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에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이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정확히는 당사국이 원자력·CCUS·저탄소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
CCUS 기술이 기후총회에서 처음으로 탄소감축 수단으로 인정받았다는 평가와 함께 CCUS 투자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반면, 일각에서는 CCUS의 비용효율이 낮고 화석연료 수명 연장의 명분으로 사용될 것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COP28 이후 더욱 커진 CCUS에 대한 기대 및 우려와 함께 관련 동향을 살펴봤습니다.
COP28 합의문, 최초로 ‘CCUS·저탄소수소’ 명시 📜
이번 COP28 합의문에는 ‘최초’란 수식어가 유독 여럿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후테크 업계의 기대를 받는 대목은 28항의 “탄소포집 및 활용, 저장과 같은 감축 및 제거 기술, 특히 감축이 어려운 분야의 탄소포집 및 감축 기술, 저탄소수소 생산 등 무배출·저배출 기술을 가속화*”한다는 문구입니다.
198개 당사국이 CCUS 기술과 저탄소수소를 탄소감축·제거 기술로 인정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합의문 속 ‘에너지 시스템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서도 볼 수 있듯, 각국은 향후 에너지 생산에서의 탄소감축에 우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CCUS와 결합된 에너지 생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작물이 흡수한 탄소로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동시에 해당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입니다.
일반적으로 블루수소를 뜻하는 저탄소수소 또한 CCUS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지만 이를 포집해 제거했기 때문에 ‘저탄소’로 인정받는 것.
*Accelerating zero- and low-emission technologies, including, inter alia, renewables, nuclear, abatement and removal technologies such as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 and storage, particularly in hard-to-abate sectors, and low-carbon hydrogen production
COP28 폐막 직후, 美·英 CCUS 적극 확장 나서 🇺🇸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이 일찍이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세우고 블루수소 생산을 위한 CCUS 개발을 지원해 왔습니다.
COP28 폐막 직후 발 빠르게 나선 국가도 미국입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청정에너지시범국(OCED)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8억 9,000만 달러(약 1조 1,500억원) 상당의 CCS(탄소포집·저장)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텍사스주 베이타운 CCS 프로젝트(천연가스 발전소) ▲캘리포니아주 서터 탈탄소화 프로젝트(천연가스 발전소) ▲노스다코타주 프로젝트 툰드라(석탄 발전소) 등 총 3개의 프로젝트가 선정됐습니다.
OCED는 해당 프로젝트로 연간 775만 톤의 CO₂를 포집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는 내연기관차 170만 대의 연간 CO₂ 배출량에 해당됩니다. 포집된 탄소는 각각 별도의 지하 저장소에 격리 저장됩니다.
영국도 CCUS 시장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장기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0일 영국 에너지안보넷제로부(DESNZ)가 발표한 2035년까지 CCUS 시장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CCUS 비전(CCUS Vision)’입니다.
영국 CCUS 산업이 2035년까지 연간 5,000만 톤 이상의 CO₂를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영국은 이전부터 CCUS 시설을 대규모로 구축하는 ‘CCUS 클러스터’ 계획을 추진해 왔습니다. ‘동부 해안클러스터(ECC·East Coast Cluster) 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대규모 탄소포집·수송 시설을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경제성 확보를 골자로 합니다.
영국 정부는 ECC 프로젝트를 포함해 약 2030년까지 4개의 CCUS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지난 3월 영국 재무부가 향후 20년에 걸쳐 200억 파운드(약 33조원)의 예산을 책정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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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CCUS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미국을 보라” 🇺🇸
주요국이 CCUS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단 분석도 나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기후총회가 열리던 지난 11일 화석연료 기업이 생산 감축보다 CCUS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국의 경험은 그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논평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10월 취소된 ‘하트랜드 그린웨이(Heartland Greenway)’ 프로젝트를 꼽았습니다.
CCS 전문 개발 기업인 네비게이터CO₂벤처가 미 중서부의 5개 주에서 탄소를 포집해 일리노이주 지하저장소에 저장하는 프로젝트입니다. 5개 주에 걸친 약 1,300마일(약 2,092㎞) 규모 파이프라인이 건설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안전성 및 일방적 토지 수용에 대한 우려로 중서부 지역사회의 반대가 거세자 사우스다코타 주정부는 지난 9월 허가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이에 네비게이터CO₂벤처가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
블룸버그는 미 연구기관 캐피탈알파파트너스의 제임스 루시어 이사의 말을 인용하며 현재 대기 중인 다른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비영리기관 청정공기태스크포스(CATF)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운영 중인 CCUS 프로젝트는 단 14개뿐입니다. 현재 미 환경보호청(EPA)에 등록 대기 중인 프로젝트는 200개가 넘습니다.
현재까지 실적이 부진하단 점도 우려를 키웁니다.
미 정유기업 셰브론이 운영하는 호주의 ‘고르곤 프로젝트(Gorgon Project)’가 대표적입니다. 가동 중인 CCS 프로젝트 중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허나, 2019년 가동 이래 한 번도 가동률이 70%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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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 직전 IEA vs OPEC 논쟁 오가기도 💥
한편, COP28 개최 직전에는 CCUS를 둘러싸고 국제기구 간 설전도 오갔습니다.
포문을 연 것은 국제에너지기구(IEA)입니다. 지난달 23일 IEA는 ‘탄소중립 전환에서의 오일과 가스 산업’이란 특별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IEA는 보고서에서 2022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370억 톤인 반면, 같은기간 CO₂ 포집량은 4,500만 톤으로 0.1%에 불과한 점을 꼬집었습니다. 이에 IEA는 석유가스 산업이 CCUS 대신 전기자동차 충전, 지열에너지, 수소, 바이오연료, 해상풍력 개발에 더 힘 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석유가스 업계가 “탄소포집이 해결책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IEA는 지난 9월 2023년 넷제로 로드맵 보고서에서도 CCS와 CCUS의 확장 속도가 더디며, 오히려 화석연료의 수명 연장에 활용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나흘만인 지난달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은 성명을 통해 즉각 반발했습니다.
하이탐 알 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화석연료) 업계가 기후 위기의 배후에 있다고 부당하게 비방”한다면서 이러한 시각이 해결책을 편의적으로 좁히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우리 앞의 에너지 문제는 거대하고 복잡하며 양자택일로 제한될 수 없다”고 가이스 사무총장은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올해 석유가스 기업의 CCUS 및 DAC(직접공기포집) 진출이 이어진 가운데, CCUS에 대한 논란은 COP28 이후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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