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생체 신호가 망가지고 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개막식 연설에서 남긴 말입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실시간으로 기후붕괴를 경험하고 있다”며 “각국 정상들이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세계기상기구(WMO)가 COP28에서 공개한 ‘2023년 잠정 전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WMO가 공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올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4℃ 상승했습니다. 화석연료 연료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화재와 홍수 그리고 폭염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기록적인 온도 변화는 세계 지도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137개국 정상·정상급 인사 참여한 COP28 기후행동정상회담, 누가 왔나? 🤔
COP28 개막식 다음날인 1일부터 2일까지, 양일간 각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 154명이 모인 ‘세계기후행동정상회담(WCAS)’이 열렸습니다. 회담에는 빌 게이츠 등 글로벌 리더 22명도 참여했습니다.
양일간 열린 회담에서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국제사회가 단결해야 하단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정상회담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딩쉐샹 중국 제1부총리가 COP28에 참석했습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 국가 정상들도 회담에 참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조홍식 기후환경대사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이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COP28에 참석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으로 정상회담에 참여했습니다.
올해 COP28 참석을 선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막 직전 건강 문제를 이유로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대신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참석했습니다.
그리니엄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자료를 확인한 결과, 이중 137개국 정상 및 정상급 인사가 정상회담에서 연설했습니다.
구체적인 명단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OP28 정상회담에서 주요국 정상들은 어떤 말을 했나?” 📢
정상회담에서 나온 정상들의 연설은 각 나라가 현재 어떤 기조로 COP28 협상에 나섰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정상회담 직후에는 각국 실무진이 협상에 들어가며 오는 12일까지 주요 안건에 대한 합의를 진행합니다.
작년 이집트에서 열린 27차 당사국총회(COP27)은 마라톤협상 끝에 당초 폐막일보다 이틀이 넘은 후에 최종합의문을 채택했습니다.
정상연설을 살펴보면 유럽은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로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더 많은 지원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나미비아·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개도국들은 자국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선진국들의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케냐는 기후협력 과정에서 북반구와 남반구, 즉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오래 묵은 갈등이 해결될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튀르키예의 경우 자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의 수혜국으로 선정돼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아래는 정상회담 연설에서 주요국들이 내놓은 주요 메시지입니다.

🇪🇺 EU: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화석연료 소비를 순차적으로 줄여가되 결국 제로(0)에 이르는 ‘단계적 퇴출(Phase out)’ 원칙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세계 배출량이 2025년 안에 정점에 달한 후 다음해부터 안정화 또는 하향선을 걷도록 하는 목표 아래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돼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 독일: 숄츠 총리는 화석연료 중에서도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촉구했습니다. 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과학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서둘러야 한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이 시대에 가장 큰 세계적 도전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또한 석탄 폐지를 촉구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은 다른 나라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 2030년 이전에 석탄을 퇴출하기로 약속하자”고 피력했습니다. 또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 일본: 기시다 총리는 COP28 연설에서 “국내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월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은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위해 노력하겠단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G7 국가 중 공식적으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종료를 밝힌 것은 일본이 처음입니다.
🇨🇳 중국: 시 주석 특별 대표로 COP28에 참석한 딩 부총리는 기후대응 이행 강화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딩 부총리는 이어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자금·기술·능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미국: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COP28에 참석한 해리스 부통령은 녹색기후기금(GCF)에 30억 달러(약 3조 9,000억원)의 기여를 약속했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기후행동을 늦추거나 중단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기후과학을 부정하고, 기후행동을 지연하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지도자들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 인도: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 개막식 연설에서 오는 2028년 열리는 33차 당사국총회(COP33)를 유치하겠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습니다. 모디 총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남반구 국민들이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각국이 스스로 설정하는 기후목표와 자발적으로 하는 약속 이행을 결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브라질: 정상회담에 참석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 삼림벌채 면적이 대폭 줄었다”며 “2030년까지 이를 제로(0)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야심찬 목표에도 룰라 대통령은 연설 직후 브라질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 회원국으로 가입한단 소식에 거센 뭇매를 맞았습니다. 룰라 정부는 아마존 열대우림 벌채를 억제했으나 대규모 석유 시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단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OPEC+ 정회원이 아닌 옵서버(관찰국) 자격으로만 참여한다”고 해명했습니다.

전쟁 속 이스라엘 성토장 된 COP28…이란 대표단 항의 끝 철수 😠
이와 별개로 중동 정세를 위협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성토하는 각국 정상들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요르단·튀르키예 등 중동 각국 정상들은 회담에서 한목소리로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이란 대표단은 이스라엘 참석해 항의하는 뜻으로 대표단을 아예 철수했습니다.
앞서 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6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을 초청했습니다. 허나, 이란은 이스라엘이 초청된 점에 반발하며 대통령이 아닌 에너지부 장관을 대표로 보냈습니다.
COP28이 여전히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5일 기준 전쟁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1만 6,000여명이 넘었습니다.
🇯🇴 요르단: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COP28 정상회담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명과 안녕은 즉각적 위협해 직면해 있다”며 “이미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이 지역에서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파괴는 물부족과 식량불안정이란 환경의 위협을 더욱 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 튀르키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COP28 정상회담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전쟁범죄”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는 “기후위기에 대한 견해를 밝히면서도 우리와 가까운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언급하지 않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 이라크: 압둘 라티프 라시드 이라크 대통령 또한 민간인 보호를 촉구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 벨기에: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COP28에 참석한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나 더 이상 민간인 희생이 있어선 안 된다 말했다고 지난 1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UNFCCC, COP28 정상회담 통해 “전지구적 이행점검 논의 일부 진전” 🗺️
정상회담 결과, 각국 지도자들은 기후위기의 시급성과 자국 내 여러 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2030년까지 배출량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단기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단 점에 의견이 모였습니다.
COP28에서 나올 ‘제1차 전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이는 지구 평균기온 산업화 이전대비 1.5℃ 이내로 제한하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점검하기 위한 일종의 중간 성적표입니다.
올해 첫 평가가 이뤄진 뒤 5년마다 평가가 이뤄집니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2025년까지 10년 뒤 감축계획인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번 평가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COP28에 앞서 UNFCCC가 진행한 정보수집과 기술대화 등에 따라 공개된 보고서 초안에 의하면, 현재 NDC 이행 수준으로는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또한 ‘2023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통해 현 NDC 이행 수준으로는 파리협정 달성 가능성이 불과 14%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UNFCCC는 “COP28 정상회담에서 열린 고위급 전지구적 이행점검 행사에서 진전이 나타났다”며 “관련 자료 및 결과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정상회담 결과 ‘글로벌적응목표(GCA)’ 수립과 관련해서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UNFCCC는 덧붙였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나온 논의는 오는 12일까지 각국 대표단의 협상을 통해 최종합의문 형태로 나올 예정입니다.
<저작권자(©) 그리니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