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유럽연합(EU) 상반기 의장국인 벨기에와 함께 ‘2024 원자력 에너지 정상회의(이하 정상회의)’를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각) 개최했습니다.
정상회의는 원자 핵분열을 형상화한 102m 높이 조형물 ‘아토미움’ 인근에서 열렸습니다. 이는 1958년 브뤼셀 세계박람회(엑스포)를 기념해 지어진 랜드마크입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상징물입니다.
정상회의에서는 ▲화석연료 사용 감축 ▲에너지안보 강화 ▲기후대응 등에서 원자력 에너지 역할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IAEA에 의하면, 이번 정상회의에는 프랑스·헝가리·이탈리아 등 EU 회원국 14개국과 미국·중국·사우디아라비아 등 21개국, 총 35개국이 참여했습니다. 한국 또한 참석했습니다.
유럽에서 원자력 에너지에 초점을 둔 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유럽 내 원자력 기조가 달라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에 자금조달 유리한 환경 조성 골자로 한 선언문 채택 ⚖️
파티 비롤 IAEA 사무총장 또한 “원전 없이는 기후목표를 제때 달성할 수 없다”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으나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선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정상회의 결과, 35개국은 원자로 수명 연장과 신규 원전 건설 등을 위해 자금조달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공동 선언문에는 “모든 국가, 특히 신흥 원전 국가가 발전원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포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는 필리핀·이집트·카자흐스탄 등 원전 발전을 준비 중인 국가들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 회의 참석국들은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해 원자력 산업과 공급망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핵연료 공급과 장비 제조 나아가 자원 안보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원전은 위험한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며 정상회의를 규탄했습니다.
이번 결과에 대해 AP통신은 “10여년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 “재생에너지 보완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 필요” ⚡
EU에서 원자력 활용은 찬반이 극명한 논쟁적인 사안입니다. 프랑스·핀란드 등은 원전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독일·오스트리아 등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정성 문제로 유럽 내 원전 사업은 사영화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불거진 유럽 내 에너지위기를 계기로 원전 활용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줄이기로 한 ‘핏포 55(Fit for 55)’ 달성을 위해선 원전 확대가 필요하단 EU 회원국들도 속속 나타나는 추세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현 사안이 논쟁적이란 점을 인정했습니다. 폰데라이엔 위원장은 “EU 내에는 원자력에 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며 “그러나 원자력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EU 전체 발전원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입니다. 이는 1990년대 수준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단 것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말입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전력 부문 탈탄소화 작업의는 상당수는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면서도 “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선 원자력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스 등 12개국 ‘원자력 동맹’ 구축…“SMR 설치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
유럽통계청에 의하면, 2022년 기준 EU 역내 총 발전량의 21.8%는 원전에서 나옵니다. 2023년 4월 독일에서 원전 3곳을 모두 폐쇄했으므로 현재 비중은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유럽 12개국에서 가동되는 원자로는 약 100개입니다. 60여개의 원자로가 검토 또는 건설단계에 있고, 이 중 3분의 1이 폴란드에 있습니다.
이 가운데 프랑스를 주축으로 불가리아·핀란드·체코·네덜란드 등 12개국과 이른바 ‘원자력 동맹’ 구축에 나섰습니다. EU 차원에서 원전 확대가 필요하단 것이 이들 국가의 입장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노후화된 화석연료 발전소에 차세대 원전인 SMR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현재 뉴스케일파워가 루마니아에서 EU에서는 최초로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회의론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SMR 설치와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모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SMR 개발에 EU 15개 회원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도 “실제 생산까지는 최소 10년 이상 남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SMR이 이미 가동 중입니다.
EU 공동연구센터(JRC)의 마이클 푸터러 선임 전문가는 “SMR에 관한 모든 논의가 약간 과장됐단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원자력 정상회의 참석한 韓 정부,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 소개 🔊
한국에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이 장관은 정상회의에서 “한국은 세계 원전 발전용량 5위 국가로서 국제사회 움직임에 동참하기 위해 원자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신한울 3·4호기 건설 ▲기존 원전 계속운전 추진 ▲SMR을 포함한 차세대 원자로 독자기술개발과 구축 지원 등을 설명했습니다.
이 장관은 또 ‘무탄소에너지 이니셔티브(CFE)’의 취지와 향후 구상에 대해서도 소개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진입하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각 국가별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한 환경적 여건은 서로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산업발전과 탄소중립이란 2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여러 무탄소에너지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SMR 동향 모아보기]
① 루마니아 SMR 개발…美·中·EU 복잡한 셈법 드러내
② 웰스파고, 뉴스케일파워 주가 시세 하향 조정한 까닭은?
③ EU ‘친원전’ 회원국, 에너지안보·기후대응에 원전 확대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