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농식품 관련 기후행동 로드맵이 공개됐습니다.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1차 당사국총회(COP) 이래 기후총회에서 농식품 관련 로드맵이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입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각)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개한 ‘1.5℃ 문턱을 넘지 않고 SDG2 달성: 글로벌 로드맵’의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SDG2는 기아종식·식량안보 달성·영양상태개선 등을 골자로 한 ‘지속가능발전목표 2번(SDGs 2)’을 말합니다.
로드맵은 이름 그대로 지구 평균기온 1.5℃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식품 분야에 필요한 핵심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기후탄력성을 갖춘 식품시스템을 만들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되, 식량 생산량은 늘려 전 세계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050년 세계 인구 100억 명 돌파와 식량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식량난과 기후대응을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후위기 속 딜레마 직면한 농식품 시스템 “다층적 행동 필요해” 💪
FA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인구 약 7억 3,89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습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지정학적 갈등의 여파로 식량공급도 불안정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2030년에도 약 5억 9,030만 명이 기아를 겪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SDGs 목표는 2030년까지 기아종식을 목표로 합니다.
미래 식량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되려 온실가스 배출 증대로 이어진단 것. 2019년 기준 농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총배출량의 31%를 차지한단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농식품 시스템이 식량안보와 기후목표가 충돌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단 것이 FAO의 설명입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중저소득국가와 군소도서국가 등 영양공급이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 공급을 증대하는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FAO는 농식품 시스템이 개별 문제가 아니란 점을 강조합니다. 농식품 시스템은 모든 산업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농식품 시스템 부문에서 나온 배출량의 25%가 에너지 사용에 따른 것입니다.
작물 생산 기술 변화, 산림 관리, 탄소포집 등 혁신기술 또한 농식품 시스템의 배출량 변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FAO 3개년 계획 수립…“국가 전략에 농식품 포함해야” 🌾
이에 FAO는 로드맵에서 식량안보와 기후대응 목표를 각각 수립했습니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2030년까지 만성 영양실조 근절 ▲2020년 대비 2040년까지 건강한 식단 접근이 어려운 인구 50% 감소 ▲2050년까지 모든 인구 건강한 식단 섭취 등을 목표가 담겼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는 2050년까지 ▲작물 생산성 연간 1.5% 향상 ▲가축 생산성 연간 1.7% 향상 ▲가축 메탄 배출량 연간 3% 감축 등이 제시됐습니다.
FAO는 이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농식품 시스템 전환 계획을 국가 계획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는 지난 1일 COP28에서 발표된 ‘지속가능한 농업, 복원력있는 식량시스템, 기후행동에 관한 COP28 UAE 선언(이하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를 위해 FAO는 올해를 시작으로 하는 3개년(2023~2025)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올해 로드맵은 첫 번째 버전으로, 글로벌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후 29차 당사국총회(COP29)에서 지역 수준의 비용 및 자금 조달 계획, 30차 당사국총회(COP30)에서 국가실행계획을 수립한단 구상입니다.
아울러 로드맵에는 10개 분야에 총 20개 이정표가 담겼습니다. 2025년과 2050년 이정표 각각 10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 위해 효율성 향상-글로벌 재조정 원칙 강조 ⚖️
FAO는 이번 로드맵의 핵심을 크게 2가지로 꼽았습니다.
바로 생산 효율성 향상과 글로벌 식품 시스템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막시모 토레로 FAO 수석 경제학자는 식품 공급이 부족한 국가에는 효율성 향상으로 영양 공급을 촉진하고, 식품 공급이 과다한 국가에선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것을 예시로 언급했습니다.
화학비료 또한 국가 상황별로 다르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화학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온 선진국에서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면 환경적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저개발국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이익을 ‘충분히’ 보지 못했단 것.
이는 기후대응에 있어 ‘공통적이지만 차별화된 책임’과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에 1.5℃ 억제 시나리오 아래에서도 상당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며 농업 생산성이 감소할 것이란 점도 고려돼야 합니다.
FAO가 제시한 그래프를 살펴보면 2021년 기준, 저소득 국가의 작물 생산성(122.88)은 세계 평균 작물 생산성(158.65)과 이미 격차가 벌어져 있습니다.
1.5℃ 억제 노력이 진행된다 해도 저소득 국가의 탄력성이 약화되며 격차가 가속화 될 것으로 FAO는 내다봤습니다.
축산 분야 메탄 감축 강조돼 “노력 인정하지만 역부족” 🐮
한편, FAO는 농식품 분야의 메탄 감축이 국제메탄서약 같은 기존 메탄 감축 노력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앞서 155개국은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메탄 배출량을 30%하는 내용의 국제메탄서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FAO 로드맵에 따르면, 2030년경 농식품 분야의 메탄 배출은 2020년 대비 10%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로드맵은 발표 전부터 FAO가 육류 섭취 감소를 명시할 것이란 소식이 나오며 이목을 끌었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프란체스코 투비엘로 FAO 수석 통계학자 또한 “(이번 로드맵에 따르면) 가축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기후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육류 섭취 감소가 로드맵에서 언급되긴 했으나 이로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로드맵에서 축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 더 강조됐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한 식품에 관한 국제 전문가 패널(IPES-Food)’의 에밀 프리슨 박사는 “기아와 식량 시스템에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계획은 쉽지 않다”면서도 “효율성을 우선하는 제안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유럽기후재단 회원이자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영국 정부 고문을 맡았던 루스 데이비스 연구원은 FAO가 자연 복원에 더 많이 집중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데이비스 연구원은 지난해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의 30×30 목표를 언급하며 FAO의 다음 버전은 여기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연을 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것이 식량안보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COP28 전반서 농식품 시스템 강조 “성패는 GST 반영에 달려” 📜
지난 1일 134개국이었던 농식품 기후행동 선언 참가국은 11일 기준 152개국으로 늘었습니다. 기후대응에서 농식품 시스템의 중요성이 대두됐단 뜻입니다.
그러나 주요 전문가들은 이같은 선언이 구속력이 없는 느슨한 서약이란 점을 지적합니다.
농식품 시스템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COP28의 최종 문서인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문에 반영되야 한단 제언도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브렌트 로켄 세계자연기금(WWF) 수석 과학자는 “국가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리는 신호는 (COP28의) 최종 문서”라고 강조합니다.
데이비스 연구원 또한 COP28에 참석한 각국 대표단에게 GST 결과문에 농식품 시스템의 전환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지난 8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된 최신 GST 결과문 수정안에 따르면 ‘식품(food)’이란 단어는 3차례 언급에 그쳤습니다.
이마저도 지난 5일 초안에서는 1번 언급된 것에서 증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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