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온실가스 배출량(GHG)이 증가하고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전 세계 인구가 이상기후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가령 2022년 한해 동아프리카에서는 가뭄이 계속됐고, 파키스탄의 기록적인 폭우, 중국과 유럽을 덮친 최악의 폭염 등으로 수천만 명이 영향을 받았다.”

지난 21일(현지시각)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이 ‘2022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2)’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기후분석센터 및 WMO 회원국들이 제출한 정보를 기반으로 제작됐습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기후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단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2022년 한해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와 영향이 심화됐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WMO는 보고서에서 기후모니터링 및 조기경보 시스템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세계기상기구WMO의 2022 전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에 제시된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연평균 기온차에 대한 6개 기관의 데이터 세트 그래프 ©WMO 보고서 갈무리

WMO, 기상관측 이래 최근 8년 가장 더워…“3대 온실가스도 최고치 기록” 📈

2022년 전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해 1.15℃(±0.13℃) 높았습니다. 이는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노선인 1.5℃에 근접한 것입니다.

또 2015~2022년까지, 최근 8년은 세계 기상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래 가장 더웠던 기간으로 기록됐습니다. WMO는 태평양 지역 수온을 떨어뜨리는 라니냐*가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온 상승과 이상 고온 현상을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등 3대 주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주요 온실가스 농도의 경우 2021년 데이터가 활용됐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7ppm으로 직년년도 대비 2.5ppm 상승했습니다. 메탄은 1,908ppb**로 산업화 이전대비 262%, 아산화질소도 334.5ppb로 124% 늘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8배 강력한 메탄의 연간 증가량은 2020~2021년까지 18ppb였습니다. 이는 인류가 메탄배출량을 관측한 이래 가장 큰 증가량이라고 WMO는 설명했습니다.

*라니냐: 동태평양과 중앙태평양의 바닷물 온도가 낮은 상태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

**ppb: parts per billion·10억분의 1

 

▲ 미국 뉴멕시코주 칼즈베드 남동쪽에서 메탄 기둥이 분출돈 모습 미 항공우주국은 이를 시각화해서 공개했다 ©NASA

WMO는 메탄 증가량에 대해 “가장 큰 원인은 습지와 논 등 자연방출원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열대습지가 (현재보다) 더 습해지고 더워지며 (메탄이) 더 방출될 수 있다”고 덧붙엿습니다.

다만, 이 현상이 ‘기후되먹임(climate feedback)’ 현상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기후되먹임은 기후체계 내 한 과정의 결과가 다른 과정에 변화를 촉발하고 그것이 다시 처음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합니다.

한편, 지난 4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22년 3대 주요 온실가스의 대기 중 농도가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했습니다.

 

▲ 미국 항공우주국이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결과 2022년 9월 북극의 해빙이 최소 면적까지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NASA

빙하·해빙 소실 속도 ↑…IPCC “빙하 6000G기가톤 이상 사라져” 🇦🇶

더불어 2022년 한해 전 세계 빙하는 1.3m 이상 얇아졌습니다. 이 손실은 지난 10년의 평균을 뛰어넘은 속도로 매우 빠르게 녹아내린 것입니다.

보고서는 2022년 10월까지 스위스 고산지대의 빙하 부피는 기존보다 6%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에는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 내 가장 높은 측정지점에서조차 모든 눈과 얼음이 녹아버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아시아와 북미 등 주요 대륙 고산지대에서도 상당한 양의 빙하가 소실됐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1993년부터 2019년 사이 소실된 빙하의 무게는 6,000기가톤(Gt)에 달합니다.

남극 대륙의 해빙(바다 빙하)은 2022년 2월 기준 면적이 192만㎢(제곱킬로미터)까지 줄어들어 관측 사상 가장 적은 면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91~2020년 사이 평균 면적보다 약 100만㎢ 줄어든 것입니다.

 

▲ 2022년 세계 바다 면적의 절반 이상에서 해양온난화 현상이 최소 1회 이상 발생한 것이 관측됐다 ©WMO 보고서 갈무리

해수면 상승 속도·해양온난화 등 상당수 기후지표 모두 기록 경신 🌊

한편, 전지구 평균 해수면(GMSL), 해양온난화(OHC) 등 다른 기후지표들도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 평균 해수면은 연평균 4.62㎜ 높아졌습니다. 이는 2003~2012년 연평균 3.3㎜의 1.5배입니다.

또 전 세계 바다 면적의 약 58%에서 해양온난화 현상이 최소 1회 이상 발생한 것이 관측됐습니다.

해양온난화는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으로 해양생태계를 붕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해양산성화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WMO는 덧붙였습니다.

 

▲ 2020년 10월 촬영된 파키스탄의 셰환 샤리프 공항의 모습 이 공항은 2022년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완전히 침수됐다 ©SkySat

WMO “2022년 기후변화의 명백한 징후·영향 심화 확인돼” 🚨

기후문제로 인한 이상기후 등의 영향이 가시화됐단 것이 WMO의 설명입니다.

먼저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를 덮친 가뭄으로 인해 2023년 1월 기준 현재 200만 명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WMO는 기후변화로 인해 23억 명이 식량위기를 겪고 있고, 이중 9억 2,400만 명이 심각한 영양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기상 관측 시작 이래로 전례 없는 폭염을 겪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자, 인도는 밀 수출을 제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위기에도 영향을 미쳐 세계 식량가격 상승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줬습니다.

같은해 7월부터 시작된 폭우로 파키스탄은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습니다. 80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한 파키스탄 대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300억 달러(약 39조 7,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초 기후 및 날씨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인구 이동, 즉 기후난민이 증가했다고 진단했습니다.

 

▲ 2022년 전 지구 지표 평균 온도는 1990년부터 2000년 사이 평균보다 높았다 ©WMO 보고서 갈무리

중국과 유럽 또한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을 겪었습니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인해 1만 5,000여명이 넘는 초과사망자***가 발생했다고 WMO는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기후변화가 나무의 꽃을 일찍 개화시키거나, 철새 이동시기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WMO는 덧붙였습니다. 가령 2021년 일본의 벚꽃 개화 시기는 3월 26일로, 1200년 만에 가장 빨랐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영향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내 종의 개체수 감소 및 생물다양성 파괴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초과사망자: 통상 수준을 초과하여 발생한 사망을 의미한다.

 

WMO,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필요성 재차 강조 🛰️

이 때문에 WMO는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WMO는 “이상기후로 인한 사망률과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데 있어 조기경보시스템이 매우 효과적인 것이 입증됐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100여개국 이상에서 조기경보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단 것. 이에 WMO와 유엔은 5년 안에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계획은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합의문에 주요 기후적응 대책으로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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