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수요 둔화와 실적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테슬라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섰습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사내 이메일을 통해 테슬라 전체 인력의 10% 이상을 감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력 감축으로 해고될 인원은 1만 4,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날 머스크 CEO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약 5년마다 다음 단계의 성장을 위해서는 회사를 재편하고 합리화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력 감축의 주요 배경으로는 올 1분기 실적 악화가 꼽힙니다. 1분기 실적 발표에 의하면, 테슬라의 1분기 차량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습니다. 2020년 이후 전년 대비 차량인도량이 감소한 것은 올해 1분기가 처음입니다.
한편, 이번 대규모 인력 감축에 대해 테슬라의 전략 변화를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수요 둔화·경쟁 심화에 테슬라 전 세계 인력 10% 감축 ✂️
머스크 CEO가 밝힌 인력 감축의 사유는 역할 중복과 비용 절감 필요성입니다. 테슬라의 인력은 2020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테슬라의 직원 수는 2020년 7만 1,000여명에서 2023년 말 기준 14만여명으로 2배가량 증가했습니다. 2022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기가팩토리와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생산량이 증가한 영향입니다.
특히, 오스틴 기가팩토리의 경우 직원 수가 2021년 말 3,523명에서 2022년 말 1만 2,277명으로 늘었습니다. 1년 만에 인력이 3.5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테슬라의 연간 인도량을 토대로 인력 과잉을 지적했습니다.
테슬라의 2023년 전기차 인도량은 약 180만 대입니다. 산술 계산으로 직원 1명당 연간 전기차 인도량을 추산하면 테슬라는 13대를 하회합니다. 제너럴모터스(GM) 38대, 포드 25대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습니다.
테슬라 또한 이번 인력 감축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감축 인력 상당수에 고성과자 포함 “핵심 인력도 떠나” 📉
그러나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익명의 소식통을 통해 해고를 통보받은 직원 중 상당수가 고성과자였다고 전했습니다.
감축 명단에는 테슬라의 주요 임원인 드류 바글리노 수석 부사장과 로한 파텔 부사장도 포함됐습니다. 바글리노 수석 부사장은 테슬라에서 18년을 근무한 핵심 엔지니어입니다.
작년 여름 잭 커크혼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퇴임에 이어 연달아 핵심 인원이 떠나면서 주가는 15일 하루 5% 이상 급락했습니다.
테슬라는 2022년에도 10% 인력 감축을 단행한 바 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전기차 업계가 활황기였단 점에서 현재와 상황이 다르단 분석이 나옵니다.
올해 여타 완성차·전기차 기업도 전기차 직원 감축이 잇따른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앞서 지난 1월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생산 중단과 함께 1,400명을 해고했습니다. 이어 2월에는 리비안이 직원 10% 감축을 발표했습니다.
대규모 인력 감축, 전략 변화 위한 포석일까? 🤔
한편, 이번 인력 감축이 테슬라의 전략 수정과 관련됐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1분기 실적 발표 사흘뒤(5일)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 전기차 ‘로보택시’ 프로젝트를 위해 저가형 전기차 프로젝트인 ‘모델 2’를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매체는 이번 소식에 대해 “테슬라가 오랜 목표를 포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머스크 CEO의 ‘마스터플랜’을 뜻합니다. 머스크 CEO는 2006년 고가의 전기차로 초기 시장을 공략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의 후속 모델 출시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해당 모델은 ‘모델 Y’의 절반가량인 2만 5,000달러(약 3,400만원) 내외로 예상되며 ‘반값 전기차’로 불렸습니다.
테슬라가 이러한 반값 전기차 개발을 취소하고, 자율주행 전기차인 로보택시 개발에 힘을 쏟기로 결정했단 것이 로이터통신의 설명입니다.
머스크 CEO는 자율주행 기술과 차량공유 기능을 결합한 로보택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구현한단 계획입니다. 해당 계획은 2016년 ‘마스터플랜 2’에서 공개됐습니다.
머스크 CEO는 해당 보도를 부인했지만 간접적으로 전략 변화를 인정했습니다.
