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각), 대표단 회의장에 12세 소녀 활동가가 ‘화석연료 종식’을 요구하는 기습 피켓시위를 벌였습니다.
인도의 12세 기후정의활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은 무대 위에서 짧은 연설 후 청중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당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 최신 수정안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 삭제된 것에 대해 항의한 것입니다.
지난 5일 첫 GST 결과문 초안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 포함된 직후 해당 문구를 두고 산유국 대 선진국·기후취약국의 줄다리기가 팽팽했습니다.
그런데 예정된 폐막일인 12일을 하루 앞두고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단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진 GST 결과문 수정안을 공개한 것.
수정안 공개 직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요구해 온 유럽연합(EU) 및 기후취약국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이에 예정된 마감 기한인 12일 오전 11시를 넘기며 COP28은 연장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GST 최신 수정안에 ‘화석연료 퇴출’ 빠져…“석탄도 감축으로 변경” 📝
GST 결과문은 세계 각국이 약속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계획을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검한 것을 바탕으로, 향후 당사국들이 추가적으로 취해야 할 조처 등을 담고 있습니다.
GST 결과문은 COP28에서 발표될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선언문은 COP28에 참가한 195개 당사국 모두가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의결이 가능합니다.
앞서 나온 GST 초안과 수정안 모두에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포함됐습니다. 이번에야 말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에 국제사회가 합의할지 기대가 모이던 상황.
그런데 1일 공개된 최신 GST 수정안에서는 해당 표현이 삭제됐습니다.
그 대신 ‘과학에 따라 2050년경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 모두 감축’이란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또한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수정됐습니다.
단,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퇴출은 변경 없이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사형선고’ 비판한 태평양 도서국, ‘엄브렐러 그룹’도 서명 거부 🙅
GST 수정안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졌단 소식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의 최전선에 서있는 태평양 도서국들은 즉각 항의했습니다.
세드릭 슈스터 군소도서국가연합(ASIS) 의장은 “우리는 사망증명서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슈스터 의장은 이어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약속하지 않으면 공동선언문에 서명할 수 없단 의사도 분명히 밝혔습니다.
존 실크 마샬제도 대표 또한 “우리는 조용히 물 속에 잠기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의사표명을 시사했습니다.
호주, EU, 영국도 해당 초안에 서명할 수 없단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수정안이 나온날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연설에서 엄브렐러 그룹을 대표하며 “우리는 공동서명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엄브렐러 그룹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국가간 기후협상 그룹입니다. 노르웨이·이스라엘·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옵케 훅스트라 EU 기후위원회 위원은 최신 수정안에 대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명백하게 불충분하고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생태전환부 장관 대행 또한 “우리는 이 내용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번 수정안이 “실망적이며 충분히 진전되지 못했다”고 피력했습니다. 영국의 입장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라고 분명히 강조했습니다.
같은날 미국 국무부는 명확한 거부 의사를 밝히는 않았습니다. 대신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역시 “우리는 우리가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미국이 전 세계의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촉구해 왔단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브라질과 캐나다 또한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인도 묵묵부답, 산유국 거센 저항에 COP28 협상 난항 예상 😰
화석연료 주요 소비국이자 온실가스 다배출국인 중국과 인도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단,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장려해 석유, 가스, 석탄 발전을 점진적이고 질서있게 대체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11월 미국과 중국 간의 ‘서니랜드 기후성명’에 담긴 내용입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일부 대표단을 인용해 중국이 COP28 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논의를 차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부펜더 야다브 인도 환경부 장관은 최신 수정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산유국의 저항도 거셉니다.
러시아·이라크·이란 등 13개 나라가 가입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 플러스 회원국들이 COP28 논의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문구를 포함하려는 시도에 저항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최신 수정안 공개 직후 사드 알 바라크 쿠웨이트 부총리 겸 석유부 장관은 ‘화석연료 소비 및 생산 단계적 중단’ 요구 또한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OPEC을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정안에 대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은 상황입니다.
“OPEC 요구 받아쓰기한 비굴한 초안”이란 평가도 😠
일각에선 OPEC의 요구를 받아쓰기 한 문안이란 비판도 나옵니다.
수정한 공개 직후 앨 고어 전(前) 미국 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이 비굴한 초안은 마치 OPEC의 요구를 또박또박 받아쓴 것처럼 보인다”며 “이번 기후총회는 완전히 실패 일보 직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 세계 300개 시민단체가 연대한 기후행동네트워크(CAN)의 하지트 싱 정책전략국장 또한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란 명확한 표현 대신 ‘소비와 생산을 줄인다’는 막연한 약속을 채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싱 국장은 이어 “화석연료 업계의 로비력을 명확히 보여준단”는 평가도 덧붙였습니다.
같은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COP28의 성공에서 핵심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의 필요성에 합의하는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이날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 또한 “점진주의를 거부할 것을 촉구한다”며 “최고의 야심에서 한 걸음 물러날 때마다 수백만 명이 희생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이어 “가장 야심찬 결과가 모든 국가가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며 산유국의 타협을 독려했습니다.
COP28 연장전 돌입…2019년 COP25 최장 지연 기록 넘기나? ⌛
그럼에도 현재 COP28은 공식적인 마감 기한을 넘기며 연장전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당초 COP28은 현지시각으로 12일 오전 11시,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후 4시에 종료될 예정이었습니다.
2022년 제27차 당사국총회(COP27)는 예정 마감 기한을 36시간 넘긴 후에야 종료됐습니다.
최장 지연 기록은 예정 마감 기한을 이틀 넘긴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25차 당사국총회(COP25)입니다.
한편, 마지드 알 수와이디 COP28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화를 촉발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이제 각국의 ‘마지노선(red line)’을 알게 됐다며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 새로운 GST 수정안을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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