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이 미국 상장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쉬인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로 기업공개(IPO)를 신청했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가 상장 주관사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쉬인의 IPO가 근래 가장 큰 IPO 사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쉬인은 지난 2020년 미국 상장을 시도했으나 미중갈등과 강제노동 등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논란이 일며 상장을 보류한 바 있습니다.
이후 쉬인은 ▲본사 이전 ▲공급망 다양화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미국 기업 인수 등을 추진해 왔습니다.
2021년 고배를 마시고 2년 만에 미국 상장에 뛰어든 쉬인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패스트패션 대표기업 쉬인, IPO로 900억 달러 조달 목표 💰
2008년 중국 난징에 설립된 쉬인. 온라인 소매업체에서 출발한 쉬인은 2012년부터 자체 공급망을 갖춘 종합 소매업체로 거듭났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수억 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브랜드입니다.
쉬인의 성공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었습니다. 쉬인은 AI를 활용해 최신 트렌드와 판매율 등 빅데이터를 분석했고, 이를 바로 제품 생산에 접목하여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많은 의류를 생산했습니다.
중국 내 6,000여곳의 협력사를 통해 할 1,000개 이상의 신제품을 생산할 수 있단 것.
여기에 중국의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TikTok)을 활용한 ‘쉬인하울’ 콘텐츠 마케팅을 접목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아니나 쉬인의 2022년 한해 매출은 227억~300억 달러(약 29조~38조원)로 추산됩니다.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으로 꼽히는 만큼 IPO에서도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쉬인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의하면, 쉬인은 예비투자자 설명에서 800~900억 달러(약 103조~116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걸 목표로 합니다.
쉬인의 목표가 실현된다면 미국 내 상장된 중국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현재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보유한 곳은 2021년 684억(약 88조원)를 인정받은 중국 승차공유기업 디디추싱입니다.

2020년 상장 실패…“ESG 이슈·지정학 갈등 영향 때문” 😢
그러나 쉬인의 이번 미국 상장이 예상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쉬인은 2022년 4월 자금 조달 당시 1,000억 달러의 기업가치(약130조원)를 인정받으며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올해 5월 자금조달에서는 기업가치를 660억 달러(약 85조원)가량으로 급격히 낮췄습니다.
투자 시장 위축, 매출 증가율 둔화와 더불어 환경오염, 저임금·장시간 노동, 디자인 표절 등 부정적 뉴스로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했단 분석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역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한단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 의회의 초당파 자문위원회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SEC가 쉬인의 강제노동 혐의에 대해 공급망 감사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도 쉬인의 미 상장을 위협하는 요소입니다. 미 정치권에서는 쉬인이 보유한 미국 소비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0년 한 차례 IPO와 미국 상장을 추진했으나 보류한 까닭도 이 때문입니다. 이같은 디자인 표절 시비와 중국 신장 지역 면화 수급 논란 등은 미국 상장에 있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美 상장 재추진 이유는? 지속가능성 개선·현지 기업 인수에 자신감 ⬆️
쉬인이 오는 2024년 미국 상장을 재추진하는 배경으로 그간 많은 준비를 통해 자신감을 쌓았단 분석이 나옵니다.
가장 먼저 쉬인은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2021년 중국 난징에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습니다.
여기에 중국 기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브라질, 튀르키예(터키) 등에서도 제조 허브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인도와 멕시코에 제조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 중입니다.
공급망 내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계획도 다수 발표됐습니다.
2022년 한해에만 ▲지속가능생산라인 에볼루쉬인(evoluSHEIN) 출시 ▲2050 완전한 순환형 섬유 공급망 구축 선언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 발표 ▲중고거래 서비스 출시 등이 잇달았습니다.
다만, 지난 6월 인플루언서를 중국 공장에 초대해 노동환경 개선을 홍보하려다 역풍을 맞는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지난 8월 미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의 지분 인수가 쉬인의 미국 상장을 위한 포석이었단 분석도 나옵니다.
당시 쉬인은 합작 투자의 일환으로 포에버21의 모기업 스팍(SPARC)그룹의 지분 3분의 1을 인수했습니다. 포에버21은 2020년 파산보호절차에 들어가는 등 부진을 겪고 있지만 미국 내 4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쉬인은 포에버21과의 파트너십으로 오프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포에버21은 쉬인의 온라인 구매자 풀을 활용한다는 전략입니다.
미국 상장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해온 중국 기업, 환경오염, 인권문제 등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미 패션그룹과의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하고 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H&M 3배’ 패스트패션 기업 등장, IPO 시장 단비 될까 🌦️
쉬인의 IPO 소식에 그간 비밀에 싸여있던 거대 패스트패션 기업이 베일을 벗을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그간 쉬인은 정확한 매출액 등 재무 관련 정보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 쉬스카이가 최고경영자(CEO) 또한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의하면, 쉬인이 쉬스카이 CEO가 중국시민인지에 대한 확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IPO 신청 또한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쉬인이 신장 강제노동 문제로 미 의회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로부터 조사를 앞두고 있단 점은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이에 쉬인 측은 강제노동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갖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쉬인은 2024년 미국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모든 난관을 뚫고 쉬인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쉬인은 최소 66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 H&M의 시가총액(225~250억 달러)의 3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한편, 금융계에서는 쉬인의 상장이 성공할 경우 지난 2년 간 고금리 등 악재로 침체됐던 미 IPO 시장에 단비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