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직접공기포집(DAC)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세계 최초의 ‘탄소크레딧 포트폴리오’를 출시했습니다.
클라임웍스는 기존 DAC 기반 탄소크레딧 판매를 넘어 여러 탄소제거 방식을 한데 묶은 ‘클라임웍스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각) 밝혔습니다.
갈수록 탄소제거 기술이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DAC 선도기업인 클라임웍스가 각 기업에 맞춤형으로 고품질의 탄소제거 제품을 중개한다는 구상입니다. 주식과 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와 유사합니다.
쉽게 말해 클라임웍스가 자발적 탄소시장(VCM)의 펀드매니저 역할에 나선단 것입니다.
클라임웍스는 세계 최초 DAC 상용화 시설 ‘오르카’를 운영하며 DAC 선두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간의 명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클라임웍스 솔루션 “복잡성 제거로 탄소제거 확산 도와” 💭
클라임웍스는 광물화 방식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지하에 저장해 격리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탄소제거 크레딧을 고객에게 판매해 수익을 얻고 있습니다.
클라임웍스만이 아닙니다. 탄소크레딧 개발자 대부분이 크레딧을 소비자에게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는 거래소를 통할 수도 혹은 직접 계약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클라임웍스 솔루션은 기존의 ‘개발-판매’라는 기존의 사업모델과 다릅니다.
먼저 클라임웍스는 개별 공급업체로부터 탄소제거 크레딧을 구매합니다.
이를 자사의 DAC 크레딧과 함께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다음 패키지 상품으로 고객에게 판매한다는 설명입니다.
조림, 바이오차, 암석풍화촉진(ERW), 바이오매스 기반 탄소제거 및 저장(BiCRS) 등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 각 포트폴리오는 고객사의 전략·시기·예산 등에 맞춤화해 구성됩니다.
나아가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탄소제거 크레딧에 심층 실사와 제3자 검증을 거쳐 품질 표준을 보장할 것이라고 클라임웍스는 밝혔습니다.
덕분에 구매 기업이 기술의 복잡성이나 검증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어 탄소제거 확산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입니다.
탄소크레딧 시장 개척 나선 클라임웍스 “15년 업력과 전문성 강조” ♻️
다만, ‘탄소크레딧 포트폴리오’란 개념을 제시한 곳이 클라임웍스가 처음은 아닙니다.
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출자한 ‘프런티어 펀드’가 대표적입니다. 펀드는 다양한 탄소제거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스트라이프는 기업들이 프런티어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사전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인 ‘클라이밋 오더(Climate Orders)’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클라임웍스는 자사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특히, 공동설립자인 크리스토프 게발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탄소제거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클라임웍스는 15년의 업력과 실제 운영 경험, 광범위한 기술 연구개발(R&D)을 통해 얻은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클라임웍스 솔루션의 첫 고객사 또한 탄소제거 산업에 대한 클라임웍스의 강점으로 전문성을 꼽았습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브라이틀링입니다.
아우렐리아 피게로아 브라이틀링 지속가능성 책임자는 “(클라임웍스의) 전문 지식과 사업 실사 경험, 고품질 식별 역량이 우리의 노력을 보완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라임웍스는 현재 50개 기업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클라임웍스는 3만 6,000톤 규모의 신규 DAC 설비 ‘맘모스’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 주력 시설인 오르카(연 4,000톤)의 9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북유럽 아이슬란드에서 2022년 6월 착공해 18개월 만인 지난 2월 시설 구축이 90%가량 완료됐습니다. 클라임웍스는 2030년 메가톤(Mt) 규모, 2050년 기가톤(Gt) 규모의 탄소제거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논란 휩싸인 암석풍화촉진 크레딧, “탄소제거 신뢰성 흔들어” 🗿
실제로 최근 불거진 암석풍화촉진 논란으로 볼 때 이같은 포트폴리오의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입니다.
암석풍화촉진이란 현무암 등 특정 종류의 암석을 부숴 화학반응을 촉진시켜 탄소를 포집·격리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빗물과 암석이 만나 풍화되면서 빗물 속 이산화탄소가 탄산염으로 포집됩니다.
에너지 소비가 적으면서도 농경지 등에 폭넓게 적용할 수 있어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지난해 미국에서 암석풍화촉진 탄소크레딧 거래가 대거 성사되면서 관심은 더 높아졌습니다.
프런티어 펀드는 미국 스타트업 리소스카본으로부터 5,710만 달러(약 790억원) 규모의 탄소제거 사전구매를 체결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영국 스타트업 언두와 향후 20년간 5,000톤 규모의 제거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의 방법론에 대한 검증이 충분치 않단 문제제기가 나옵니다.
작년 11월 로이터통신은 현재 암석풍화촉진 탄소크레딧 인증은 퓨로어스가 유일하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해당 기술은 베라나 골드스탠다드(GS) 등 다른 탄소크레딧 인증기관으로부터 아직 인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암석풍화촉진 기술의 특성상 강과 하천을 통한 누출 가능성이 높단 점도 감축량 측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이와 관련해 리소스카본의 공동설립자인 메리 얍 CEO 또한 퓨로어스의 접근 방식이 충분히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탄소크레딧 포트폴리오 필요성? 신기술 등장에 더 커져 🗃️
암석풍화촉진 논란은 고가의 탄소제거 크레딧 또한 신뢰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단 것을 보여줬습니다. 탄소제거 방법론 또한 과대·과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입니다.
그간 탄소제거는 탄소상쇄와 달리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일례로 탄소상쇄를 허용하지 않았던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또한 탄소제거는 그간 부분적으로 허용했습니다.
MS·스트라이프 등 글로벌 기업들이 높은 비용에도 탄소제거 크레딧 구매에 앞다퉈 나섰던 이유입니다.
언두에 의하면, 암석풍화촉진 탄소크레딧은 톤당 270~400달러(약 37만~55만원)로 추산됩니다. 톤당 600달러(약 83만원)인 DAC보다는 저렴합니다. 재조림(50달러 이하·약 7만원)이나 바이오차(180달러·약 25만원)보다는 여전히 높습니다.
탄소제거 방법론이 다양해질수록 크레딧 자체가 과대 또는 과장될 위험성도 더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예비 수요기업이 내부 전문가팀을 모두 보유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이점에서 포트폴리오 방식은 다양한 탄소제거 기술에 내재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단 강점을 가집니다.
예산을 최적화할 수 있단 장점도 있습니다. 고가의 고품질 탄소제거 크레딧과 저렴하지만 탄소누출 가능성이 있는 자연기반 탄소제거 크레딧 중 양자택일하는 대신, 적절한 비중으로 관리할 수 있단 것입니다.
아드리안 시그리스트 클라임웍스 솔루션 부사장은 “많은 기업이 탄소상쇄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제한된 예산 때문에 (탄소제거) 시작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클라임웍스 솔루션을 통한다면 현재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 중심의 시장을 넘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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