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서약과 이니셔티브 등 자발적 협약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배출량 감축에 큰 진전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은 내용을 담은 ‘COP28 UAE: 이니셔티브 효과’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독일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와 뉴클라이밋인스티튜트(NewClimate Institute) 등과 공동 작성됐습니다.
연구진은 COP28 개막 후 7일까지 발표된 74개* 서약과 선언, 이니셔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중 중요한 5개를 추려낸 뒤, 각국이 약속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남은 탄소예산 등을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이 뽑은 5개는 각각 ①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에너지 효율성 2배 개선 서약 ②메탄 감축을 골자로 한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 ③농식품 기후행동 선언 ④글로벌 냉방 서약 ⑤CCS(탄소포집·저장) 서약 등입니다.
*12월 7일까지 COP28에서 나온 새로운 서약·선언과 이니셔티브는 각각 42개와 32개였다.
배출량 격차 220억 톤 해결 위해선 적극적인 기후정책 필요…현실은? 🤔
1.5℃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30년까지 배출량을 330억 톤 이상 줄여야 한단 것이 UNEP의 설명입니다. 2030년 각국의 NDC를 모두 이행하더라도 배출량은 최대 550억 톤이 배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감축량의 차이인 220억 톤이 현재의 ‘배출량 격차’란 것이 UNEP의 설명입니다.
이같은 배출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기후정책과 기술 혁신이 필요하단 뜻입니다.
1️⃣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모든 국가 이행 시 온실가스 90억 톤 ↓ ⚡
COP28에서 나온 여러 약속 중에서 배출량 감축에 가장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 서약’입니다.
이 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1TW(테라와트) 넘게 늘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2배로 확대한단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연구가 진행 중이던 7일까지 서약에 가입한 국가는 130개국입니다. 이 수는 폐막일까지 변동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서약을 서명국이 모두 이행하면 현재 정책을 유지할 때보다 온실가스를 최대 90억 톤을 더 줄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1.5℃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배출량 격차 중 3분의 1가량(약 30~35%)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든 국가가 이 서약에 서명하지 않은 것은 한계로 지적됩니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은 끝내 서약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국과 인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자체적으로 늘린단 계획입니다.
브라질 같은 일부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서약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한편,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에너지 효율성도 잊어선 안 된다”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성 문제와 수요 억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2030년 배출량은 되려 약 30억 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에너지 효율 개선율 2배 확대에 더 큰 초점이 필요하다”며 “이는 같은기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 3배 확대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스코프 3 배출량이 1·2보다 4배 더 높아 🏭
50여개 화석연료 기업이 서명한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은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거의 제로(0)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단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 메탄 배출량 감축 범위는 스코프 1과 2로 한정됩니다. 연구진은 이 지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연구진은 석유·가스 생산 과정보다 소비 과정에서 나오는 배출량, 즉 스코프 3 배출량이 4배 더 많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연구진은 “나무를 위해 숲을 놓치게 될 수 있다”며 되려 계획이 “석유·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3️⃣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선언문에 정량적 목표 없는 점은 한계” 🌽
COP28 개막 초반에 발표된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은 농업과 식량시스템 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 최전선에 놓인 농부들의 삶과 생계를 보호하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NDC와 국가적응계획(NAP) 등 국가 전략에 농식품 관련 조치를 종합적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도 선언문에 포함됐습니다. 폐막일까지 이 서약에 서명한 국가는 159개에 이릅니다.
연구진은 “농업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있다”며 “(농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선언문에 정량적인 목표가 없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선언으로 인한 배출량 감축치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연구진은 꼬집었습니다.
4️⃣ 탄소경영챌린지|CCS 기가톤 규모 달성 위해선 당장 시설 2배 늘려야 💭
연구진은 CCS 관련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20개국이 가입한 ‘탄소경영챌린지(CMC)’가 올해 4월 발표됐습니다.
이 이니셔티브는 2030년까지 CCS 등 탄소포집 규모를 기가톤 규모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COP28에서 공식 출범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따르면, 현재 발표된 CCS 용량은 4,500만 톤 수준입니다. 연구진은 과거 CCS 프로젝트 성공률이 20% 정도에 불과하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연간 10억 톤 이상의 탄소포집을 하기 위해선 시설이 2배 이상 늘고, 성공률도 100%에 도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CCS 설비 건설에만 7년 이상인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지금 당장 사업 수가 2배 늘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5️⃣ 글로벌 냉방 서약|기존 서약 중복…2050년 이전 정량적 목표 X ❄️
최종적으로는 66개국이 가입한 ‘글로벌 냉방 서약’에 대해선 기존에 발표된 키갈리 개정서를 반복한 것 뿐이라고 연구진은 평가했습니다. 키갈리 개정서는 수소불화탄소의 생산과 소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글로벌 냉방 서약은 에어컨, 냉장고 등 냉방장치 가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까지 68%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연구진은 중국이 서약에 가입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에어컨의 약 70%를 생산하는 국가일뿐더러, 국가 NDC에 수소불화탄소 규제 관련 계획도 없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서약에 2050년 이전에 정량적 목표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추적 및 모니터링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COP28서 나온 약속만 127개…“약속 이행 추적할 메커니즘 체계 필요” 👀
그리니엄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자료를 확인한 결과, COP28 폐막식날(13일)까지 나온 서약·선언·이니셔티브는 모두 127개에 이릅니다.
연구진은 COP28에서 나온 주요 서약과 이니셔티브들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과 기업들이 약속을 어떻게 준수하는지 추적할 적절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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