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가 공직에서 물러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에 합류할 계획입니다. 케리 특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정책을 이끄는 핵심 인물 중 하나입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AFP통신·악시오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조만간 기후특사에서 사임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울 계획입니다.
케리 특사는 지난 10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현재 인수인계를 위해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과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 소식을 처음 보도한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케리 기후특사가 봄이 오기 전 몇 달 안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기후대응 핵심 축인 케리 특사 사임 의사 밝힌 이유는? 🤔
올해 80세인 케리 특사는 미국 국무장관과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낸 거물 정치인입니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바 있습니다.
케리 특사는 기후대응에 목소리를 내온 유명 정치인이기도 합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마지막 국무장관(2013~2017년)을 역임한 그는 2015년 파리협정의 주요 초안자 중 한 명입니다.
국무장관 사임 직후 사실상 정계 은퇴 예정이었으나, 2020년 미 대선에서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이 그를 기후특사로 임명했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만큼 기후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고 관련 정책의 위상을 높이겠단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로 평가됐습니다.
실제로 케리 특사는 그간 백악관의 실세 인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기존보다 더 공격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의 50~52%까지 감축하겠단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 케리 특사는 지난 3년간 바이든 행정부에서 기후협력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긴밀한 협상을 이어왔습니다. 영국 글래스고부터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열린 기후총회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끌며 중국과의 협력을 도출했습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막 직전인 작년 11월 중국과 협상을 통해 ‘서니랜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성명은 미중 양국간 기후대응 협력 강화를 골자로 합니다.
이 가운데 케리 특사가 기후특사직에서 사임을 결정한 것. 악시오스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2024년 기후대응 진전을 위한 가장 큰 과업이란 것이 케리 특사의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후임 인사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셰전화 중국 특사도 건강상 이유로 은퇴”…NYT “기후외교 미래 우려” 🤝
이번 사임은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의 사임 소식 불과 하루만에 나와 더 주목받았습니다.
케리 특사 사임 전날인 12일 중국 생태환경부는 셰전화 특사가 건강상 이유로 기후특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셰전화 특사의 후임 인사로는 류전민 전(前)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이 임명됐습니다. 류 신임 특사는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유엔 경제사회처(DESA) 사무차장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협정 등 기후협상에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NYT는 케리 특사의 사임과 셰전화 특사의 은퇴 소식에 대해 “두 인물이 떠난 기후외교가 어떤 모습일지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그간 기후대응에 있어선 정치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하단 입장을 피력해 왔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또한 비슷한 평가를 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린 ‘COP28 결과 공유와 대응 전략’ 세미나에서 김 대사는 “셰전화 특사와 케리 특사가 COP28 최종합의 문서 타결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사는 “(두 사람의) 우정이 도움을 줬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케리 특사는 셰전화 특사의 은퇴 소식과 지난 13일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서니랜드 성명부터 COP28에 이르기까지 서로 차이점이 있었으나 종종 공통점을 찾았다”며 “함께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케리 특사는 “셰전화 특사의 은퇴 소식을 듣고 슬프다”면서도 “(기후대응이란) 중요한 싸움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