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각) EU 집행위는 이같은 목표가 담긴 ‘2040 기후목표’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50 기후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중간 목표에 해당합니다.
EU 집행위가 발표한 이번 권고안에서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은 제외됐습니다. 같은날 EU 집행위는 농업용 살충제 감축 의무화 규제 법안도 철회했습니다.
EU 집행위의 이같은 결정은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전역에서 농업 정책에 반발한 농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2040 기후목표’로 1990년 대비 90% 감축 제안한 EU 집행위, 이유는? 🤔
EU의 기후목표는 2021년 6월 발효된 ‘유럽기후법(ECL)’에 명시돼 있습니다. 법에는 EU가 2050년까지 기후중립을 달성해야 한단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후중립은 주요 온실가스 중 하나인 이산화탄소(CO₂)를 포함해 메탄·아산화질소 등 6대 온실가스의 순배출을 0으로 만든단 뜻입니다.
이를 위해 EU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단 내용을 담은 ‘2030 기후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을 실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2040 기후목표는 앞선 목표보다 감축량이 35%P(퍼센트포인트) 늘어난 90%로 설정됐습니다.
이 목표는 지난해 6월 ‘기후변화에 관한 유럽연합과학문위원회(ESABCC)’의 권고안에 따른 수치입니다. 자문위는 파리협정 1.5℃ 목표 달성을 위해선 EU 배출량이 1990년 대비 90~95% 감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당초 자문위가 제안한 목표보다 낮은 2040년까지 80% 감축 목표치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이 경우 “2050 기후중립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결국 폐기됐다”고 EU 집행위는 밝혔습니다.
붑커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유럽의회에서 연설에서 “오늘은 기후중립을 향한 EU 여정의 또 다른 단계”라고 강조했습니다.
EU 집행위 “2040년까지 에너지 시스템·운송 부문 탈탄소화 목표” ⚖️
2040 기후목표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①에너지 ②운송 ③농업 분야입니다.
먼저 에너지 부분입니다. EU 집행위는 2040 기후목표의 일환으로 에너지 시스템 탈탄소화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탄소제거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등 가능한 모든 기술을 활용한단 구상입니다.
특히, 2040년까지 에너지용 화석연료 소비를 2021년 대비 약 80% 줄이단 목표도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 2031~2050년 EU 내 화석연료 수입 비중을 2011~2020년 연간 평균 대비 2조 8,000억 유로(약 4,009조원) 줄인단 계획입니다.
그 대신 빈자리를 재생에너지·원자력·바이오에너지 등으로 채운단 계획입니다.
에너지 시스템 탈탄소화를 위해선 연간 약 6,600억 유로(약 944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EU 집행위는 내다봤습니다. 또 2011~2020년 대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추가로 에너지 전환에 투자해야 한단 내용도 담겼습니다.
더불어 EU 집행위는 탄소포집과 소형모듈원전(SMR) 배치 가속화를 목표로 산업동맹을 출범시킨단 구상입니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목표로 합니다.
운송 부문 관련 배출량 감축 계획도 담겼습니다. 세부적으로 무공해차 확산 같은 탈탄소화 기술과 탄소가격 채택 등으로 배출량을 감축한단 구상입니다.
EU 집행위는 이 경우 2040년까지 운송 부문 배출량이 1990년 대비 8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밖에도 순환자원 활성화 등 순환경제 조치가 포함됐습니다.
유럽 전역서 트랙터 시위 확산…“2040 기후목표서 농업 목표 결국 제외” 🚜
반면, 농업 부문 배출량 감축 계획은 아예 철회됐습니다. 당초 초안에는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0% 감축해야 한단 내용이 담겼으나, 최종안에서는 아예 삭제됐습니다.
그 대신 “농업도 2040 기후목표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최종안에 담겼습니다.
농업 부문 배출량 감축과 관련해 목표치나 단계별 이행계획이 사라진 이유는 유럽 농민들의 시위에 따른 조치로 해석됩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프랑스 농민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해 트랙터로 고속도를 점거하는 ‘트랙터 시위’를 전개했습니다.
연료비 상승, 수입 농산물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등 수익성이 악화한 가운데 정부가 농업용 연료 보조금 삭감을 발표하자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입니다.
이같은 트랙터 시위는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전 지역으로 퍼졌습니다.
농민들의 거센 시위에 EU 집행위는 일단 한발 물러났습니다. 실제로 훅스트라 집행위원은 2040 기후목표 발표 당시 “시민 대다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길 원한다”면서도 “본인들의 생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40 기후목표, 차기 유럽의회 및 EU 집행위서 최종 결정” 📊
EU 집행위가 제시한 2040 기후목표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이번 권고안은 통신문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입니다. 2040 기후목표는 오는 6월에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 후 구성된 차기 EU 집행위가 상정할 예정입니다.
즉, 2040 기후목표는 올 하반기에 출범할 새 집행위와 유럽의회에서 최종 결정된단 뜻입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우파가 강세가 보여 향후 EU가 강력한 기후정책을 통과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