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세계 배터리 공급망 기지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단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싱크탱크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지난 22일 ‘한국의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허브 구축 가능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SGI는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을 대신해 공급망 허브를 구축할 수 있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까지”…中 배터리 공급망서 상당한 영향력 발휘 🔋
현재 배터리 공급망은 크게 ‘원자재 채굴 → 제련 → 배터리 셀·팩 생산 →모듈’ 등의 단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거의 모든 단계에서 중국이 상당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은 전 세계 배터리 셀 생산의 약 75%를 담당합니다. 양극재·음극재 등 셀 구성요소도 세계 생산의 약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주요 광물 제련도 60% 이상을 차지할뿐더러, 핵심광물 상당수가 중국에 편중돼 있습니다.
한국도 배터리 핵심광물 5대 품목(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에 대한 대(對)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대한상의 SGI “韓 세계 배터리 기지 될 잠재성 충분”…이유는? 🤔
한국 기업의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4%. 단, 세계 배터리 생산 점유율은 1%로 작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배터리 허브 구축에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서는 판단했습니다.
먼저 셀 구성요소인 양극재 공급에서 한국 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입니다.
2022년 양극재 세계 시장 점유율을 살펴본 결과, 한국 에코프로가 7%로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LG화학 5%, 엘앤에프(L&F) 4% 등으로 양극재 공급에서 한국 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터리 셀 부문에서도 주요 기업을 보유하고 있단 것도 이점입니다. 배터리 셀 생산 시장점유율을 살펴본 결과, 중국 기업이 전체 62.6%를 차지해 위상이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번째로 높은 비중인 23.8%를 차지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대기업 대다수가 세계 10대 기업에 포함된 점도 긍정적 요소로 평가됩니다.
또한, 한국은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에 리튬을 더하여 만든 삼원계 양극재의 최대 수출국인 점도 긍정적인 요소입니다. 전 세계 삼원계 양극재 수출에서 한국은 76.8%를 차지합니다.
현재 중국이 상당 부분 공급하는 핵심광물의 경우 실제 매장량이 중국 이외의 국가에 분산된 덕에 공급망 개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습니다.
예를 들어 주요 광물 매장 비중을 살펴보면,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가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니켈은 인도네시아, 리튬은 호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천연 흑연은 현재 중국이 약 80%를 생산하고 있으나, 유럽이나 브라질 등 다양한 지역에 매장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3년 韓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액 세계 3위…공급망 위상서 21위 차지 📉
다만 SG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은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SGI는 국가간 무역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공급망 내에서 중계 역할을 측정하는 지표인 ‘매개중심성’을 계산하여 국가별 공급망 위상을 비교·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배터리 중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미국·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이 매개중심성이 높아 공급망 내에서 위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중국과 한국은 리튬이온배터리 수출액이 각각 세계 1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허나, 매개중심성은 수출순위보다 낮은 7위와 21위를 기록했습니다.
리튬이온전지 수출액 자체는 높지만, 소수 국가에 수출이 집중됨에 따라 공급망 내 한국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단 것이 보고서의 설명입니다.
“韓 기업 중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 필요” 🌐
이에 보고서는 한국의 배터리 공급망 내 위상을 높이기 위해선 배터리 무역의 대중국 무역수지를 개선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또 핵심광물 5대 품목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국가적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국내생산 강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단 제언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계 배터리 생산 점유율은 1%. 이는 국내 전기자동차 생산의 세계 생산 비중(3.9%)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배터리 수요를 담당하는 전기차의 국내생산이 이루어져야 배터리 또한 국내생산이 확대된단 것이 보고서의 말입니다.
한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투자세약의 ‘직접환급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이는 기업이 투자금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금으로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이 제도를 이미 시행 중입니다.
나아가 소재·부품과 광물 중에서 가능한 부문은 국내에서 생산하고, 중국 의존도가 높은 광물은 수입다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해외광물개발을 위한 민관협력체 설립의 필요성도 언급됐습니다.
보고서는 “배터리 공급망은 광산에서부터 소재·부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 분산돼 구축된다”며 “국내에서 이를 다 보유하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기술발전 향방에 따라 배터리 공급망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에 맞추어 국내 기업들도 차세대 이차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인산철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이 사례로 언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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