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시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오는 23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되는 제4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4) 회의를 앞두고 진행됐습니다.
위원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올해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리는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협약이 체결될 예정입니다.
이번 조사는 한국 등 19개국 약 1만 9,000여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는 영국 시장조사기관 센서드와이드가 진행했습니다.
韓 국민 81.8% “플라스틱 오염 종식 위해선 생산 감축 필요” 📉
조사에 참여한 한국 시민 1,000명 중 81.8%는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려면 플라스틱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에 동의했습니다. 이는 전체 응답자가 동의한 비율(82%)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 한국 시민의 85%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에 정부와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를 재사용 및 리필 가능한 포장재로 전환을 의무화하는 목표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플라스틱이 본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는 응답도 75.1%에 이르렀습니다.
조사 대상 19개국 대다수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그린피스는 밝혔습니다.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의한 나라는 필리핀(93%)이었습니다. 이어 중국(92%), 브라질(89%), 태국·인도네시아(각각 88%) 순으로 높았습니다.
반면,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에 있어 동의가 가장 낮은 곳은 일본(68%)과 미국(69%)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오스트리아와 남반구 11개국에서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대한 지지율이 80%가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남반구일수록 플라스틱 오염 종식 지지 ↑…“대중, 정부 간 괴리도 발견” 🤔
특히, 남반구 국가일수록 대중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에 더 강력한 지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린피스는 크게 2가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하나는 남반구에 있는 개발도상국 상당수가 폐기물 처리를 위한 기반시설이 부족한 것. 다른 하나는 북반구 국가들이 남반구로 폐플라스틱 등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수출하기 때문입니다.
2021년 세계 187개국은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인 바젤협약 개정안에 서명했습니다. 개정안에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을 규제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바젤협약 개정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단 지적이 계속 나오는 실정입니다. 예컨대 멕시코의 2021년 폐기물 수입은 2018년 대비 121% 증가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 역시 폐플라스틱 수입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그린피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여론과 일부 정부 입장 간의 심각한 괴리를 발견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92%)과 인도(86%) 국민 대다수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생산량 감축에 동의하는 반면, 정작 이들 정부는 플라스틱 생산 제한에 반대하고 있지 않단 것이 단체의 설명입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목표 달성 연도 설정 등 핵심 쟁점 두고 견해차 심화 👋
현재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주요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입니다.
유럽연합(EU) 등 강력한 협약 체결을 원하는 국가는 생산 자체를 줄일 것을 요구합니다. 이와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둘 것을 요구합니다.
실제로 사우디는 중국 등 5개국과 함께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을 출범시켰습니다. GCSP는 생산 감축 대신 플라스틱 폐기물 해결을 촉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현재까지 3차례의 협상이 진행됐으나,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주요국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협약은 여전히 초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우디·중국·러시아·이란 등 산유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셉니다.
또 플라스틱 오염 종식 목표 달성 연도를 설정할 것인가도 핵심 쟁점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경우 강력한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야심찬 목표 연합(HAC)’에 가입돼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주요 수출국으로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단 입장입니다. 한국은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4.1%를 차지하는 5번째 플라스틱 생산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김나라 그린피스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HAC 소식이자, 올해 11월 부산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협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특정 산업의 이익이 아닌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그린피스는 이번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을 최소 75%까지 단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 추세대로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플라스틱 생산량이 10~15년 안에 2배, 2050년에는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단체는 전했습니다.
이 수치는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맞춰 보수적으로 계산된 만큼, 플라스틱 수명주기 전반에 걸쳐 더 적극적인 감축이 필요하다고 그린피스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