결과, 농산물 물가상승률은 20%대를 기록합니다. 잇카인다에 콜리플라워를 납품하던 사회적 기업 역시 타격을 입습니다.
잇카인다는 “뉴질랜드 홍수로 인해 모든 것이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졌다”며 “아이스크림의 원재료인 콜리플라워를 조달하기 위해 애쓰게 됐다”고 회고했습니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사업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단 것을 경험한 것. 여기에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오클랜드에 건설 중이던 공장도 차질이 발생했습니다.
그 결과, 잇카인다는 “(홍수와 같은) 사태를 재경험하지 않기 위해 공급망 체계를 다각화, 재료 혁신 등을 목표로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잇카인다는 현재 해외 시장으로 확장을 계획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