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직농장계 테슬라’로 불리던 미국 애그테크 스타트업 앱하베스트가 끝내 폐업했습니다. 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작년 7월 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26일 그리니엄 취재 결과, 앱하베스트의 파산 신청은 지난해 12월 5일(이하 현지시각)에 발효되며 폐업이 완료됐습니다. 그 결과, 미 나스닥(NASDAQ) 상장폐지가 결정됐습니다. 현재 회사가 운영하던 수직농장은 투자자들이 인수한 상황입니다.
한때 시가총액이 37억 달러(약 4조 9,300억원)에 달하던 앱하베스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앱하베스트의 폐업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단 분석이 켄터키주 현지매체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을뿐더러, 무엇보다 수직농장 내 직원들의 노동환경도 매우 열악했단 폭로가 나왔습니다.
“수직농장 기업서 美 나스닥 최초 상장, 투자금 8억 달러 넘은 앱하베스트” 🥬
2017년 미 남부 켄터키주에 설립된 앱하베스트.
앱하베스트는 석탄 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던 지역경제를 되살리겠단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켄터기주 수직농장에서 나온 농작물을 미 북동부·남동부에 하루만에 배송이 가능한 지리적 이점이 있단 것이 사측의 설명이었습니다.
앱하베스트는 수직농장의 환경적 이점도 내세웠습니다. 흙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을뿐더러, 물소비량도 재래식 농업과 비교해 90% 줄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사용해 작물 성장에 필요한 최적의 환경을 조성했단 것도 강점으로 내세웠습니다. 로봇을 사용해 작물 수확 작업 속도도 높였습니다. 실제로 앱하베스트는 2021년 작물 수확용 로봇 개발기업 루트AI를 6,000만 달러(약 799억원)를 주고 인수한 바 있습니다.
덕분에 앱하베스트는 미 농무부와 투자자 등으로부터 설립 후 약 8억 달러(약 1조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유치합니다. 또 2021년 수직농장 기업 중 최초로 미 나스닥 시장에 상장됩니다.
앱하베스트가 운영하던 대형 수직농장은 총 4곳.
켄터키주에 2곳, 버지니아주와 펜셀베이니아주에 각각 1곳이 위치했습니다. 그중에서도 2020년 문을 연 켄터키주 ‘모어헤드(Morehead)’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직농장 시설로 알려졌습니다.
시설 면적만 약 25만 6,410㎡. 서울시 여의도공원(22만 9,539㎡)보다 조금 큰 크기입니다. 모어헤드 시설 직원 수만 한때 500명 이상이었습니다. 이 시설의 주력 재배 작물은 토마토였고, 연간 생산량만 약 2만 3,000톤에 이르렀습니다.
냉방시설·식수 설비 부족, 열사병 만연…“지상에서 정말 지독한 지옥” 🔥
문제는 모어헤드 시설을 비롯한 앱하베스트의 수직농장 전반의 노동환경이 열악했단 것입니다.
기후전문매체 그리스트와 지역 탐사보도매체 켄터키주조사보고센터(KyCIR)의 공동보도에 따르면, 모어헤드 내 직원들을 위한 휴식시설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위 속에서 에어컨 같은 냉방 휴게시설이 부족했을뿐더러, 정수기 같은 기본적인 식수 설비 수도 제한적이었습니다.
모어헤드 시설은 기본적으로 유리온실이었습니다. 불볕더위가 닥치면 온실이 열을 가둬 시설 내부 온도는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설 내부 온도는 최고 68℃까지 치솟았습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열지수가 39℃를 넘으면 ‘위험’으로 판단하고, 52℃를 넘을 시 ‘극심한 위험’으로 보고 있습니다.
모어헤드 시설에서 작물관리를 맡은 재닛 무어란 전(前) 직원은 “열사병으로 최소 3번 이상 구토를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한때 담배 재배 농장에서 일한 그는 “온실 내부 열기가 야외 농장보다 훨씬 더 끔찍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더위에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습니다. 한 노동자는 모어헤드 시설을 가리켜 “지상에서 가장 지독한 지옥”이라고 회고했습니다.
회사의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회사 관리자들은 온실과 냉방기를 갖춘 포장시설에서 30분 간격으로 직원들을 교대로 배치했습니다.
“무더위 속 식수 섭취 제한, 화장실 갈 때도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
마찬가지로 켄터키주에 있던 ‘베리아(Berea)’ 시설도 노동환경이 열악했습니다.
한 직원은 “직사광선 아래에서 일하고 있을뿐더러, 몇몇은 열사병을 겪었으나 일찍 퇴근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다”고 항의했습니다.
베리아 시설의 경우 식수 설비 부족이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무더운 온실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휴게시간에만 물을 섭취하고, 화장실에 갈 수 있었습니다. 식수 장소는 온실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있는 트레일러에 위치했습니다.
화장실의 경우 관리자에게 허락을 맡아야 했으며, 이마저도 재빨리 다녀와야 했다고 한 직원은 밝혔습니다.
