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폐막일(12일)이 다가온 가운데 핵심 쟁점인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을 놓고 각국 대표단의 막판 줄다리기가 치열합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이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 초안을 공개한 직후 화석연료 및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퇴출을 두고 산유국의 공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지지합니다. 반면, 사우디라아비아를 위시한 산유국들은 반대 의사를 표출했습니다.
이에 열띤 논의를 거쳐 지난 8일, GST 수정안이 공개됐습니다.
화석연료 관련 문구가 대폭 수정됐습니다. 또 탄소예산의 공평한 분배, 과도기 연료의 중요성 등이 수정안에 담겼습니다.
초안과 비교해 바뀐 내용과 추가된 쟁점, 또 수정안에 대한 각국 반응까지 그리니엄이 살펴봤습니다.
화석연료 문구 대폭 변경 “과학적 근거 강조돼” ⚗️
그리니엄이 GST 수정안을 살펴본 결과, 초안과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관련 문구가 수정됐다는 것입니다.
당초 초안에서는 ▲화석연료의 질서 있고 ‘정의로운’ 단계적 퇴출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노력 가속화 등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해당 내용이 이번 수정안에서는 다음의 선택지로 변경됐습니다.
- 1️⃣ 이용 가능한 최고의 과학에 맞춰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 2️⃣ 선택지 1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1.5℃ 경로와 파리협정 원칙에 따라’ 문구 추가
- 3️⃣ 10년 이내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 소비 정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2050년 이전 에너지 부문의 화석연료 사용 거의 없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 4️⃣ ‘감축되지 않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노력 가속화(초안의 선택지 2와 동일)
한편, 석탄의 단계적 퇴출 문구는 초안과 수정안 모두 동일했습니다.
화석연료 보조금의 퇴출 항목에는 ‘에너지 빈곤이나 정의로운 전환을 해소하지 않는’ 경우로 조건이 추가됐습니다.
비CO₂ 온실가스 감축·과도기 연료 중요성 등 GST 수정안에 추가 💭
수정안에는 새로운 항목도 추가됐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에너지안보를 보장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과도기 연료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언급이 추가됐단 점입니다.
과도기 연료는 근시기 내에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감축을 위해 고탄소의 석탄·석유를 비교적 저탄소 연료인 천연가스 등을 이릅니다. 러시아 등 천연가스 생산국은 징검다리로써 천연가스의 역할을 강조해 온 바 있습니다.
수정안은 2030년 및 2035년까지 메탄(CH4)·아산화질소(N2O)·F가스 등 비(非) CO₂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며, 감축을 위한 추가 조치도 요청했습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내용도 추가됐습니다. 먼저 개도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 재정 및 기술 이전 지원을 제공한단 내용이 언급됐습니다.
또 전 세계 탄소예산의 공평한 분배(fair share)란 문장도 새로 추가됐습니다.
OPEC vs EU, 화석연료 퇴출 두고 강경 대치 이어가 💥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COP28 의장은 수정안 공개 직전 성명을 통해 “제발 이 일을 끝내자”며 당사국들에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합의를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알자베르 의장의 바람과 달리 사우디를 필두로 산유국들의 반대는 거셉니다.
알바라 타우픽 사우디 수석협상가는 지난 10일 공개 석상에서 “우리는 탄소배출 대신 에너지원을 공격하는 시도에 일관되게 우려를 표명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 등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OPEC은 지난 6일 13개 회원국에 ‘배출이 아닌 화석연료 등 에너지를 (감축)목표로 하는 모든 내용을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단 사실이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통해 보도돼 파장이 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최소 80개국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럽연합(EU)은 산유국에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EU 협상팀 공동대표를 맡은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생태전환부 장관 대행은 “OPEC 국가들이 마땅한 기준을 세우는데 반대하는 것이 역겹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아그네스 파니에-루나셰르 프랑스 에너지전환부 장관 또한 “OPEC의 서한에 놀랐고 화가 난다”며 “OPEC의 입장은 기후변화의 첫 번째 희생자인 취약국과 가난한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인도 설득 위한 GST 협상카드, ‘29항’에 있다? 🗝️
석탄발전의 양대산맥인 중국과 인도 또한 화석연료 및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반대해온 국가들입니다.
2022년 26차 당사국총회(COP26)만 해도 인도의 반대로 합의문 내 석탄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문구는 ‘단계적 감축(Phase down)’으로 후퇴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GST 초안 및 수정안에 인도와 중국을 상대로 한 협상카드가 숨어있단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인도 환경 주간지 다운투어스(DTE)는 GST 초안 및 수정안의 제29항을 분석한 결과, 중국과 인도가 ‘역사적으로 배출에 책임이 있는 국가(역사적 배출국)’로 재분류될 수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역사적 CO₂ 누적 배출량의 기간으로 ‘1850~2019년 사이’를 언급합니다. 지금까지 역사적 배출국은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라 1850~1992년의 누적 배출량을 기준으로 식별했습니다.
허나, 이 기간이 1850~2019년으로 산정될 경우 2000년대 급성장한 중국과 인도의 책임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DTE는 익명의 기후전문가를 인용하며 “인도와 중국이 배출기간 범위의 확장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잘하면 흥정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알자베르 COP28 의장 ‘마즐리스’ 긴급 소집, 공방전 현재 진행 중 🎪
COP28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0일 알자베르 의장은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마즐리스’를 소집했습니다.
마즐리스(مجالس·Majlis)는 아랍어로 ‘만남의 장소’란 의미입니다. 즉, 공식 회의장과 별도로 비공식회담을 마련한 것. 당사국의 모든 장관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0일 열린 비공식회담은 현재(11일)까지도 진행 중입니다.
알자베르 의장은 비공식회담에 참석해 “실패는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석탄을 포함해 화석연료에 대한 합의와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우디와 이라크 등 OPEC 회원국 장관들은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U와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를 재차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선진국의 더 많은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당초 알자베르 의장은 11일 지금까지의 논의를 포함한 최종 문서를 발표할 계획이었습니다. 허나,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의장단이 별도의 문서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종 협상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COP28이 작년 기후총회처럼 마감일을 넘길 것이 유력하단 관측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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