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공급망 내 인권·환경 보호 의무를 부여한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이 유럽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22년 2월 EU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CSDDD. 국내에서는 ‘공급망실사법’으로 불립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환경 규제 중에서도 한국 기업에게 미칠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결과, CSDDD는 찬성 374표·반대 235표·기권 19표로 가결됐습니다.
표결 직후 법안 초안을 만든 라라 울터스 의원(네덜란드 노동당)은 “책임감 있는 기업 활동을 위한 이정표”라며 “인간과 지구를 착취하는 카우보이 기업을 종식시키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작년 12월 CSDDD는 3자 잠정합의에 도달했고, 지난달에는 대상기업 기준 등을 완화한 수정안이 EU 이사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은 다음달 EU 장관급 이사회 승인을 거쳐 관보에 게재되면 효력을 발휘합니다. 이후 EU 27개 회원국은 2년 이내에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 국내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CSDDD는 기업 규모에 따라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됩니다.
EU 순매출액 4억 5000만 유로 기업 모두 ‘공급망 실사’ 적용 ⚖️
CSDDD는 EU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EU 역내 기업은 직원 수가 1,000명을 넘어야 합니다. 또 세계 순매출액이 4억 5,000만 유로(약 6,635억원)합니다.
역외 기업의 경우 직원 수에 상관없이 EU 내 순매출액이 4억 5,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입니다.
CSDDD 적용 대상 기업들은 경영 전반에 걸쳐 실사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공급망 내 인권과 환경 영향 요인을 자체 평가해야 할뿐더러, 예방 및 완화 조치도 취해야 합니다.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고충처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합니다.
또 모든 실사 내용은 기업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합니다.
규정 위반 시에는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CSDDD는 각 회원국이 국내법 제정 시 과징금 상한을 세계 연매출액의 최소 5% 이상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최소한의 법적 가이드라인인 만큼, 일부 회원국에서는 과징금 상한이 더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단 말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등 韓 대기업 상당수 EU 공급망 실사 적용…“중소·중견기업도” 📊
한국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이 CSDDD에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시 자료 등을 분석하여 관련 국내 기업 목록을 작성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EU 27개 회원국들의 향후 입법 및 이행과정을 주시 중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사 의무를 가진 대기업 외에도 해당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국내 중소기업들 역시 CSDDD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단 전망이 나옵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CSDDD에 대한 국내 기업이 체감하는 중요도는 상승했다”면서도 “대응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또한 보고서를 통해 “(CSDDD) 대응에 실패한 실사 대상 기업은 더는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 역시 “국내 기업이 CSDDD의 적용 대상 기업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적용 대상 기업에 제품·서비스 등을 공급하고 있다면 실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정부는 CSDDD와 관련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韓 정부 “EU 공급망 실사 우리 경제 미칠 영향 면밀히 분석해 대응” 🤔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25일 오전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협의회’를 열고 CSDDD 대응책을 논의했습니다.
김 차관은 “EU를 중심으로 ESG 제도화가 진행되면서 ‘녹색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며 “EU 역내 매출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실사지침 적용 기업의 공급망에 포함된 중소기업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향후 연구용역, 관계부처 논의 등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 분석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