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줄다리기 끝에 국제탄소시장 출범이 끝내 무산됐습니다.
파리협정은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의 효율적인 이행을 위한 수단으로 제6조에 국제탄소시장을 명시했습니다. 문제는 그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기준 및 절차가 부재했단 것.
당초 COP28에서는 국제탄소시장 내 방법론 지침 등 세부기준들이 합의될 예정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엔 감독하에 단일 규정으로 운영되는 국제탄소시장이 출범할 것이란 기대가 모였습니다.
파리협정 6조 협상은 COP28 예정 마감기한을 12시간 넘긴 비공개 협상에도 결국 불발됐습니다.
이에 따른 반사효과로 자발적 탄소시장(VCM)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COP28 국제탄소시장 출범 좌절에 VCM 기대 커져 📈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의장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파리협정 1.5℃ 목표의 중요성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러나 현실과 목표의 격차가 너무 크단 것이 문제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220억 톤을 감축해야 합니다.
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2023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현 NDC 계획상으로는 배출량은 되려 약 8.8% 더 배출될 전망입니다. 이같은 격차를 메우기 위한 주요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시장 기반 메커니즘, 탄소시장입니다.
이번에 국제탄소시장 출범이 지연됨에 따라 일단 현재 작동 중인 VCM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COP28 기후정상회담에서 VCM의 결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 또한 확장 가능한 자원을 개도국에 전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며 VCM의 역할을 피력했습니다.

“VCM 신뢰성 해결 필요” 목소리에 시장기관들 힘 합쳐 🤝
일각에서는 VCM에 대한 불신이 여전합니다. 저품질의 탄소크레딧, 탄소크레딧 발행량 과대 산정 등의 문제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1년간 VCM 업계에서는 자발적 탄소크레딧의 무결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과 방법론 개발, 모니터링 강화 등을 노력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기후총회에서는 탄소시장의 신뢰성 회복을 위한 기관 간 협력이 다수 발표됐습니다.
지난 4일에는 베라를 포함한 세계 최대 탄소크레딧 인증기관 6곳이 ‘독립적인 탄소인증 프로그램에 대한 무결성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탄소사용에 대한 투명성 향상을 위한 프레임워크 구축에 함께한다는 구상입니다.
같은날 자발적 탄소시장의 무결성에 앞장서 온 단체들도 공동 서약을 발표했습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가 발표한 ‘엔드투엔드(End-to-End) 목표’입니다.
기업이 높은 무결성의 탄소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구매 신뢰성)과 이러한 탄소크레딧이 탈탄소화 계획에 부합할 수 있는 방식(소비 신뢰성)을 함께 제공한다는 약속입니다.
그간 IC-VCM은 구매 신뢰성에, VCMI은 소비 신뢰성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번 서약으로 구매부터 소비까지(end-to-end) 전반에 걸쳐 탄소크레딧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선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도 참여했습니다.
+ 세계 최대 인증기관 베라, COP28 앞두고 신규 방법론 공개 📝
세계 최대 탄소크레딧 인증기관 베라는 COP28 개막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각) 새로운 ‘레드플러스(Redd+) 방법론’을 공개했습니다.
레드플러스는 산림 기반 탄소상쇄 프로젝트로, 지난 1월 영국 일간 더가디언 등의 폭로로 과대 산정 문제가 드러난 바 있습니다.
베라는 새로운 방법론에서는 프로젝트 기준 수립에 최첨단의 높은 무결성 접근 방식을 사용하며, 위성·원격감지·지상실측 등 정교한 기술이 통합된다고 밝혔습니다.

美 신규 프로젝트 발표 “국가가 신뢰성 뒷받침할 것” 🇺🇸
CCUS(탄소포집·활용·저장)에 앞장 서온 미국은 VCM 활성화에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방침입니다.
지난 10일 케리 특사는 개도국에 청정에너지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 ‘에너지 전환 가속기(Energy Transition Accelerator)’를 발표했습니다. 베이조스 지구 기금, 록펠러재단 등이 함께 합니다.
2035년까지 칠레·도미니카공화국·나이지리아 등 3개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에 720억~2,070억 달러(약 94조~270조원)를 동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금 동원을 위해 높은 무결성의 탄소크레딧을 사용한단 것.
해당 개도국의 화석연료 전력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탄소감축량을 탄소크레딧으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VCM에서는 민간기관이 검증한 반면, ETA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책임을 미국 정부가 보장함으로써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한다는 구상입니다.
프로그램은 자발적으로 운영됩니다. 현재 펩시코, 월마트, 뱅크오브아메리카,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 등이 참여 의향을 밝혔습니다.
WB,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 규모↑ 위한 로드맵 발표 🌲
세계은행도 산림 기반 탄소시장의 규모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이에 지난 4일 산림 기반 탄소크레딧의 무결성을 높이기 위한 ‘탄소시장 참여 로드맵(Engagement Road map)’을 공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산림업 내 자발적 탄소크레딧 인증을 위한 ‘산림 탄소 파트너십 퍼실리티(FCPF)’입니다. 세계은행의 FCPF 표준과 세계은행의 표준이 적용되며, 제3자 측정·보고·검증(MRV)을 거쳐야 합니다.
세계은행은 2018년부터 칠레, 코스타리카, 인도네시아 등 15개국에서 파일럿(시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들 국가는 내년에 처음으로 2,400만 개의 탄소크레딧을 발행할 계획입니다.
세계은행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2028년까지 최대 25억 달러(약 3조 2,6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금융기관, 탄소크레딧 지침 발표 “금융시장 진출 본격화” 📜
VCM의 고도화 및 확장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탄소상품이 국제 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됐습니다.
지난 3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는 VCM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21가지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VCM의 무결성과 투명성, 집행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안전조치로 21가지 모범사례를 담고 있습니다.
IOSCO는 3대 국제금융감독기구 중 하나로 증권거래의 국제화에 따른 규제 및 감독 문제를 관장합니다.
지난 10일 COP28 행사에 참석한 로드리고 부에나벤투라 IOSCO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 의장은 “VCM은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중요성을 띠고 있다”면서도 “(VC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재정적 측면 모두에서 무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21가지 방안 또한 지난해 11월 탄소크레딧의 품질과 이중계산에 대한 우려를 담은 보고서에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해당 내용은 90일간 공개 협의를 거쳐 채택될 예정입니다.
한편, 다음날(4일)에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자발적 탄소크레딧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에는 거래소에 자발적 탄소크레딧 파생상품의 품질을 검증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 정부가 자발적 크레딧의 파생상품에 대한 지침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해당 제안은 공개 논평을 거칠 예정입니다.
미국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에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싱턴이 ‘서부 무법지대(wild west)’로 묘사되는 상쇄시장에 질서를 가져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