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학교가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중단했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은 지구 성층권에 에어로졸 등을 분사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기술입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하버드대 및 산하 ‘살라타 기후·지속가능성연구소(이하 살라타 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하버드대 연구진은 2021년 스웨덴에서 소규모 태양지구공학 실험을 진행하려 했으나, 인근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습니다.
일명 ‘스코펙스(SCoPEx)’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형 풍선에 프로펠러와 센서가 탑재된 실험 장비를 매달아 성층권에 올려보낸 뒤 탄산칼슘을 대기 중에 뿌리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프랭크 코이치 하버드대 화학·생물학과 교수는 “더는 실험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스코펙스용으로 개발된 플랫폼은 태양지구공학과 관련 없이 성층권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용도를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태양지구공학을 비롯해 탄소제거(CDR)에 필요한 모든 기술 연구는 살라타 연구소가 이어갈 예정이리고 대학 측은 밝혔습니다.
“美 하버드대, 2021년 태양지구공학 기술 위한 첫 실험 스웨덴서 제동” 🤔
스코펙스 프로젝트는 2014년 하버드대 연구진들이 내놓은 한 논문을 통해 처음 제시됐습니다. 이후 하버드대 연구진은 태양지구공학 기술 시현을 위해 본격 시험 비행을 추진합니다.
실험은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립자인 빌 게이츠로부터도 관심을 받습니다. 덕분에 하버드대는 2017년 ‘태양지구공학 연구 프로그램’을 설립합니다. 지난 8년간(2017~2024년) 연구팀에게 투자된 금액만 약 1,600만 달러(약 21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하버드대의 시험 비행은 매번 지역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연구팀은 2021년 6월 스웨덴우주공사(SSC)가 운영하는 스웨덴 북부 ‘이스레인지우주센터’에서 기구에 에어로졸을 싣고 올려보낼 계획이었습니다. 대형 풍선에 탄산칼슘 약 600㎏를 싣고, 지상 20㎞ 성층권에서 서서히 살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화산재처럼 탄산칼슘 같은 에어로졸이 햇빛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통해 빛의 반사율 변화, 즉 태양지구공학이 실제로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
허나, 지역 원주민인 사미족과 기후활동가들을 필두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또한 하버드대와 SSC 연구를 비판했습니다.
끝내 스웨덴 우주국은 비행 시험을 취소합니다. 하버드대 스코펙스 자문위원회 또한 “스웨덴이 해당 비행 시험에 대해 최종 권고할 때까지 비행 시험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습니다.
태양지구공학 기술 실험에 거센 반발 나온 까닭은? ⛅
사미족 의회를 대표해 크리스티나 헤릭슨은 스코펙스 자문위에 “통제되지 않은 실험으로 인해 환경을 넘어 사회경제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합니다.
이어 그는 스코펙스 실험이 스웨덴을 비롯해 다른 나라에서 수행되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같은해 미 뉴욕대 연구진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생태계를 고려해야 한단 연구를 발표합니다.
에어로졸이 대기 흐름을 교란시켜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것이 뉴욕대 연구진의 설명입니다. 해양산성화,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의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그 결과, 스코펙스 프로젝트는 2021년 이후 동력을 상실합니다.
시카고대로 옮긴 데이비드 키스 교수 “실험 수행 가치 충분”…연구 계속 🧪
프로젝트 중단 배경에는 코이치 교수와 함께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키스 교수가 시카고대로 이직한 영향도 컸습니다. 키스 교수는 현재 시카고대에서 태양지구공학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중단 이유를 묻는 질문에 코이치 교수는 “실험 전반에서 사회적 수용성과 거버넌스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키스 교수는 하버드대 교내 신문 ‘하버드 크림슨’과의 인터뷰에서 실험 중단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습니다. 그는 태양지구공학 기술에 비판적인 언론과 기후활동가들의 압력 탓에 실험이 번번이 지연된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태양지구공학) 기술을 잠재적으로 사용할지 검토 중”이라며 “이같은 실험을 수행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은 작년 2월 보고서를 통해 기후대응 속도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긴급 사태’ 선택지 중 하나로 태양지구공학 기술이 고려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또한 태양지구공학 기술과 관련해 엄격한 규제와 연구의 필요성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환경법센터(CIEL) 위원회 설립이 되레 태양지구공학 기술 사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버드대 ‘스코펙스’ 프로젝트, 투명성 확보 위한 표준 남겨” ⚖️
기후경제학자이자 미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인 거노트 와그너는 MIT테크놀로지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스코펙스 프로젝트가 대표성을 띄었던 만큼 여론으로부터 많은 관심과 질책을 받았다고 와그너 교수는 평가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것은 아쉬우나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와그너 교수는 “(하버드대 연구팀이) 실험을 계획을 공개하는 등 실험을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태양지구공학 기술 연구를 위한 일종의 표준을 설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실험 중단이 공표된 당일 스코펙스 자문위는 최종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자문위는 태양지구공학을 비롯한 모든 지구공학 기술 실험에서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즉, 사회적 수용성을 해결해야 한단 것이 자문위의 결론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 또한 올해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지구공학이나 탄소포집 같은 기후대응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해소돼야 한단 점을 피력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