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미국이 수출터미널의 신규 건설에 대한 승인을 일시적으로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단, 기존에 승인받은 사업은 이번 발표에 따른 영향에서 제외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 홈페이지에 이같은 결정이 담긴 성명을 공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LNG 수출이 에너지 비용과 미국의 에너지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국가안보상 긴급상황은 예외라고 단서를 두었으나, LNG 수출터미널의 신규 건설 승인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입니다.
주요 환경단체들은 LNG 수출터미널의 승인을 보류하기로 한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습니다. 반면, 석유·천연가스 업계는 바이든 정부의 결정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이번 결정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 LNG 신규터미널 승인 일시 중단…17개 승인 보류 ⚖️
2016년부터 LNG 수출을 시작한 미국은 현재 하루 평균 3억 2,800만㎥ 상당의 LNG를 수출하는 세계 최대 수출국입니다.
특히, 2022년 2월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처를 시행한 후 수출량이 더 급증했습니다. 미 에너지부에 의하면, 2023년 미국에서 수출된 LNG 중 60% 이상이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내 LNG 수출터미널은 총 7개입니다. 이밖에 신규 LNG 수출터미널이 미 남부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를 따라 잇따라 건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따라 17개 프로젝트의 승인이 당분간 보류됐습니다.
석유·천연가스 산업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는 회장 성명을 통해 “이같은 결정은 러시아의 승리”라고 비난했습니다.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에 동참한 동맹국에게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단 약속을 저버렸단 지적입니다.
루이지애나주에 미국 최대 LNG 수출터미널을 건설하려던 천연가스 기업 벤처글로벌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즉각 비판했습니다.
“NYT·WP·WSJ, 바이든 대통령 11월 대선 앞두고 기후유권자 의식” 🤔
바이든 행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는 올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후유권자를 의식했단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젊은 기후활동가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탄원을 고려한 결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3대 일간지는 LNG 수출터미널 승인에 반대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퍼졌단 사실을 전했습니다.
특히, 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틱톡(TikTok)을 중심으로 관련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벤처글로벌이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하려던 ‘칼카시유 패스 2(CP2)’ 프로젝트가 막대한 배출량을 내뿜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영상이 확산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해당 영상은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약 700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백악관이 해당 논의를 위해 관련 영상을 만든 틱톡커와 회의를 진행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단, 회의 결과가 LNG 수출터미널의 신규 승인 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 묻는 논평에 백악관은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별개로 알리 자이디 백악관 기후고문은 기후활동가들과의 대담에서 나온 불만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요 기후환경단체는 바이든 정부가 LNG 생산과 석유 추가 시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한편, 지난 22일 미 콜로라도대 미래사회환경센터(C-SEF)는 기후유권자들의 우려가 2020년 미 대선에 영향을 줬단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미국 유권자 4,513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분석 결과 2020년 대선 당시 기후대응 문제 덕에 미국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3% 더 많은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기후문제가 아니었다면 공화당이 2020년 선거에서 승리하기엔 충분한 3%의 지지율을 얻었을 수 있다”고 결론냈습니다.
실제로 이번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를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공화당원들은 고의로 이를 부인하고 미국 국민이 위험한 미래를 처하게 하지만 (우리) 행정부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다”며 “특수이익단체들에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前)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미국의 에너지와 국가안보를 훼손한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美 LNG 신규터미널 승인 일시 중단, 유럽·아시아 국가 영향은? 🌐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미국산 LNG에 의존하던 유럽과 아시아 국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석유·천연가스 업계를 중심으로는 이번 결정이 유럽과 아시아의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할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반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LNG 수출터미널의 신규 승인 중단이 유럽이나 아시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구체적인 일시 중단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단,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오는 11월 대선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사전에 백악관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통보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국가안보상 긴급상황은 예외란 단서가 달린 덕에 이번 결정이 EU의 에너지안보에 중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독일 경제기후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결정이 당장은 독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에너지안보·기후변화 선임연구원인 벤 카힐은 “이번 결정은 다가오는 LNG 물결이 아니라 잠재적인 미래 LNG 물결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관세청이 발표한 천연가스 수출입 무역통계에 의하면 2023년 천연가스 수입량은 약 4,415만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별 수입현황을 보면 호주(1,042만 톤)가 가장 많았고, 카타르(860만 톤)와 말레이시아(612만 톤)가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은 약 511만 톤으로 4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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