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가 과연 기후대응에 도움이 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이해관계자별로 제각각입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테크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단 것입니다. ‘저탄소·탈탄소기술’이란 단어가 COP28 최종합의문에 들어갔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1992년 기후총회가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의 김상협 위원장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COP28 결과 공유와 대응 전략’ 행사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정부를 넘어서는 주체들이 기후총회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김효은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또한 “이제 기후총회는 유엔총회와 다보스포럼, CES(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가 결합된 장소”라고 표현했습니다. COP28에 다녀온 한 관계자는 “기후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 산업계의 핵심주제가 됐단 것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COP28 의장단에 따르면, 청정에너지·기후데이터·기후스마트농업·모빌리티 등 각 분야에서 100개 이상의 기후테크 기업이 이번 총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렇다면 COP28에서는 기후테크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편집자주]
80여개 기후투자사도 동참한 ‘기후테크혁신연합’ COP28서 출범 💰
먼저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기후테크혁신연합(Innovate for Climate Tech)’이란 이니셔티브를 출범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기후테크 기술개발 및 스타트업 육성을 도울 사업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쉽게 말해 기후테크 생태계 육성에 중점을 둔단 것. 그중에서도 개발도상국과 기후취약국 상당수가 머물러 있는 남반구 쪽 기후테크 생태계 육성을 목표로 합니다.
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술 기업인 텐센트, UAE 기후전문 벤처캐피털 카탈리스트 등이 주도합니다.
링크드인, 맥킨지,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22개 기관이 협업 및 지식파트너로 이니셔티브에 동참했습니다. 80여개 기후테크 전문 투자사가 연합한 ‘벤처기후연합(VCA)’도 파트너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니셔티브는 COP28에서 텐센트가 발표한 커뮤니티 플랫폼 ‘텐라이브(TanLIVE)’를 통해 기후테크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단 계획입니다.
이 플랫폼은 텐센트가 작년 중국에서 선보인 기후커뮤니티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탄소중립이나 기후테크 산업 내 이해관계자들을 연결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텐센트는 텐라이브가 “커뮤니티 네트워킹, 프로젝트 목록화 같은 협업툴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후 분야 기업가·투자자·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검증된 기술 및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달리 말하면 남반구 시장을 뚫을 수 있는 활로가 열린단 뜻입니다.
텐센트 탄소중립 연구소 소장인 하오 쉬 박사는 이니셔티브에 대해 “수요와 공급, 즉 스타트업과 투자자 그리고 기술과 사용자를 일치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소개했습니다.
UNFCCC·MS, AI 협력 파트너십 발표…“기후데이터 검증 단순화 목표” 📊
인공지능(AI)은 COP28에서 떠오른 주요 단어 중 하나였습니다. 당장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UNFCCC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AI 기반 플랫폼’과 ‘기후데이터 허브’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COP28 개막식 전날인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와 관련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MS가 AI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면, UNFCCC가 이를 당사국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형태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한 196개 당사국의 기후데이터를 검증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사장은 파트너십에 대해 “새로운 AI 및 데이터 분석툴을 사용해 각 국가들이 현재보다 더 효과적으로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UNFCCC는 이 플랫폼을 통해 회원국들이 기후대응 전략 설정 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사례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데이터 시각화 등을 사용해 회원국들이 배출량 감축 전략 계획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더불어 UNFCCC 산하 기술집행위원회(TEC) 주도로 ‘AI 포 클라이밋액션(AI4ClimateAction)’이란 이니셔티브도 출범했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및 기후적응과 관련해 기후기술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과정에서 AI의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다자협의체입니다.
TEC는 또한 COP28에서 기후행동 가속화를 위한 ‘TEC-CTCN AI 이니셔티브’ 첫 번째 기술 메커니즘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①물·에너지·식품 ②건물·인프라 ③지속가능한 운송수단 ④에너지 시스템 ⑤비즈니스·산업 등 5가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전환을 이끌 AI 기술과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편,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기후대응이 “정치적 의지와 기술개발이란 두 가지 강력한 힘에 의해 주도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티엘 사무총장은 “기후테크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반면, 정치적 약속은 훨씬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기후테크로의 투자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 2024년 COP29에서 발표될 ‘AI 기후대응 챌린지’도 진행 중!
“기후테크 확산 과정서 기후정의·기후탄력성도 고려해야” 🤔
한편, 기후테크와 관련해 COP28 공식 부대행사도 열렸습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방글라데시 독립대학교가 공동 주관한 행사로 ‘기후테크와 기후정의’란 주제로 지난 6일 진행됐습니다.
스탠포드대 기후과학자인 크리스 필드 박사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부문 모두에서 기후테크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단, 이 과정에서 원주민·지역사회·환경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필요하단 것.
필드 박사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방파제 건설을 예로 소개합니다. 그는 “방파제 건설로 보호받을 사람과 그렇지 못해 결국 기후난민이 될 사람을 어떻게 결정하냐”며 “기후대응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정의로운 결과를 보장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기후대응 기술에 필요한 핵심광물 중 상당수가 개도국이나 최빈개도국에서 생산되는 반면, 정작 기술 자체가 이들 국가에 제대로 확산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필드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 소재한 국제기후변화개발센터(ICCCAD)의 사킵 훅 부소장은 기후대응 기술 확산 과정에서 기후탄력성을 고려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에너지 기술, 인프라 등 기후대응 기술을 지역사회에 곧바로 적용하지 말라”며 “이들 기술이 단계적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정의로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마르센 미첼 세계자연기금(WWF) 기후변화 부문 수석 부사장 또한 기후대응 기술 도입 시 기후탄력성을 고려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미첼 부사장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필수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미첼 부사장은 “기술개발자나 지도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면서도 “공평한 결과를 얻으려면 결국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COP28 기후테크 업계 영향 모아보기]
① “기후테크 확산서 기후정의·기후탄력성 고려해야”
② COP28서 주목받은 韓 기후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