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격년투명성보고서(BTR)’가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판을 좌우할 정도로 크게 작용할 것이다.”
지난 18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결과 공유 대국민 포럼(이하 포럼)’ 기자간담회에서 이영석 환경부 기후변화정책관이 강조한 대목입니다.
서울 강남구 소재 코엑스에서 열린 이번 포럼은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와 환경부, 외교부가 공동주최하고 한국환경공단이 주관해 열렸습니다.
주제는 ‘COP28 파리협정의 전지구적 이행점검, 현재와 미래는’입니다. 이날 포럼과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3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약 2주간 개최된 COP28에서의 한국의 성과와 전망이 논의됐습니다.
이 정책관이 강조한 BTR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감축목표 이행 및 달성 현황 등의 정보를 담은 보고서입니다. 모든 파리협정 당사국은 2024년부터 2년을 주기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 정책관은 “보고서를 제출하면 개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탄녹위와 외교부 또한 한목소리로 기후대응 과정에서 한국의 책임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압박이 점차 거세질 것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UNFCCC 분류상 개도국인 韓, ‘더 큰 책임’ 요구될 것 🤔
조홍식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는 축사에서 이번 COP28에 대해 “선진국-개발도상국이란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개도국 안에서도 인도·중국 등 신흥경제대국과 사모아 등 군서도서국의 입장이 확연히 갈렸단 것. 조 대사는 화석연료·석탄의 단계적 퇴출에 대해 인도와 중국은 소극적인 반면, 군서도서국은 강하게 퇴출을 요구한 점을 소개했습니다.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계속 개도국에 머무르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지도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도국 분류 기준은 1992년 협약 채택 때 수립된 이후 변경되지 않았습니다. 즉, UAE 같은 산유국과 중국같이 1990년대 이후 경제적 발전을 거둔 국가들 모두 UNFCCC에서는 개도국으로 분류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됐으나, UNFCCC에서는 여전히 개도국 그룹에 속합니다.
이는 그간 개도국 지위를 주장해왔던 우리나라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조 대사는 강조했습니다.
합의문서 강조된 IPCC 1.5℃ 경로 “2035 NDC 제출 준거점 예상돼” 📜
한편, 조 대사는 이번 COP28 합의문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AR6)’의 내용이 담긴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파리협정 1.5℃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60% 감축해야 한다는 문구입니다.
또 합의문에는 2025년 이전까지 배출 정점에 도달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필요하단 기존 감축경로를 재확인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번 합의문에서는 NDC 개정안 제출 시 경제 전반과 모든 온실가스 및 부문을 포함해 1.5℃ 목표에 부합하도록 작성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당사국들은 2025년 30차 당사국총회(COP30) 개최 최소 9~12개월 이전까지 이번 합의문 내용을 반영한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조 대사는 “세계적 목표이긴 하지만 2019년 60% 감축이 차기 주요 배출국의 2035 NDC 제출에 준거점(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도 큰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COP28 개막식 당일 손실과 피해 기금 타결…“韓 공여 요구 계속될 것” 💰
정재희 외교부 행정관은 이번 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관련 논의의 특이점을 한 장의 사진으로 강조했습니다.
27차 당사국총회(COP28) 의장을 맡았던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과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이 함께 의사봉을 들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에 대해 정 행정관은 당사국총회 시작과 함께 ‘손실과 피해 기금’이 채택됨에 따라 볼 수 있던 이례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간 손실과 피해 기금 재원 마련은 굉장히 큰 쟁점이었다고 정 행정관은 밝혔습니다. 앞서 조 대사도 언급한 UNFCCC의 1992년 수립된 선진국-개도국 분류가 적절한가에 대한 논쟁 때문입니다.
이번 COP28에서는 결과적으로 선진국이 기금을 제공하되 ‘의무’는 부여하지 않고, 기타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재원 마련에 기여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단 것이 정 행정관의 설명입니다.
이에 정 행정관은 “앞으로 선진국은 잘사는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 확대를 계속적으로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주요 다자 외교 행사에서 여러 국가들의 공여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포럼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한국도 얼마만큼의 자금을 언제 공여할지 범정부적으로 협의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UAE 글로벌 기후회복력’ 체계 수립…“한국도 장기 대책 마련 필요” ⚖️
한편, 적응 의제에서도 개도국의 지원 요구가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번 COP28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이하 작업반)’에 따른 글로벌적응목표(GGA) 프레임워크 수립이었습니다.
파행과 논쟁 끝에 이번 COP28에서는 GGA 프레임워크로 ‘UAE 글로벌 기후회복력 체계’가 수립됐습니다. 부문별 목표치와 정책주기별 목표치가 수립된 것이 주요 성과라고 강주연 한국환경연구원 국가기후위기적응센터 전문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단, 비구속적이면서 약한 어조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쳤단 분석입니다.
강 연구원은 “압력으로 다가오기보다는 선언적 의미로 전 지구가 나아가야 할 목표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른 한국의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강 연구원은 UAE 글로벌 기후회복력 체계 내에 이행수단에 대한 문구가 일부 담겼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강 연구원은 그간 적응 논의에서는 목표와 이행수단이 분리되서 논의됐지만 이 같은 선례가 생김에 따라 앞으로 이행수단과의 연계에 대한 개도국의 요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이행수단은 재원과 기술, 역량배양 등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감에 따라 한국에 대한 외교적 압력이 예상된다면서 이행수단과의 연계와 지원 요구 가속화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 연구원은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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