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규제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이에 대응하려 해도 관련 투자 리스크가 높아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국내 탄소중립 이행여건과 정부 지원 수준이 뒤처진단 응답이 높았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대상인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중립 대응실태와 과제’를 조사한 결과를 지난달 27일 발표했습니다.
2일 그리니엄이 조사 결과를 살펴본 결과,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390개사 중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에 대해 ‘높다’고 응답한 비중은 71.7%에 이르렀습니다. 또 17.4%는 ‘매우 높다’고 답했습니다.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가 ‘낮다’는 응답은 10.9%에 그쳤습니다.
탄소중립 추진이 앞으로 기업에게 기회로 작용할 것을 알지만 지금 당장은 투자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대한상의는 분석했습니다.
韓 기업, 탄소중립 투자 리스크 하소연 “정부 보조금, 경쟁국 비해 부족” 🤔
조사에 응한 A 기업의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위해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을 듣고 (수소) 신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기존 에너지원보다 비싼 수소의 수요처를 찾기 힘들고 정부가 주는 보조금도 경쟁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해 계속 사업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풍력발전설비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B 기업의 관계자는 “풍력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관련 제품 개발과 설비 투자를 추진했다”며 “(그런데) ‘풍력발전보급촉진특별법’이 국회 계류 중이고 전력 계통도 부족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를 계속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C 기업은 “탄소감축을 위해 지난 2년간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감축설비에 투자했다”며 “탄소배출권 가격이 1만 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회사 차원에서는 배출권 구매가 더 나은 선택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회사 경영진이 감축설비에 왜 투자했냐고 담당 부서를 추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투자 추진 기업 38.2%뿐…26.4%는 투자 계획 無, 이유는? 💰
탄소중립 추진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답한 기업은 60.3%였습니다. 이는 2023년 조사에서 긍정 응답 비중은 68.8%에서 8.5%p(퍼센트포인트) 떨어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가 실제 온실가스 감축투자를 추진 중인 기업을 조사한 결과, 실제 감축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8.2%에 그쳤습니다. 응답기업의 35.4%는 ‘투자 계획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예 ‘감축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한 곳은 26.4%에 이르렀습니다.
그 이유로는 ‘투자 자금 조달 어려움’이 32.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감축수단·기술 부족(30.5%)’, ‘투자 수익 불확실(28.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업 규모별로도 일부 차이가 있었습니다.
감축투자 계획이 없는 이유에 대해 대기업은 ‘투자 수익 불확실(35.5%)’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반면, 중견기업은 ‘투자 자금 조달 어려움(36.4%)’을 많이 꼽았습니다. 중소기업은 ‘감축수단·기술 부족(45.0%)’을 꼽았습니다.
“美·EU·日 등 주요국보다 탄소중립 이행여건 정부 지원 수준 뒤처져” ⚖️
나아가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국내 탄소중립 이행여건 및 정부 지원 수준이 모두 뒤처진다고 평가했습니다.
항목별로는 ‘무탄소에너지 인프라’가 72.8%로 가장 뒤처졌습니다.
이어 ‘보조금·세제혜택 등 재정적 지원(67.2%)’, ‘탄소중립 혁신기술 연구개발(R&D)’ 지원(60.8%), ‘탄소중립 법·제도(49.8%)’ 순으로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공간융합학과 교수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그린딜에 이어 일본도 제조의 그린산업 전환을 목표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정책을 수립해 10년간 민관 합산 150조 엔(약 1,336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전 교수는 “주요국은 대규모 국가예산을 그린산업으로 구조 전환에 투입해 자국 산업 경쟁력 확보 등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탄소중립 선도 이행 위해선 韓 정부 전폭적 지원 필요” 📢
이에 기업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 중점과제로 ‘감축투자 지원(34.7%)’을 가장 많이 요구했습니다.
‘무탄소에너지 공급 인프라 구축(22.3%)’, ‘제도 합리화(18.2)’, ‘탈탄소 혁신기술 개발(15.7%)’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손해 입을 산업을 지원해야 한단 요구도 4.4%였습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투자 리스크 때문에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려는 기업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