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한다는 표현이 담겼습니다. 기후총회 역사상 ‘화석연료’란 단어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런데 COP28 합의문에 처음 등장한 단어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원자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저탄소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단 문구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198개 당사국을 포함해 국제기구·산업계·시민단체 등 9만여명이 참석하며 ‘무역박람회’와 비슷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을 가속하기 위해 다양한 산업계 및 단체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COP28 의장단에 따르면, 이번 총회에서 민관에 걸쳐 830억 달러(약 108조원) 규모의 재원 약속이 발표됐습니다. 더불어 기업들도 잇따라 이니셔티브와 서약에 동참을 밝혔습니다.
COP28이 마무리됨에 따라 업계별로 어떤 성과가 있었을까요? 또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요.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COP28 최종합의문에 언급된 ‘원자력’ ☢️
정확히는 원자력·CCUS(탄소포집·활용·저장)·저탄소 수소 생산 등 탈탄소·저탄소 기술을 가속한단 내용이 최종합의문 담겼습니다. ‘감축이 어려운 영역의 경우’란 전제가 달리긴 했으나 구체적인 기술이 기후총회 합의문에 담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확대한단 내용을 골자로 한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선언에 동참했습니다.
선언문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억제를 위해선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단 문구가 담겼습니다. 참여국들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개발·건설을 지원하고, 원자력에너지 도입을 모색하는 국가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테라파워 등 소형모듈원전 관련 기업 4곳과 양해각서(MOU)를 맺었습니다.
그렇다고 원자력 업계가 장밋빛 미래로 가득한 것은 아닙니다.
기후총회에서 소외됐던 원자력, COP28 합의문에 담길 수 있던 까닭은? ⚡
그간 열린 기후총회에서 원자력은 홀대받아 왔습니다. 예컨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제임슨 핸슨 박사 등 기후과학자 3명은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원자력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 컬럼비아대학 지구연구소 소장 겸 박사인 핸슨 박사는 전(前)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이자, 35년전 미 의회에서 처음으로 지구온난화를 경고한 인물입니다.
핸슨 박사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원자력은 기후대응 해결책의 일부가 될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자회견 직후 핸슨 박사를 포함한 과학자 3명은 기후부정론자란 낙인과 함께 COP21 회의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이같은 담론은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당사국총회(COP26)까지도 이어졌습니다. COP26에서 세계원자력협회(WNA)는 전시관을 신청했으나, 영국 정부가 이를 반려했습니다. 당시 기후정상회의에서도 별도의 논의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27차 당사국총회(COP27)를 계기로 원자력에 대한 평가가 달라집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총회에서 전시관을 열고, 원자력 산업계도 대거 기후총회에 참석합니다.
당시 이같은 변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에너지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전쟁 직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유럽 내에서는 원자력발전에 주목했습니다. 예컨대 영국과 벨기에는 전쟁 직후 원전 비중을 늘리거나 가동수명을 연장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등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도 기후대응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간의 지정학적 갈등 및 에너지안보 변화의 여파로 COP28 최종합의문에 ‘원자력’이란 단어가 명시됐습니다.
2050년 원자력발전 용량 3배 확대 “비현실적” 꼬집은 FT, 이유는? 🤔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에 원자력이 들어간 것은 역사적인 이정표다”라며 “그간 원자력을 둘러싼 관점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 업계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한쪽에서는 COP28을 계기로 SMR이나 핵융합 등의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히고 있습니다.
세계 원자력산업 현황 보고서(WNISR)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전년 대비 4% 감소했습니다. 보고서는 4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당 자료를 인용해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확대하기로 한 이니셔티브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 지적했습니다.
설계·인허가·건설 등 원전 건설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단 것이 FT의 설명입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CGEP) 또한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CGEP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원전 한 기 건설에 최소 10년이 걸린단 사실이 연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건설 비용도 ㎾(킬로와트)당 3,000달러에서 6,200달러(약 800만원)로 제각각이었습니다. 국가가 원전 건설비를 통제하지 못할 시 미래 전체 발전원에서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작단 것이 CGEP의 분석입니다.
CGEP 연구원들은 “원자력이 탈탄소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앞으로 원자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성패의 시기가 지금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인플레이션 속 어려움 직면한 원자력…美 뉴스케일파워, SMR 사업 중단 💸
원자력 업계 또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공급망 대란으로 인한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더욱이 원자력 업계는 부품 하나라도 교체하기 위해선 수많은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이에 따른 소요 시간도 예측 불허입니다.
지난 11월 미국 내 첫 소형모듈원전 사업으로 주목받은 뉴스케일파워의 프로젝트가 비용 문제로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9년경까지 미 중서부 아이다호주에 소형모듈원전 6기를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허나, 공급망 대란 여파로 건설비가 MWh(메가와트시) 당 기존 58달러에서 89달러(약 11만 8,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사업에 필요한 건설비도 초기 예상보다 30억 늘어난 93억 달러(약 12조 2,800억원)로 책정돼 계획이 차질을 빚었습니다.
잦은 설계 변경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뉴스케일파워와 계약을 맺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난색을 표했습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뉴스케일파워는 끝내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했습니다.
FT·FS “규제 개혁·공급망 구축 등 원자력 산업 적극 지원 필요” 😮
반면, 중국에서는 소형모듈원전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지난 6일 중국 국가에너지국은 산둥성 룽청시에 건설한 고온가스 냉각로(HTGR0 원전이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운전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HTGR 원전은 4세대 첨단기술인 소형모듈원전의 일종입니디.
또 하이난성 창장에 건설 중인 소형모듈원전도 이르면 2025년경 상업운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중국 당국은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이 앞서 나가는 반면,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는 소형모듈원전 건설이 지연되고 있단 것이 FT의 지적입니다. 그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원전 육성 의지와 지원이 있습니다. 이는 재생에너지 정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의 실행의지가 가장 중요하단 것이 FT의 말입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또한 “원전을 계속 건설해온 중국이나 기타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원자로 건설 능력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란 점을 짚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17년 이후 건설을 시작한 31개 원자로 중 4개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 중국과 러시아에서 건설 중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규제 개혁과 공급망 구축에 앞장서야 한단 것이 매체의 진단입니다. 물론 안전성이 전제로 깔려야 한단 조건이 달렸습니다.
코로나19 백신개발 가속한 ‘워프 스피드 작전’ 같은 정책, 원자력에 필요 💉
한편, 포린폴리시는 COP28이 원자력 업계에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포린폴리시는 원자력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정책입안자, 원자력 산업, 옹호자들 모두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버릇을 버려야 할 것”이라며 “세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실제로 수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매체는 민관협력의 좋은 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미 정부가 수행한 ‘워프 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언급했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이 작전은 코로나19 백신개발 가속화 및 3억 도즈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등 민간 제약사 7곳에 최소 18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입해 코로나19 백신개발을 가속했습니다. 당초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백신개발 기간은 8개월로 단축됐습니다.
포린폴리시는 이 작전을 언급하며 “규제 개혁과 사전 구매 약속의 결합이 기업과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COP28 산업계 영향 몰아보기]
① 재생에너지 3배 확충 약속 위한 방안은?
② 원자력? “인플레이션 직면 등 장밋빛 전망은 경계”
③ COP28서 탈탄소 솔루션 강조된 모빌리티
④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패션업계 끼칠 영향은?
⑤ 기후대응서 식품 시스템·축산 메탄 논의 본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