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도시의 절반가량이 지반 침하 현상으로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하수 난개발과 늘어나는 건물 및 시설물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가라앉고 있단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도시 지반 침하는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란 학계의 경고도 나옵니다.
중국 화남사범대·미국 버지니아공대 등으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중국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도시가 가라앉는지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팀은 최근 8년간(2015~2022년) 중국 도시 인구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82개 주요 도시의 지표면을 위성 레이더로 측정했습니다.
26일 그리니엄이 논문을 확인한 결과, 중국 인구의 29%를 차지하는 도시 지역의 거의 절반이 매년 3㎜보다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지역의 인구만 약 2억 7,000만 명에 달합니다.
“지하수 추출·고층건물 무게 때문에 中 주요 도시, 지반 침하 심화” 🏙️
또 매년 10㎜ 이상으로 더 빠르게 가라앉는 땅은 측정 면적의 약 16%로 나타났습니다. 약 6,7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 베이징과 함께 상하이·광저우·톈진 등 해안 대도시가 상대적으로 더 위험했습니다.
특히, 1920년대부터 지반 침하 문제를 겪은 상하이는 한 세기만에 3m나 가라앉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같은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으로는 과도한 지하수 추출이 꼽혔습니다. 지하수를 퍼 올리면서 지하수면이 낮아지고, 그 위에 있는 땅이 가라앉는단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지반 침하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도시 자체의 무게가 증가하는 것도 땅을 가라앉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토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쌓이는 퇴적물 무게와 무거운 건물로 인해 천천히 가라앉게 됩니다.
여기에 도시 교통 시스템, 즉 지하철과 고속도로의 하중이나 진동 역시 잠재적으로 지반 침하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예컨대 베이징에서는 지하철과 고속도로 주변 지역에서의 침하가 더 빠르게 나타났단 점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도시 주변의 광산 개발 역시 지반 침하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연구진은 대규모 석탄 채굴 지역이 있는 허난성의 핑단산이 매년 109㎜씩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기준 중국에서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은 약 6%에 불과합니다. 연구팀은 현 추세가 계속될 시 향후 100년 이내 중국 영토의 약 26%는 해수면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팀은 “지반 침하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맞물릴 수 있다”며 “향후 100년 안에 해안의 약 4분의 1(26%)이 지반 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수면보다 낮아져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반 침하에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해수면 상승까지 겹쳐 🌊
이는 비단 중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 역시 지반 침하를 겪고 있습니다.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자카르타는 상수도 보급률이 60%대에 그칠뿐더러, 상수원 오염이 심해 시민 대다수가 지하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인해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가라앉는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침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지하수 추출을 제한한 한편, 자바섬이 아닌 보르네오섬의 동칼리만탄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 중입니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까지 겹치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앞바다에 대형 방조제 건설에 나섰습니다.
대도시 중 한 곳인 멕시코시티 역시 과도한 지하수 사용으로 지난 100년간 지반이 12m 가까이 내려앉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이 심해져 지하수가 줄고, 지반 침하는 더 가팔라지는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미국 뉴욕시 역시 매년 평균 1~2㎜씩 가라앉고 있단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습니다.
미 지질조사국(USGS) 소속 톰 파슨스 지질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하면, 특히 고층건물이 밀집한 뉴욕 맨해튼 남부와 브루클린 그리고 퀸스의 지반 침하 속도가 2배가량 빠른 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구팀은 뉴욕에만 108만 4,954개의 건물이 있고, 이들 무게만 약 7억 6,0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세계 99개 도시 중 33개 도시 지반 침하 문제…“서울 포함, 대책 필요” 🚨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지반 침하가 나타나는 도시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연구진도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세계 99개 해안도시의 고도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미국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한 학술지에 실린 해당 연구에 의하면, 33개 도시가 연간 10㎜ 정도의 지반 침하를 겪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면은 3㎜씩 높아져 침수 위험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나이지리아 라고스, 대만 타이페이, 인도 뭄바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주요 대도시가 모두 포함됐습니다.
연구팀이 분석한 99개 도시에는 한국 서울도 포함됐습니다. 서울의 최대 침하 속도는 연 0.659㎝였습니다. 도시 대부분이 안정적이긴 했으나, 연 2㎜의 속도로 침하는 지역이 6.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사이언스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토목공학자인 로버트 니콜스는 “지반 침하 문제는 매우 큰 문제로 국가를 넘어 국제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세계 인구의 19%가 지반 침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니콜스 교수는 “얼마나 땅이 빠르게 가라앉는지 장기적인 관측 방법이 마땅치 않다”면서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는 지하수 취수 제한이라고 그는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