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1리터를 만들면 최대 8리터의 폐수가 발생한단 사실, 알고 계셨나요?
양조 산업은 대표적인 물 다소비 산업입니다. 특히, 맥주 양조장의 경우 물소비량의 70%는 폐수로 배출됩니다.
이 폐수가 강이나 호수에 그대로 배출되면 부영양화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양조 과정에서 나온 다량의 양분이 폐수에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의 한 생물공학자는 이러한 맥주 폐수의 잠재력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 끝에 맥주 폐수를 사용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네덜란드 순환소재 스타트업 ‘아웃랜더 머터리얼스(이하 아웃랜더)’의 이야기입니다.
그간 여러 기업이 식품폐기물 중에서도 맥주박에 주목했습니다. 맥주박은 맥아즙을 짜고 남은 부산물을 말합니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합니다.
그리니엄에서도 맥주박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등 여러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아웃랜더는 맥주박이 아닌 맥주 폐수에 주목했습니다. 회사 창업자이자 대표인 로리 고프의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시작은 몇 년전, 그가 생일 선물로 받은 맥주 양조 키트였습니다. 그는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들던 중 너무 많은 폐수가 발생한단 사실을 알아챕니다.
여러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의 전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미국 네브래스카대학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그는 폐기물 기반 바이오연료와 발효과학과 관련해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양분이 풍부한 맥주 폐수는 발효과학을 사용하기에 매우 적합한 재료였던 것.
고프 대표는 2019년 아웃랜더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갑니다.
수개월간의 연구 끝에 고프 대표는 맥주 폐수를 발효해 필름 형태의 플라스틱을 개발해 냅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 적합한 발효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는데요. 구체적인 발효 방식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제품은 반투명한 사탕 포장지 형태였습니다. 여러 유형의 일회용 플라스틱도 대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해당 소재에는 ‘언플라스틱(Unplastic)’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플라스틱이지만 기존과 달리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간과 동물이 섭취할 수 있으며, 생분해 및 퇴비화가 가능하다고 고프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언플라스틱은 맥주 폐수를 재활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는 식품포장재의 역설이 깔려있습니다.
식품이 운송되는 과정에서 포장재는 식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덕분에 오염으로 인한 식품폐기물 발생을 방지합니다.
그러나 식품포장재는 그 자체로 폐기물이 됩니다. 식품에 주로 쓰이는 비닐·필름 형태의 포장재는 재활용이 더욱 어렵습니다.
고프 대표는 이를 “곧 (먹어) 사라질 음식을 영원한 플라스틱으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반면, 언플라스틱은 이러한 역설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언플라스틱은 현재 개념증명(PoC) 단계에 있습니다. 아웃랜더는 올해 안으로 언플라스틱 프로토타입(시제품) 출시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한편, 아웃랜더의 성공에는 ‘장소’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스타트업은 네덜란드의 순환경제 실험장 ‘블루시티(Blue City)’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곳은 순환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민간 플랫폼입니다. 로테르담에 위치해 있습니다.
현재 블루시티에 입주한 순환 스타트업은 30여곳에 달합니다. 이들 모두 한 기업의 폐기물이 다른 기업의 원료가 되는 사업모델을 지향합니다.
일례로 버섯재배 스타트업 로테슈밤은 블루시티 내 레스토랑 알로하에서 나온 커피박을 배지로 사용합니다. 버섯은 다시 알로하에 식재료로 공급됩니다.
아웃랜더 또한 블루시티 내 맥주 양조장에서 폐수를 공급받습니다. 아웃랜더가 사용하지 않는 맥주박은 블루시티의 비누 제조 기업 쿠살라기프트에 원료로 공급됩니다.
블루시티 자체도 공간 업사이클링으로 탄생했다는데요.
2010년 재정난으로 문을 닫은 실내 수영장을 개조한 것. 그 흔적은 천장의 유리돔과 거대한 워터슬라이드 등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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