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우리나라 주요 산업 전반에서 수출회복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업종별로는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도체·자동차 산업은 긍정적인 성적이 기대되는 반면,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한국철강협회 등 10개 주요 업종별 협회 및 단체와 함께 진행한 조사라고 대한상의 측은 밝혔습니다. 조사는 11월 2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뤄졌습니다.
韓 10대 업종 중 6개 내년도 낙관 전망…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건설 제외 🤔
대한상의는 10개 주요 업종별 2024년 경제 전망을 종합 분석한 후 이를 기상도로 표현했습니다.
▲맑음(매우 좋음) ▲구름 조금(좋음) ▲흐림(어려움) ▲비(매우 어려움) 순입니다. 기상이 악화할수록 경제 전망이 어둡단 뜻입니다.
그 결과, 제약·바이오 업종은 ‘맑음’으로 분류됐습니다.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 업종은 ‘구름 조금’으로 비교적 선방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업종은 ‘흐림’으로 다소 비관적으로 예보됐습니다. 건설업종은 가장 어두운 ‘비’로 내년도 업종 자체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대한상의는 내다봤습니다.
김문태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주요 산업 전반에 수출회복 흐름이 예상된다”면서도”중국의 생산능력 향상과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 노력에 따라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 제약·바이오|신약 후보물질 개발·정부 지원 힘입어 업황 기대감 ↑
제약·바이오 업종은 신약을 도출해내는 후보물질 개발, 즉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의 빠른 증가세에 힘입어 업황이 가장 좋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1,800여개 이상의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단 것이 대한상의의 설명입니다. 여기에 기업들의 공격적 연구개발(R&D) 투자 덕에 2024년 신약 후보물질 또한 증가세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나 ‘K-바이오 백신 펀드’ 구성 등 정부의 산업 육성 기조가 강화된 것도 제약·바이오 업종에 긍정적인 신호란 평가입니다.

⛅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수출회복세 힘입어 약간 성장
반도체·자동차·조선·기계·디스플레이 등 5개 업종은 내년도 수출회복세에 힘입어 모두 ‘구름 조금’으로 예보됐습니다.
🔺 반도체|2024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올해 대비 13.9% 성장 예상
일단 반도체 산업은 업황 개선이 뚜렷하단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반도체 산업 전문기관들은 새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정보기술(IT) 전방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대비 1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봅니다.
예컨대 반도체 공급 기업의 경우 감산·수급 조절 노력에 따른 메모리 단가 상승에 힘입어 내년 수출이 금년 대비 15% 내외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현재 미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보조금(인센티브)을 쏟아내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이 가운데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필수 인프라(기반시설) 구축에 지속적인 정책 노력이 필요하단 것이 협회의 설명입니다.
🔺 자동차|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 수요 정상화 + 하반기 금리 인하로 소비심리 회복
자동차 산업은 주요 시장의 수요 정상화와 하반기 금리 인하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 등으로 수출이 올해 대비 1.9% 증가한 275만 대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자동차, SUV 같은 고가 차량 수출 증가도 수출액 상승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 중국의 전기차 저가 공세와 일본의 하이브리드차(HEV) 선전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부정적 요인으로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조선|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 덕에 친환경 선박 韓 발주 되려 ↑
조선 업종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선박의 추가 발주가 호재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앞서 올해 7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경까지 국제 해운 부문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IMO의 탄소중립 선언 직후 직후 친환경 선박 발주량이 늘었단 것. 올해 11월 기준, 세계 친환경 선박 발주량 중 45.3%를 한국이 수주했습니다.. 친환경 연료인 그린메탄올이 세계 최초로 컨테이너 선박에 공급된 사례도 우리나라에서 나왔습니다.
단,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해운시황의 더딘 개선 등은 여전히 불안한 요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 기계|주요국·신흥국 내 대규모 투자 덕에 국내 산업용 기계류 수요 ↑
주요국과 신흥국이 경기부양책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를 늘리며 국내 산업용 기계류 수요 증가란 호재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덕분에 일반기계 업종 역시 내년도 경제 전망이 다소 낙관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대한상의는 일반기계 업종의 경우 “최근 수출흐름이 7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 중”이며 “내년에는 금년 대비 1.1% 증가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허나,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회복 둔화와 자국산업 보호 정책은 불안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디스플레이|2024년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올해 대비 5.4% 성장 예상
디스플레이 업종도 자동차·IT 제품에 적용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을 가진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세계 OLED 시장은 올해 대비 148.8%, 자동차 디스플레이 분야는 72.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내년도 디스플레이 시장이 올해보다 5.4% 성장한 1,228억 달러(약 16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경기침체·보조금 폐지 등 여파
그러나 철강·석유화학·이차전지 등 3개 업종은 내년도 전망이 다소 비관적입니다. 내년도 전망이 어두운 이유는 업종별로 복합적입니다.
🔻 철강|중국산 철강 국내 유입 ↑ 건설 업종 경기침체 여파
먼저 철강 업종은 국내 산업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 국내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세계 전체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나, 역내 수요 둔화로 수출을 적극 추진 중입니다. 이에 우리나라 시장 내 중국 철강 유입도 확대됐습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2023년 기준(1~10월) 전년 대비 중국산 철강 수입은 34.6%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철강의 가장 큰 수요인 건설 산업의 경기침체 등 국내 수요 정체도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석유화학|중국산 에틸렌 공급과잉 및 경제성장률 둔화 여파
석유화학 업종 또한 내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단 전망이 나왔습니다.
대한상의는 ‘에틸렌’을 예시로 소개했습니다. 에틸렌은 유화산업의 기초원료 중 하나로, 이를 가공해 페트병·타이어·플라스틱 등을 제조합니다. 대개 중국을 중심으로 생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 내 중국의 에틸렌 공급 규모가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단 것. 중국이 에틸렌 자급률 상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결과에 따른 것입니다. 대한상의는 올해 글로벌 에틸렌 생산설비 규모가 2013년 대비 50% 증가한 2.3억 톤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같은 공급과잉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인해 극적인 업황 회복은 어렵단 것이 대한상의와 업계의 분석입니다.
🔻 이차전지|전기차 수요 둔화·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
그간 높은 성장세를 보인 이차전지도 내년 상황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전기차 가격을 비롯해 국내외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등이 결합돼 전기차 수요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포드·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투자 계획을 철회·연기하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포드는 자사의 대표적 전기차 브랜드 중 하나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내년도 생산을 당초 목표의 절반가량으로 줄일 것이라고 지난 12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전기차 수요 성장곡선이 완만해진 가운데 예상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고육책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이에 대해 황경인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우려되는 중국 내 배터리 공급과잉 역시 직간접적으로 배터리 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의 전략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황 박사는 강조했습니다.
☔ 건설|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경기 부진
마지막으로 건설은 주요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내년도 전망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른 건설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을뿐더러, 민간 건축을 중심으로 수주실적 감소도 예상됩니다.
경기선행지표인 건설수주액을 살펴보면, 올해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6%가량 감소했습니다.
대한건설협회 또한 고금리 상황으로 인해 건설금융 비용부담이 증가됐고, 공사비 조달 어려움에 따른 건설 산업의 부진을 예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