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떠오른 단어 중 하나는 단연 ‘기후테크’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이 세간의 화두였습니다.
총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AI나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을 사용해 기후대응을 가속화할 수 있단 점을 피력했습니다.
한편에서는 기술낙관주의나 혁신이란 단어에 매몰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란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가운데 COP28 사흘차인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기후테크를 논의하기 위한 ‘기후혁신포럼’ 행사가 열렸습니다. AI·청정에너지·저탄소수소 등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최첨단 기술을 모색하고 논의하는 것을 목표로 열린 행사입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케이트 브란트 구글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 등이 이날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 인공지능·디지털경제부 장관인 오마르 빈 술탄 알 올라마는 포럼 개회사에서 “인류는 희망과 기회의 길, 잠재적인 재앙의 길이란 두 가지 뚜렷한 길에 직면해 있다”고 서문을 열었습니다.
올라마 장관은 이어 “환경적 책임에 뿌리를 둔 기술 혁명의 잠재력이 인류를 탄소중립의 미래로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빌 게이츠 “기후테크 보편화 위해선 녹색프리미엄 낮추는 것이 핵심” 🤔
기후 낙관주의자 중 한 명인 게이츠는 포럼에서 “기후대응 비용을 지불하려는 사람들의 의지는 제한돼 있다”며 기술 혁신이 답이란 점을 피력했습니다.
게이츠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단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기후대응 기술이 몇 없는 해결책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산업구조 전환 과정서 “오래된 것을 폐쇄하기 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게이츠는 기후테크의 광범위한 채택을 위해선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합니다.
기후테크는 기술개발 비용 이외 환경적 비용이 추가돼 기존 기술보다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그린 프리미엄 효과라 부릅니다.
예컨대 그린메탄올 선박 등을 개발하고 구입하기 위해선 기존보다 막대한 비용이 듭니다. 이 비용이 많이 들수록 기후테크가 시장에 보편화되기 어렵단 것이 게이츠의 설명입니다.
구글·BCG, 기후대응서 AI 활용 시 2030년까지 세계 배출량 최대 10% ↓ 📉
구글의 경우 COP28에서 기후대응을 위해 AI를 활용한 사례를 중점적으로 소개했습니다.
현 구글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인 브란트는 2014년 미국 백악관의 첫 최고지속가능책임자를 역임한 인물입니다.
브란트 CSO는 지난 10월 구글의 ‘프로젝트 그린라이트(Project Green Light)’ 성과를 중점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세계 12개 도시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 프로젝트는 AI를 사용해 차량 흐름 개선과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
AI와 구글지도를 활용해 주요 교차로의 차량 흐름을 분석하고, 기존 신호등을 최적화하는 모델링을 적용하는 것. 신호체계를 조금이라도 원활하게 만들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단 것이 구글의 설명입니다.
브란트 CSO는 “빨간 신호등에서 대기하는 것은 짜증스러울뿐더러 환경과 대기질에도 매우 나쁘다”고 꼬집었습니다.
구글은 70여개 교차로에서 프로젝트를 시범 운용한 결과, 차량 정지 횟수가 최대 30% 감소하고, 교차로에서 배출가스를 10%까지 줄일 수 있단 초기 성과를 공유했습니다.
한편, 구글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공동 작성한 최신 보고서에 의하면 AI는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5~10%를 감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유럽연합(EU)의 연간 총배출량과 맞먹는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정보 관리, 기후모델링 강화, 에너지효율화 등을 통해 산업 내 배출량 감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단 것이 구글의 설명입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I의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는 열을 냉각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과 전력을 소비합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브란트 CSO는 “구글은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탄소에너지로 연중무휴 가동되는 데이터센터 등의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UNFCCC, 개도국 기후대응 가속화 위한 AI 기후솔루션 행사 개최 🔬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 기술집행위원회(TEC)는 개발도상국의 기후대응 가속화를 위해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하는 ‘AI 혁신 그랜드 챌린지’를 지난 9일 개최했습니다.
AI로 제시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참가자들이 서로 실력을 겨루는 경진대회입니다. 행사는 오픈소스 AI 커뮤니티인 ‘엔터프라이즈 뉴로시스템’과 함께 주관해 진행됩니다. 우승자는 2024년 29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공개됩니다.
이날 행사는 AI가 기후대응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사이먼 스티엘 UNFCCC 사무총장은 “AI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단 증거가 늘고 있다”며 “AI의 힘을 활용해 개도국 혁신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UNFCCC 이사 겸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 자문위원회 의장인 다니엘 비올레티는 환영사에서 AI의 필요성에 대해 동감하면서도 “에너지 영향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UNFCCC 산하 기술집행위원회는 COP28을 계기로 기후행동 가속화를 위한 ‘TEC-CTCN AI 이니셔티브’ 첫 번째 기술 메커니즘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①물·에너지·식품 ②건물·인프라 ③지속가능한 운송수단 ④에너지 시스템 ⑤비즈니스·산업 등 5가지 시스템 전반에 걸쳐 전환을 이끌 AI 기술과 정책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