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GHG) 감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패션업계가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은 세계 전체 배출량의 약 10%를 차지합니다. 앞서 H&M, 자라(ZARA)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 기업들도 일찌감치 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여기에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도 동참한 것입니다.

패스트패션 기업들의 탄소배출 감축 약속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진정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 쉬인은 2021년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영향 보고서에서 환경 영향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Shein

쉬인, 2030년 탄소배출 감축 계획은? 🗓️

먼저 쉬인은 배출량 정량화 및 목표량 설정을 위해 영국의 글로벌 품질인증기업 인터텍(Intertek)과 협력해 탄소발자국 영향을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2021년 한해 동안 쉬인이 내뿜은 이산화탄소(CO2)는 약 630만 톤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쉬인은 과학기반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따라 스코프 1부터 스코프 3까지 세 가지 범주에 대한 배출량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이를 알아본다면.

  • 🏭 스코프 1 (Scope 1): 쉬인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직접배출량입니다. 건물이나 기업 소유의 차량에서 사용한 연료, 냉매 사용 등으로 인해 배출된 탄소가 포함됩니다. 쉬인은 2030년까지 절대 배출량의 42%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 🔋 스코프 2 (Scope 2): 첫 번째 범위보다 간접적인 배출을 말합니다. 가령 쉬인 공장 내 전력 공급을 위한 에너지에서 발생한 배출량입니다. 쉬인은 2030년까지 쉬인 운영에 사용된 전기 100%에 재생에너지인증서(REC)를 구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 스코프 3 (Scope 3): 완전히 간접적인 배출을 말합니다. 제품 및 서비스 관련 모든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을 말합니다. 쉬인은 2030년까지 절대 배출량의 25%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Shein

“42%·100%·25%”…쉬인의 탄소감축 약속 뜯어보기 🔍

스코프1 배출량 42% 감축, 스코프2 100% 재생에너지 인증서 구매, 스코프 3 배출량 25% 감축.

2030년까지 채 8년이 안 남았단 점을 고려할 때, 쉬인은 상당히 야심찬 감축 목표를 세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 감축 약속의 실효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스코프 1·2·3 각각의 배출량이 쉬인의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쉬인은 2021년 탄소배출량 영향을 측정한 결과, 스코프 1과 2의 배출량이 각각 전체 배출량의 단 0.05%, 0.5% 미만을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많은 배출량이 발생한 범주는 스코프 3로, 전체 배출량의 99% 이상을 차지했는데요. 즉, 쉬인의 탄소감축량 목표는 42%와 100%란 높은 숫자가 아닌, 사실상 25% 감축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쉬인의 탄소배출은 스코프 3에 집중돼있을까요?

 

▲ 스코프 3는 소재 생산공급사 협력 등의 공급자 중심의 항목인 업스트림과 유통폐기 등 소비자 중심의 항목인 다운스트림으로 구성된다 ©Climate Board Company greenium 번역

패션산업 탄소감축 어려운 이유, 스코프 3 중심 배출 구조에 있어! 🏭

이를 알기 위해서는 패션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온실가스가 어떻게 생성·배출되는지 알아야 합니다.

섬유제품은 1️⃣농장(식물성 섬유) 또는 석유화학공장(화학섬유)에서 원료를 추출·생산합니다. 2️⃣그 다음 염색, 직조, 재단과 봉제 과정을 거치는데요. 3️⃣완성된 제품은 수요처로 운송되고 4️⃣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됩니다.

이 과정에서 4번을 제외한 1~3의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모두 스코프 3 범주에 속합니다. 스코프 1과 2는 기업의 본사와 매장에서 배출되는 직·간접적인 배출량만 포함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쉬인은 오프라인 매장이 거의 없고 온라인을 위주로 운영하며, 디자인 외 생산 대부분을 아웃소싱(외주생산)하는 구조입니다. 이 때문에 쉬인의 스코프 3 비중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 SBTi 가입 패션기업 중 30여 곳의 탄소배출량 분석 그래프 전체 배출량에서 스코프 3가 96를 차지했다 ©WRI greenium 번역

스코프 3 배출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비단 쉬인만의 일은 아닙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넷제로를 위한 로드맵: 의류 부문에서 과학기반목표(SBTi) 제공’ 보고서에서 SBTi에 가입한 패션기업 30여 곳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배출량 중 스코프 3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96%에 달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스코프 3 내 배출량을 추적하고 검증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스코프 3의 배출량을 감축하고 모니터링하는 것도 어렵단 뜻입니다.

현재 쉬인은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수천 개의 제3자 공급업체 및 200개가량의 협력업체와 협업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비영리연구기관인 공공환경문제연구소(IPE)의 린다 그리어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러한(스코프 3) 배출량은 기업이 계산하기 더 어렵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간과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패션산업, 탄소배출량 감축 약속…”스코프 3 배출량 감축이 핵심” 🤔

한편, 쉬인도 스코프 3 배출량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쉬인의 배출량 감축 계획에 따르면, 스코프 1·2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에너지 절약 노력에 투자가 진행될뿐더러, 스코프 3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공급망 개선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쉬인은 공급망 내 탈탄소화 및 현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기관 의류영향연구소(AII)에 최대 760만 달러(약 109억원)를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500개 이상의 쉬인 파트너 시설에 에너지 효율 프로젝트 구현을 위한 전략을 설계할 계획이라고 연구소는 밝혔는데요. 해당 프로젝트가 제대로 수행될 경우 시설당 연간 10%의 온실가스 배출이 감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쉬인은 스코프 3 배출량 감소를 위해 니어쇼어링(Near-shoring)*온쇼어링(On-shoring)**을 확대합니다. 이를 통해 항공 화물의 의존도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요. 또 재활용 재료 및 공급망 혁신도 가속화하겠다고 쉬인은 덧붙였습니다.

쉬인의 ESG 글로벌 책임자인 아담 윈스턴은 “오늘 우리는 향후 7년 동안 전체 공급망에 대한 배출량 감소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새로운 2030 목표를 발표하면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는데요.

*니어쇼어링: 인접국 아웃소싱

**온쇼어링: 해외기업의 자국 유치나 국내기업의 자국 아웃소싱 확대

 

▲16개 주요 섬유회사의 2018 2019년 스코프 3 배출량 감축률 변화 16개 기업 중 3분의 2는 연간 감축 목표인 45보다 감축률이 낮거나 오히려 배출량이 증가했다 ©Climate Board Company greenium 번역

쉬인의 공급망 개선 약속에도 쉬인의 탄소배출 감축 약속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단 우려가 나옵니다. 앞서 스코프3 배출량 감축을 약속했던 패션 브랜드들 또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패션과 섬유에서의 마찰점(Friction Points in Fashion and Textiles)’ 보고서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기후 컨설팅 기업 클라이밋보드(Climate Board)가 발간한 보고서인데요.

보고서는 16개 주요 섬유기업을 조사한 결과, 스코프 1·2의 배출량 감소에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으나 아직 부족하다고 꼬집었습니다. 감축된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10% 미만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클라이밋보드는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3분의 2가 목표한 만큼의 배출량 감축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단 점을 지적했습니다.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전체 배출량의 평균 95%를 차지하는 스코프 3 배출량을 파악·측정·관리하는 데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