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에서 약 133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투자금이 회수됐습니다. 이는 블랙록 전체 운용자산의 1%가량입니다.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주의 연기금들이 블랙록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전략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반(反) ESG 움직임이 표출된 것입니다.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의 연기금들이 2년간 블랙록에서 133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는 미 남부 텍사스주 학교 운용기금 ‘텍사스 퍼머넌트 스쿨펀드’가 오는 4월말에 블랙록에서 85억 달러(약 11조 4,000억원)를 회수하겠다고 밝힌 금액도 포함됩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가 관할하는 주에서 지금까지 회수한 자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FT는 전했습니다. 단, 블랙록은 구체적인 회수 규모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블랙록은 “수천 개의 텍사스주 내 학교에 긍정적인 힘이 되어온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무모한 방식으로 종료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밝혔습니다.
反 ESG 움직임 美 공화당 중심으로 나온 까닭은? 🤔
2022년부터 미 공화당은 중심으로 투자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고 있습니다. 투자에서 ESG를 지향하는 것이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린단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2023년 한해에만 미국 내에서 150건 이상의 ESG 반대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안 대다수가 기각되거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으나, 이중 18개 주에서 40건 이상은 통과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지난해 3월 공화당 우세 20개 주 법무장관들은 블랙록을 포함한 53개 자산운용사에 경고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이 투자자의 수익보다 ESG를 강조한다는 비판이 담겼습니다.
공화당 주정부 ‘블랙록 보이콧’…“反 ESG 움직임에 대응 나선 블랙록” 🤝
이같은 ESG 반대 움직임에 레드 스테이트의 연기금들도 동참해 블랙록으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연기금의 투자금 회수는 2022년 7월 미 웨스트버지니아주 당시 재무장관이던 라일리 무어가 ‘블랙록 보이콧’을 선언하며 시작됐습니다. ESG 투자 흐름 속에 블랙록이 석탄 산업에 적대적인 투자사였단 것이 보이콧 이유였습니다.
주당국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보이콧에 나선 건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플로리다주·텍사스주·미주리주 등 여러 레드 스테이트들이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선례에 동참했습니다.
이에 블랙록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FT에 의하면, 블랙록은 공화당과 연줄이 있는 고위 로비스트를 영입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댄 패트릭 텍사스주 부지사와 함께 전력망 투자 관련 회담을 공동 개최했습니다.
패트릭 부지사는 블랙록이 투자 결정 과정에 ESG 요소를 고려하는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 인물입니다. 여기에 미국 금융계의 대표 ESG 이니셔티브인 ‘기후행동100+’에 관여도를 낮추며 ESG와 한층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보여줬습니다.
FT “투자금 회수 블랙록 실적에 당장 큰 영향 없어” 💰
다만, 이들 연기금의 투자금 회수가 블랙록 실적에는 당장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 스테이트 내 연기금이 블랙록에 예치한 투자금은 200억 달러(약 27조원)를 넘습니다.
FT에 의하면, 2023년에 미국에서 블랙록으로 들어간 투자금 순유입액은 1,380억 달러(약 185조원)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ESG 반대 캠페인을 벌이는 주 내부에서도 분열이 감지되고 있다고 FT는 보도했습니다.
예컨대 텍사스주 상공회의소와 연계된 한 비영리단체는 주의 ‘공정한 접근 법(Fair Access Act)’을 지적했습니다. 이 법은 화석연료나 총기 투자에 적대적인 금융사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체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3,710만 달러(약 499억원) 규모의 세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 손실은 곧 납세자가 부담한 것이 단체의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