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세계 물류 동맥인 파나마 운하가 유례없는 가뭄으로 인해 선박 통항에 제한을 겪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선박 통항 제한이 최소 10개월 이상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파나마운항청(ACP)은 “일일 (제한) 통항 선박 대수가 최소 10개월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ACP는 운하를 구성하는 가툰 호수와 알라후엘라 호수 등이 가뭄으로 수위가 크게 낮아진 탓에 이번 조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담수’로 운영되는 파나마 운하, “100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통항 제한” 🛳️

파나마 지협을 가로지르는 약 82㎞ 길이의 파나마 운하입니다. 북미와 남미 대륙이 운하로 연결된 덕에, 남미 끝을 둘러 운항했던 선박들의 이동거리는 1914년 파나마 운하 개통 직후 약 1만 3,000㎞ 단축됐습니다.

파나마 운하를 통항하는 연간 선박 수는 약 1만 5,000척. ACP에 따르면, 전 세계 해상무역의 약 6%가 파나마 운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파나마 운하의 항로가 위협받는 상황이란 것.

파마나 운하는 다른 운하들과 달리 담수로 채워 운하의 수위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운하의 수심이 낮아져 선박 통항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각 선박이 파나마 운하 수문을 통과하기 위해선 담수가 최대 2억 리터는 필요합니다. 바다로 내보낸 물의 양만큼 담수가 다시 운하로 흘러들어와야 운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강수량이 풍부한 파나마는 현재 중남미를 덮친 최악의 가뭄으로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올해 1~5월 강수량은 평균치의 47%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운하에 물을 공급하는 가툰 호수의 수위는 지난 7월 역사상 최저치로 낮아졌습니다.

 

▲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 운하는 해발 26m에 가톤 호수가 있어 운하 중앙부의 표고가 높아 갑문을 이용해 배의 수위를 조절한다 ©Thomas Römer 제공 greenium 번역

파나마 운하 수문에 흘려보낼 물을 구할 수 없다면 대형 선박이 점점 통과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로 인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은 32척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파나마 운하의 일일 수용량은 최대 약 50척에 달합니다.

물속에 잠긴 선체 깊이를 뜻하는 최대 홀수 제한(13.4m)도 당분간 계속될 예정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싣고 있는 선박은 더 가라앉기에 더 큰 홀수가 필요합니다.

수위가 낮아진 만큼,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최대 홀수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ACP는 밝혔습니다.

통항 선박에 제한이 생기며 파나마 운하 주변에는 병목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파나마 운하 인근 통항 대기 상태인 선박 수는 통상 90여척에서 200여척으로 급증했습니다.

 

▲ 태평양 부근에서 파나마 운하를 건너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들을 위성으로 촬영한 모습 빨간색은 파나마 운하를 표시한 구역이다 ©Planet Labs

크리스마스 물류 성수기 앞두고 파나마 운하 병목현상 심화 우려 📦

이같은 파나마 운하 내 병목현상이 물류비용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일리아 에스피노 ACP 부청장은 로이터통신에 “통항 제한 연장에 따라 다음 우기 전까지 운하의 물을 가둬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면서도 “크리스마스 물류 성수기를 앞두고 통항을 원하는 선박이 점점 늘어 병목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물류정보업체 프레이토스(Freightos)의 주간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FBX)에 따르면, 아시아와 미국 동부의 경우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운임지수가 6월 30일 2,203달러(약 291만원)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각) 2,991달러(약 396만원)까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다만, 파나마 운하 수위 감소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존재합니다. 낮은 수위로 인해 물동량이 줄긴 했으나 여전히 선박들이 파나마 운하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나마 운하 이용 물량 세계 1위인 미국에서도 현재까지 큰 피해는 없는 상태입니다.

공급망 위험 관리 전문업체 '에버스트림 애널리틱스(Everstream Analytics)'는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해상 운송업체 상당수가 선박의 하중을 줄여야 했다”면서도 “현재까지 일정과 운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오는 12월 크리마스 성수기를 앞두고는 일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관은 조심스럽게 내다봤습니다. 뉴욕·뉴저지항만청(PA) 또한 항만 내 물동량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2024년에 중남미 지역의 가뭄이 더 심화될 경우 파나마 운하의 통항은 더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ACP

“엘니뇨 현상으로 파나마 운하 수위 더 낮아질 우려” 🌊

그러나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파나마를 포함한 중남미 지역의 가뭄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중남미 지역에서는 가뭄이 더 심화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납니다. 달리 말하면, 파나마 운하의 수위가 더 낮아질 수 있단 것.

해상 운임 플랫폼 제네타(Xeneta)의 수석 분석가인 피터 샌즈는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2024년 상반기에 이르면 가뭄이 더 심해질 수 있다”며 “평년처럼 수위가 채워지지 않으면 말 그대로 잠재적인 재앙이 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덴마크 해운사 ‘에이피 몰러 머스크그룹(A.P. Moller–Maersk·이하 머스크)’은 파나마 운하 통항 제한으로 인해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면서도 “(파나마 운하를 포함한) 주요 해운경로에 기후위험이 잠재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가운데 일부 해운사는 파나마 운하를 대체할 수 있는 운송경로를 모색 중인 상황이나, 대안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일부 업체는 운하 대신 캘리포니아주에서 선적해 미 동부까지 기차로 화물을 운송하는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한편, 파나마 운하 상위 이용국인 우리나라 또한 이번 통항 제한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2020년 기준 파나마 운하 이용 물량에서 우리나라는 5위(약 2,800톤)를 차지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28일과 29일, 양일간 파나마를 방문해 운하 통항 관련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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