“최첨단 수직농장 AI가 관리, 실상은? 노동자 부족·훈련 부족, 생산성 저하” 🍅
이 가운데 회사 경영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어헤드 시설 운영 이듬해인 2021년 8월 앱하베스트는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3,200만 달러(약 426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합니다. 회사 경영진은 수익성이 낮은 원인을 “이직, 열악한 직업 윤리” 등을 언급하며 직원들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이에 주주들은 “앱하베스트가 생산성과 수익성에 대해 회사가 거짓말했다”며 소송을 제기합니다.
회사가 순손실을 발표한 날, 익명을 요구한 전직 직원은 모어헤드 시설에서 초과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모어헤드 시설 개장 당해 11월 그와 동료들은 회사로부터 “언제든지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의무적으로 초과 근무가 필요하다”고 통보받습니다. 이에 대해 상사에게 불평하자 그는 “희생하는 법을 배우라”는 말을 들었다고 그는 회고했습니다. 일부 직원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자정 직전까지 시설에서 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앱하베스트는 시설이 AI로 관리되고, 자동로봇이 작물을 수확한단 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습니다. 토마토 등 시설 내 작물의 가지치기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직원 교육도 부족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회사는) 일을 해본적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 온실에 던져두고 최소한의 교육만 했다”며 “그러면서 A등급 토마토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그리니엄이 미 뉴욕남부지방법원에 제기된 앱하베스트 소송 자료를 확인한 결과, 직원 교육 부족과 이직으로 인해 모어헤드 시설 내 첫 수확량 중 최대 50%는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부채 1.8억 달러”…해고·이직 움직임 속 교육·관리체계 부실 🥕
2021년 앱하베스트가 당초 예상했던 이익은 약 2,100만 달러(약 280억원). 허나, 그해 앱하베스트의 순이익은 약 900만 달러(약 119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듬해 2022년 순이익은 1,459만 달러(약 194억원)로 늘어나긴 했으나 마찬가지로 당초 예약 수익의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또 2022년 회사 수익이 늘어난 이유도 생산량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회사 내 고임금 노동자가 대거 해고된 탓이었습니다.
한 직원은 “2022년 2월, 사무실 직원 중 절반 이상이 해고됐다”며 “마케팅 부서는 직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이 일자 수직농장 시설 노동자 상당수도 다른 산업군으로 이직합니다. 이에 회사는 건강보험이나 고임금이 필요하지 않은 이주노동자를 대거 채용합니다. 직원 필수교육 횟수는 줄고, 안전관리체계도 더 부실해졌습니다.
그 결과, 수익성과 생산성은 더 저하돼 2023년 초 회사 부채는 1억 8,200만 달러(약 2,425억원)에 이릅니다.
현재 앱하베스트는 이주노동자 취업알선 기관 3곳에 모두 140만 달러(약 18억원)의 채무를 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앱하베스트, 수익성 개선 없이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지난해 세계 여러 수직농장 기업이 파산 또는 폐업했습니다. 수직농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약 75%는 에너지와 인건비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앱하베스트는 전체 전력의 약 70%를 켄터키주 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 유타주립대학 환경식물생리학과의 브루스 버그비 교수는 통제된 환경에서 최적의 작물 재배 환경을 만든단 그 자체가 생산된 작물이 “대부분 시장에서 매우 비싸게 팔린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가 위축된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습니다.
이같은 근본적 해결책 없이, 단기적으로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여 이익을 창출하고자 했던 앱하베스트는 점점 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단 것이 바로 문제였다고 버그비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그는 수직농장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자동화 로봇이 필요하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파종이나 수확 같은 반복적인 작업에 투입되는 인간의 노동력을 로봇공학으로 대체해야 한단 뜻입니다.
다만, 버그비 박사는 수직농장 그 자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총알이 아니다”라고 피력했습니다.
“앱하베스트가 강조한 지속가능한 기업문화·기후친화적 농업은 없었다” 🤔
한편, 앱하베스트와 회사 전(前) 경영진들은 증권 사기 혐의로 총 5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습니다. 회사 이사 중 한 명이자 월스트리트 유명 펀드 대표인 제프 우벤은 2021년 8월 앱하베스트 순손실 공개 발표 직전 주식을 팔아 현금화한 것이 밝혀져 고소당한 상태입니다.
회사가 파산을 신청한 몇 달뒤인 작년 9월 앱하베스트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였던 조나단 웹 대표는 회사에서 해고됩니다. 현재 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 파산 후 직원들은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져, 다른 일을 찾고 있습니다.
취업정보플랫폼 인디드에 올라온 앱하베스트 관련 리뷰는 총 74건. 이중 45건은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남겼습니다.
한 직원은 “앱하베스트가 창립 초기부터 광고한 지속가능한 기업문화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직원은 “24시간 내내 일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한 (앱하베스트에서) 일하지 말라”며 “자격이 없는 경영진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리스트는 “(미 상원의원이) 앱하베스트를 칭찬하는 동안에도 앱하베스트는 이미 붕괴를 향해 가고 있었다”며 “유명 스타트업의 종말은 기후친화적 농업을 약속하는 첨단기술 농업 계획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023년 수직농장 대기업 파산·폐업 이유 모아보기]
① 소리소문 없이 5억 달러와 함께 사라진 수직농장 기업 ‘인팜’
② “지상에서 가장 지독한 지옥” 수직농장계 테슬라 美 앱하베스트가 폐업한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