보도 다음날(6일) 그는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 로보택시 8월 8일 공개”라고 밝힌 것입니다.
이번 인력 감축에 바글리노 수석 부사장이 포함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는 모델 2 개발의 핵심 인물로 꼽혀왔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모델 2 프로젝트 참여 인원의 다수가 해고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테슬라는 그 대신 확보한 자원을 로보택시 프로그램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테슬라는 인공지능용(AI) 슈퍼컴퓨터 ‘도조(Dojo)’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도조는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플랫폼으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훈련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작년 10월에는 본사인 미 텍사스 기가팩토리 내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고 사측은 밝힌 바 있습니다. 해당 시설은 오는 8월 20일 가동을 목표로 합니다.
지난 1월에는 테슬라가 5억 달러(약 6,900억원) 규모의 도조 슈퍼컴퓨터 클러스트 구축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화제가 됐습니다.
반값 전기차→로보택시 전략 수정 “테슬라, 선두 지위 잃을 수도” 😥
그러나 머스크 CEO의 야심 찬 계획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외신들은 일제히 테슬라의 전략 변화에 비판적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테크크런치는 “저렴한 전기차 대신 로봇택시를 승인하기로 한 일론 머스크의 결정으로 선두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경제전문지 패스트컴퍼니 또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지위가 끝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 증권사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테슬라의 전략 변경을 주문했습니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로보택시는 모델 2를 대체할 수 없다며 “테슬라가 모델 2에서 벗어나 로보택시로 간다면 위험한 도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중국과의 초저가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로보택시 전략으로 살아남을 수 있겠냐는 우려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다른 분석을 내놨습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의 전기차 시장 현실이 “테슬라의 전략적 우선순위 변화”를 강요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쉽게 말해 출혈적인 비용 경쟁 대신 기술 우위를 통한 시장 주도를 선택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 모건스탠리 또한 “많은 투자자들이 로보택시에 매우 회의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간 테슬라가 고성능 전기차와 자체 급속 충전기술, 자율주행 등 차별화 전략으로 업계를 선도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테슬라, 완전 자율주행 기술 구현…“쉽지 않을 것” 🤖
관건은 테슬라가 진정한 자율주행 기술을 빠른 시일 내에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전망이 밝지 않습니다. 머스크 CEO는 2016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홍보해 왔습니다. 반(半)자율주행 기술로 주행보조기능 역할을 하는 ‘오토파일럿’입니다.
2019년에는 ‘완전 자율주행(FSD)’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오토파일럿 기능에 차선 변경, 신호등 감지, 목적지 주행 등이 더해졌습니다. 1만 2,000달러(약 1,660만원)에 구매하거나 월 199달러(약 27만원)로 구독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최근 테슬라의 행보를 보면 기술개발에서 밀리고 있단 지적도 나옵니다. 자율주행 기술은 운전자 개입 정도에 따라 레벨 0에서 5까지 구분됩니다.
작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레벨 3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중국 스타트업 휴먼호라이즌과 샤오펑은 레벨 4 상용화를 발표했습니다. 반면, 테슬라의 FSD는 아직 레벨 2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그간 확보한 다량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술개발이 가능하단 입장입니다. 그러나 그간 개발 속도는 시장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테슬라 자율주행 기술 논란, 작년 200만여 대 리콜 조치 🚗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으로 인한 사고 논란도 우려를 높이는 지점입니다.
지난 8년간(2016년~2023년 4월)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관련 특별 조사에 나선 것만 41건에 달합니다. 이에 지난해 12월 테슬라는 NHTSA의 오토파일럿 결함 지적을 수용하고 전기차 200만여 대 리콜을 시행했습니다.
미 테슬라 전문매체 테슬라이크에 의하면, 리콜 여파로 2022년 3분기 FSD 구매 비율은 전체 테슬라 고객 중 14%에 불과했습니다. 출시 초기인 2019년 같은 분기 53%에 비해 급감한 것입니다.
지난 3월 머스크 CEO가 미국 내 모든 테슬라 자동차에 대해 FSD 한달 무료 제공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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