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파리협정 제6조 기술지침 합의안 채택이 끝내 불발됐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탄소시장 개설 논의는 2024년 29차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재개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CCC) 등에 따르면, COP28 폐막식 전날인 12일(이하 현지시각)까지 이어진 회의에도 불구하고 당사국들은 의견차이로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외교부는 “국가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파리협정 제6.2조)에서 정의의 지침 포함여부, 감축실적의 승인 절차 구체화 수준 등에 의견차이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 파리협정 제6.2조와 제6.4조를 좀 더 말한다면 🤔
👉 제6.2조, 협력적 접근법: 당사국 간 자발적 감축협력 활동을 통해 감축 실적을 자국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에 사용하는 체계다. 양자 혹은 다자간협력 등, 여러 유형의 메커니즘이 있어서 ‘분산형 거버넌스’로 보면 된다.
👉 제6.4조, 지속가능 발전 메커니즘: 당사국총회(COP)에서 지정한 감독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구조를 갖는 메커니즘이다. 크레딧(Credit) 메커니즘, 즉 탄소배출권을 발행 및 거래하여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한단 것이 핵심이다.
국제탄소시장 신설 끝내 불발, 그 이유는? 💸
국제탄소시장, 즉 파리협정 6조는 총 9개 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중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국가 간 자발적 협력으로 이루어진 국제탄소시장 개설과 관련된 6.2조와 6.4조는 2021년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비로소 제정됐습니다.
이어 작년 27차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6.4조 관련 지침이 추가로 마련됐습니다.
COP28 개최 전까지 6.2조는 ▲국외감축실적(ITMO) 승인 ▲등록부 ▲투명성 확보를 위한 거래보고 등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었습니다.
6.4조는 방법론 지침과 온실가스 제거 지침이 거의 완성된 덕에 이번 COP28에서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제탄소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6.2조와 6.4조 세부규정 내 주요 쟁점에 대해 당사국들의 의견차이로 인해 끝내 합의가 불발된 것.
COP28 폐막식날인 지난 13일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는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IETA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더크 포리스터는 이번 합의 실패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파리협정에 의거해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긍정적인 어조를 유지했습니다.
안드레아 본자니 IETA 국제 정책이사는 “6.4조 메커니즘의 지연은 환경적 건전성이 아닌 반시장 체제의 승리”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 파리협정 제6.8조만 COP28서 유일하게 통과해 👀
COP28 내 ‘제5차 파리협정 당사국총회(CMA-5)’에 상정된 파리협정 6조 안건은 총 3개 였습니다. 이중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6.2조와 6.4조 세부규정은 모두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유일하게 비시장 기반 안건인 제6.8조만이 통과했습니다. 이 조항은 완화, 적응, 재정, 기술개발 및 이전, 역량 강화 등 비시장기반 접근으로 NDC 달성을 위한 협력이행을 골자로 합니다.
파리협정 6.2조·6.4조 타결이 개도국과 최빈국에게 중요한 까닭 💰
개발도상국과 최빈국 상당수는 기후변화에 취약합니다. 이들 국가는 탄소중립으로 경제 전환에 필요한 수단이나 재원 모두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시장 기반으로 접근하는 파리협정 6.2조와 6.4조가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형성된 국제탄소시장에서 개도국과 최빈국이 기후대응 자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탄소시장을 자국 내 온실가스 감축에 활용하려는 국가 입장에서도 큰 타격입니다.
UNFCCC의 ‘2022 NDC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26개국이 파리협정 6조 활용 계획 또는 그 가능성을 자국 NDC에 명시했습니다.
한편, 이번 합의 불발과 별개로 6.2조는 추가 지침 없이도 독자적으로 추진이 가능합니다. 이미 스위스·노르웨이·아랍에미리트(UAE)·일본 등 주요국은 시범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베트남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국제감축 4개 사업을 착수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6월 체결된 ‘파리협정 6조 이행에 관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것입니다. 정부는 4개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1,025만 톤을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제탄소시장 개설 불발…자발적 탄소시장 영향은? 🔥
이번 불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6.4조 메커니즘입니다. 당초 COP28에서 CMA5 방법론 지침 승인 후 2025년부터 6.4조 메커니즘 등록부가 운영될 예정이었습니다. 관련 기준서와 절차서 등 여러 문서 초안도 이미 공개된 상황이었습니다.
관련 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6.4조 메커니즘 정상 운영은 2026년으로 연기될 것이란 분위기가 업계 내에서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내년 COP29에서도 관련 합의나 진전이 나올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제탄소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 투자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2개입니다. 국제탄소시장이 체결될 것을 1년 더 기다릴지, 아니면 자발적 탄소시장(VCM)으로 넘어갈지 여부입니다.
물론 COP28에서 보여준 당사국들 간의 정치적 분열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투자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단 지적도 나옵니다.
달리 말하면 국내 인프라를 개발할 수 제도적 역량이 부족하여 6.2조 메커니즘을 운영할 수 없거나, 6.4조 메커니즘을 기다리는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재원조달이 더 늦어진단 것을 의미합니다.
이 가운데 이번 파리협정 6조 세부지침 불발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VCM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 파리협정 6조 불발, 오히려 VCM 재부상 기회될 수 있단 시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