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양국이 정삼회담을 계기로 핵심광물 협력 강화에 나섭니다.

지난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천연자원부와 핵심광물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른바 ‘핵심광물 공급망·청정에너지 전환·에너지안보 협력 MOU’입니다.

양국은 핵심광물 조달 전 과정(채굴·제련·교역·재활용 등)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전부터 양국 간 핵심광물 협력은 확대되고 있었으나, 이번 MOU를 계기로 국내 자원안보를 위한 공급망이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탈중국화 기로 놓인 국내 이차전지, “캐나다 통해 핵심광물 다각화 기대” 🤝

작년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너지안보 및 기후대응을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서명했습니다.

IRA는 중국 배제를 기조로 합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IRA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2024년부터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 2025년부터는 핵심광물을 ‘해외우려단체(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습니다.

더불어 핵심광물 부문에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핵심광물을 채굴하거나 가공해야 한다는 조항도 명시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핵심광물의 대중국 의존도와 미국 내 배터리 수출 점유율 모두 높아 이차전지의 ‘탈중국화’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미국과 FTA를 맺은 캐나다가 중국산 핵심광물을 대체할 수 있는 국가로 떠올랐습니다.

 

▲ 10개 주州와 3개 준주準州로 구성된 캐나다의 2020년과 2021년 영토별 광물생산 표 ©캐나다 천연자원부

차세대 핵심광물 공급국으로 떠오른 캐나다, 그 배경은? 🇨🇦

캐나다가 차세대 핵심광물 공급국으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크게 ①풍부한 광물자원 ②정부 보조금 및 핵심광물 전략 ③지리적 이점 등이 거론됩니다.

 

1️⃣ 풍부한 광물자원: 배터리 생산 핵심광물 상당수 캐나다에 매장 ⛏️

먼저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토가 큰 나라인 캐나다는 자원이 풍부합니다. 캐나다는 ▲약 60가지 이상의 광물자원 ▲200여개 광산 ▲6,500여개 채석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퀘백주·온타리오주·브리티시컬럼비아주·뉴펀들랜드 레브라도주 등 4곳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 4개 주는 2021년 캐나다 총 광물 생산량의 4분의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 상당수가 캐나다에 매장돼 있단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2022년 기준 캐나다 천연자원부의 통계에 의하면, 캐나다 역내에는 리튬 53만 톤 이상이 매장돼 있습니다. 코발트(22만 톤)와 니켈(16만 7,000톤)의 매장량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습니다.

이밖에도 희토류와 흑연 매장량은 각각 세계에서 9번째와 10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퀘벡주의 경우 캐나다에서 가장 큰 리튬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천연자원부는 해당 지역에 약 8,643만 톤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 캐나다 퀘백주에 위치한 말라틱 광산의 모습 이 광산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금광이다 ©Agnico Eagle

2️⃣ 정부 보조금 및 핵심광물 전략: 핵심광물 개발에 막대한 보조금 지급 📜

그간 캐나다에서는 리튬 생산이 제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 대란을 계기로 리튬의 공급 및 수요 불균형이 세계적으로 대두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리튬 개발을 위한 다수의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또 지난해 캐나다 정부는 자국 내 핵심광물 소재 및 활용방안 등을 담은 ‘제1차 캐나다 핵심광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 전략에는 핵심광물 현황, 광물 탐사, 재활용 등 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연결하고자 하는 캐나다 정부의 목표와 지원이 상세히 담겨있습니다.

이밖에도 캐나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여러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일례로 유망한 광산 투자, 광산 생산, 배터리 재활용 등을 지원하고자 ‘혁신·과학·경제 개발 캐나다 기금’도 조성했습니다.

아울러 청정기술 개발을 위해 30억 캐나다 달러(약 2조 8,100억원)를 지원하는 ‘넷제로 액셀러레이터(Net Zero Accelerator)’, 청정연료 산업 육성을 위한 ‘청정연료기금(Clean Fuels Fund)’ 등 정부 차원의 지원기금이 구축돼 있습니다.

 

▲ 캐나다는 풍부한 자원 지리적 이점 정부 보조금 등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블룸버그NEFBNEF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에서 2위를 차지했다 ©BNEF 제공 greenium 번역

3️⃣ 지리적 이점: 2022년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서 2위 차지 🌎

캐나다 정부는 핵심광물 목록을 크게 31개로 정리했습니다. 이중 리튬·흑연·니켈·코발트·구리·희토류 원소 등 배터리 제조에 핵심인 6개 광물은 우선순위로 지정하여 활용현황 정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고 있습니다.

코발트·흑연·니켈 등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적으로 통치되는 유일한 국가란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 지난해 11월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가 발표한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평가’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캐나다가 2위에 올랐습니다.

콩고민주공화국·볼리비아 등 다른 자원 부국은 캐나다보다 자원 매장량이 풍부하나, ▲배터리 제조 능력 및 기술 부족 ▲현지 전기차 수요 부족 등으로 인해 낮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캐나다는 미국 바로 옆에 자리한 덕에 안정적으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인프라)이 구축돼 있습니다. 현지 전기차 수요도 높을뿐더러, 북미산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는 IRA의 규정 덕에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난해 3월 23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스텔란티스Stellantis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예정 부지에서 양 기업의 주요 인사와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혁신과학경제부 장관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François Philippe Champagne 트위터

LG엔솔, 캐나다 정부 ‘보조금’ 갈등…“트뤼도 총리 방한서 풀지 못해” 😢

한편,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캐나다 정부 인사들은 국내 주요 기업인과 반도체 및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LG엔솔)과 캐나다 정부와의 보조금 협상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습니다.

앞서 작년 3월 LG엔솔은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캐나다 정부와 협력해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기업은 공동으로 50억 캐나다 달러(약 4조 8,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 상반기에 공장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미국의 IRA 발표 후 캐나다 정부는 미국에 투자 기업을 빼앗기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적인 지원금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지원금 부담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해 양 기업에게 약속했던 상당 규모의 재정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에 해당 공장은 최근 건설이 중단됐습니다.

반면, 온타리오주 남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독일 폭스바겐(Volkswagen)에는 130억 캐나다 달러(약 12조 8,000억 원)의 보조금 지급이 약속돼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 지난 17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국내 주요 기업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트뤼도 총리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 ©Justin Trudeau 트위터

트뤼도 총리 방한으로 이뤄진 양국 외교·산업 당국이 함께 참여하는 장관급 경제안보대화에서 프랑수아 필립 샴페인 캐나다 혁신과학경제개발부 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양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늘리고 폭스바겐과 유사한 거래를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루앤 고셀린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이미 캐나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LG엔솔도 지난 17일 트뤼도 총리와 이방수 LG 엔솔 사장과의 회동에서 유의미한 해결책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양국 기후변화 파트너십도 논의…“청정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할 것”⚡

정상회담에선 기후대응 및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한 양국 간 파트너십도 논의됐습니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2024년 제1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6)까지 국가 생물다양성전략 및 시행계획을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명시됐습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은 캐나다가 주도하는 ‘글로벌 탄소가격 챌린지(GCPC)’에도 참여합니다. GCPC는 트뤼도 총리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계기로 출범시킨 이니셔티브입니다. 탄소가격제 적용 범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신규 탄소가격제를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트뤼도 총리는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글로벌 탄소가격 챌린지에 동참하는 국가”라고 평했습니다.

이밖에도 트뤼도 총리는 한국 지자체들의 탈석탄동맹(PPCA) 참여와 양국 간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청정기술 방안 관련 협력도 환영했습니다. 청정에너지 분야는 양국이 맺은 MOU를 통해 협력이 강화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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