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감축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습니다.
메탄(CH4)은 이산화탄소(CO₂)보다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최대 30배 높은 온실가스입니다.
그 대신 대기 중 잔류기간이 10여년으로 이산화탄소(최장 200년)보다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후 국제사회의 메탄 감축 논의는 지난 2021년 26차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메탄서약’ 체결을 계기로 본격화됐습니다.
이번 COP28에서는 지난 1일부터 2일(이하 현지시각), 양일간 당사국 정상들이 참여한 ‘기후행동정상회담’을 전후로 민관에서 여러 메탄 감축 약속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파리협정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여전히 불충분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50여개 석유기업, 2030 메탄 저감·2050 탄소중립 선언 📢
이번 COP28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화석연료 기업들의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Oil & Gas Decarbonization Charter)’입니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석유기업 애드녹(ADNOC) 최고경영자 겸 COP28 의장인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가 지난 2일 헌장을 직접 공개했습니다.
세계 50개 화석연료 기업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거의 제로(0)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한단 것을 골자로 합니다. 단, 메탄 배출량 감축 범위는 스코프 1,2에 한정됩니다.
애드녹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비롯해 주요 에너지기업 쉘, 토탈에너지,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페트로브라스 등이 참여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석유 생산량은 세계 총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한국가스공사·한국석유공사 등 한국 에너지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으로 헌장에 서명한 기업들은 2030년까지 기업 활동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생산량의 0.2%로 줄이고, 가스 플레어링(Flaring)* 등 일상적인 연소를 중단한다는 임시 목표에 합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80~90%가량 감축하기로 이들 기업은 약속했습니다.
이번 헌장은 COP28에서 출범한 ‘글로벌 탈탄소화 액셀러레이터(Global Decarbonization Accelerator)’의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가스 플레어링: 기업이 원유 생산 시 부산물로 배출되는 천연가스를 태워버리는 행위.
구테흐스 사무총장, 석유업계 선언에 그린워싱 경고한 까닭? 🤔
50여개 화석연료 기업이 서약한 이번 헌장은 여러 국제기구가 참여해 메탄 배출량 추적과 목표 준수 여부를 감사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국제메탄배출관측소(IMEO)와 환경보호기금,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헌장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밖에도 다양한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재생에너지·저탄소연료 등 투자 ▲온실가스 배출 모니터링 투명성 강화 ▲운영 탈탄소화 가속화 등입니다.
이에 대해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야심찬 계획”이라며 “예상치 못했지만 COP28의 가장 중요한 결과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선언이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 산업이 드디어 깨어나기 시작했다”면서도 “필요한 수준에는 분명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화석연료 기업들이 2050 탄소중립을 발표했지만, 정작 화석연료 소비로 인한 배출량인 다운스트림 범위가 빠졌다는 점을 질타한 것.
이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1.5℃ 억제를 위해서는 “적절한 기간 내에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기후대응 약속에는) 그린워싱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고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못 박았습니다.
미국·캐나다 메탄 규제 공개…메탄 감축 위한 정책 쏟아져 ☁️
이밖에도 여러 국가 및 국제기구가 메탄 감축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국제메탄서약이 2년차를 맞이한만큼 서약의 이행 및 점검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다수 공개됐습니다.
어떤 정책들이 발표됐는지 정리했습니다.
🇺🇸 메탄 배출 규제 최종 확정|2038년까지 메탄 80% 감축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이 발표된 지난 2일 미국은 메탄 배출 규제를 최종 확정했습니다. 향후 15년 간 메탄을 예상 배출량 대비 80% 감축하는 목표를 담고 있습니다.
COP28에 참석한 마이클 리건 미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알리 자이디 국가 기후고문은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2038년까지 메탄배출량 약 5,800만 톤을 감축하기 위한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석유 및 석유가스 시추 과정에서 유출되는 메탄을 모니터링해 배출 감축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시설 업그레이드와 정기적인 누출 검사가 의무화됩니다. 또 신규 시설에서는 가스 플레어링이 거의 전면 금지됩니다. EPA의 규정에 따라 미국 내 석유·가스 기업들은 당장 2024년 1월부터 기존 시설에서 메탄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신규 시설만을 대상으로 했던 이전 규칙 개정과 달리, 이번 개정안에는 처음으로 기존 시설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강력한 규제로 평가 받습니다.
🇨🇦 캐나다 메탄 규제 초안 공개|2030 석유가스 업스트림 배출량 75% 감축
지난 4일 캐나다도 메탄 배출 억제를 위한 규정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2030년까지 석유 및 가스 업계의 업스트림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2012년 대비 75%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운영 과정에서의 환기 및 가스 플레어링 중단과 누출 모니터링 강화 등의 내용입니다.
COP28에 참석한 스티븐 길보 환경부 장관은 이번 규제를 통해 2027년부터 2040년까지 배출량을 2억 1,700만 tCO2e(이산화탄소환산톤)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초안은 내년 2월까지 의견 수렴을 거칠 예정입니다.
🌐 국제메탄서약 업데이트|가입국 155개로 증가
같은날(4일) 국제메탄서약 고위급회의에서는 메탄 감축을 가속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발표됐습니다. 국제메탄서약은 2030년까지 인위적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회의 결과로는 ▲중저소득국 지원을 위한 메탄 보조금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 지원 ▲메탄 경보·대응 시스템(MARS) 전면 출시 ▲데이터 활용 캠페인 ▲34개 과학연구 지원 등이 발표됐습니다.
MARS는 메탄 배출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추적하는 위성 기반 시스템입니다. IMEO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C3S), UNEP, IEA 등이 함께 개발했습니다. 2023년 1월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COP28을 계기로 확장 운영될 예정입니다.
국제메탄서약 가입국은 올해 5개국(케냐·앙골라·루마니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 새롭게 참여하며 155개국으로 증가했습니다.
🌽 농축산 분야 메탄 감축|베이조스 5,700만 달러 투자 발표
식량 생산에서 배출되는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도 출시됐습니다.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베이조스 지구 기금’은 10억 달러 기금의 일환으로 5,700만 달러(약 749억원)를 축산업 메탄 저감 등 식량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지난 1일 COP28에서 밝혔습니다.
기금은 저메탄 사료와 저메탄 가축 사육 그리고 메탄 배출 측정 센서 등 가축메탄배출 감축에 사용됩니다. 이와 함께 삼림벌채 제한, 기후스마트농업 등도 언급됐습니다.
세계은행 또한 지난 2일, 15개국에서 메탄을 감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인 ‘메탄 감축 청사진’을 발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향후 18개월 동안 최대 1,000만 톤의 메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인간이 배출한 전체 메탄 배출량 중 쌀 생산에서 나온 배출량이 8%에 달합니다. 이어 축산업(32%), 폐기물(18%) 등 순으로 높습니다.
이에 세계은행은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쌀 생산·가축사육·폐기물 관리 등에서 메탄 배출을 감축을 목표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