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쉬인(Shein)탄소감축 선언에 이어,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신규 서비스를 내놓았습니다. 쉬인이 이번에 주목한 것은 바로 ‘중고거래’였는데요.

일반적으로 중고거래는 옷의 수명을 늘립니다. 이를 통해 옷의 생산과 폐기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줄일 수 있는데요. 이 때문에 패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쉬인이 선보인 중고거래 서비스는 출시 소식과 동시에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왜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졌는지 그리니엄에서 살펴봤습니다.
 

▲ 트릿은 패션기업이 손쉽게 순환경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고거래 사이트 구축을 돕는 플랫폼 기업이다 ©Treet

더 손쉬운 중고거래 위한 ‘쉬인 익스체인지’ 출시돼 📦

지난 19일(현지시각) 쉬인은 미국 시장에 중고거래 서비스인 ‘쉬인 익스체인지(Shein Exchange)’를 출시했습니다. 쉬인은 패션 아이템을 더 쉽게 재판매하도록 돕는 서비스라고 소개했습니다.

그간 쉬인이 판매한 여러 제품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나 ‘미국판 당근마켓’으로 불리는 포쉬마크(Poshmark) 같은 플랫폼에서 중고거래됐습니다. 쉬인은 이 과정이 불편할뿐더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가 중고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에 쉬인은 중고거래를 더 쉽게 만들기 위해 ‘리커머스 플랫폼’ 기업 트릿(Treet)과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했는데요.

트릿은 패션기업의 중고거래 출시를 돕는 플랫폼 기업입니다. 패션기업의 기존 홈페이지와 흡사한 중고거래 전용 사이트 구축을 지원하는데요. 이 사이트는 기존 홈페이지의 데이터를 가져와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 배송, 고객 서비스, 대금 지불 등의 관리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소비자는 쉬인 앱의 쉬인익스체인지 페이지왼에 들어가면 구매 이력을 확인중앙할 수 있다 판매Sell 버튼을 누르면 제품 정보가 사전입력된 페이지오로 넘어간다 ©sunkissed kel TikTok

트릿과 협력해 개발된 덕에 쉬인익스체인지는 앞서 설명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쉬인 익스체인지는 기존 쉬인 어플리케이션(앱) 내 서비스로 추가됐는데요. 덕분에 추가 앱 다운로드 없이 중고거래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판매할 제품의 기본 정보가 사전에 입력된 덕에 판매자는 제품의 현재 상태, 판매 금액, 배송비만 작성해 제출하면 끝인데요.

판매자는 판매금액에서 5%의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 받습니다. 북미 1위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의 수수료가 15달러 이상 제품에는 20%, 15달러 미만 제품에는 2.95달러를 받는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쉬인 중고거래 플랫폼 출시에 ‘그린워싱’ 비판 나오는 까닭은? 🤔

쉬인은 중고거래 플랫폼 출시가 “섬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약속의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소비자들의 중고거래를 유도함으로써 ‘의식 있는 소비’를 촉진할뿐더러, 가능한 많은 패션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는데요.

쉬인의 아담 윈스턴 ESG 글로벌 책임자는 “쉬인은 섬유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솔루션을 가속화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러나 쉬인의 이번 중고거래 플랫폼 출시를 놓고 일각에서는 그린워싱, 나아가 ‘이미지 세탁’이란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케냐 나이로비의 폐기물 수거장 모습 전문가들은 쉬인 제품의 낮은 품질과 과도한 생산량 때문에 중고거래로는 의류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Kevin McElvaney Greenpeace

쉬인을 향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쉬인의 품질과 가격이 너무 낮아 ‘중고거래에 부적합’하단 것입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다쉐컨설팅(Daxue Consulting)의 앨리슨 말름스텐 마케팅 이사는 쉬인의 옷이 애초에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말름스텐 이사는 쉬인의 옷이 “중고거래의 적절한 대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는데요.

그는 이어 쉬인의 저렴한 가격도 지적했습니다. 말름스텐 이사는 쉬인 제품의 가격이 매우 저렴한 탓에 중고거래를 할 요인이 적다고 설명했는데요. 즉, 소비자들이 중고거래에 드는 시간과 비용보다, 새로운 쉬인 옷을 구매하는 것이 더 ‘싸게’ 느낄 수 있단 것입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두 번째로 ‘순환으로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쉬인의 생산량이 많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쉬인은 자사 홈페이지의 홍보 문구처럼 매일 수천 가지의 새로운 상품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6,000개 이상의 제품이 ‘신상품’으로 업로드 되는데요.

패션전문지 보그(VOGUE)는 쉬인익스체인지에 대해 “소비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고 몇 번 사용한 후 재판매 사이트에 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보그는 그러면서 순환플랫폼이 반드시 과소비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지난 17일현지시각 쉬인의 노동 문제를 폭로한 탐사 다큐멘터리 말로 다할 수 없는 쉬인 기계 내부Inside the Shein Machine UNTOLD를 방영했다 ©Channel 4

+ ‘그린워싱’ 의혹이 나온 또 다른 이유! 플랫폼 출시 시기가 문제였다고? ⏰
쉬인의 중고거래 플랫폼 발표가 그린워싱이란 비난을 받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습니다. 발표시기가 쉬인의 노동 현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방영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사회적 이슈를 가리기 위해 ‘이미지 세탁용’으로 친환경 정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인데요.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다큐멘터리 ‘말로 다할 수 없는: 쉬인 기계 내부(Untold: Inside The Shein Machine)’를 방영했습니다. 쉬인 공장에 위장 취업한 기자가 촬영한 영상에는 저임금·장시간 노동 실태가 그대로 담겼는데요. 방영 후, 쉬인은 공급업체를 현장 조사해 공정한 작업환경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세계 최대 패스트패션 기업, 지속가능해질 수 있을까? 👠

쉬인은 올해 들어 지속가능성 관련 정책을 꾸준히 발표해왔습니다.

올해 초, 2050년까지 패션산업의 순환경제 전환을 목표로 하는 연합체인 ‘세계 순환섬유의 날(WCTD·World circular textiles day)’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에는 지속가능 생산라인의 하나로 ‘에볼루쉬인(evoluSHEIN)’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부분적으로 함유한 제품을 선보인 것인데요.

또한, 지난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글로벌패션서밋(Global Fashion Summit)에서 의류폐기물 문제 해결하기 위해 3년간 연간 500만 달러(약 71억원)의 기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쉬인은 향후 5년간 5,000만 달러(약 710억원)를 투자하는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기금을 출시하겠다고 덧붙였는데요.

여기에 지난 9월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투자하기로 한 760만 달러(약 109억원)를 포함하면 올해 지속가능성을 위해 밝힌 투자금만 6,000만 달러(856억원)가 넘습니다.

 

▲ 세계 순환섬유의 날은 순환섬유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 조직 개인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 렌징 리뉴셀 등 순환섬유기업부터 HM 케링 등 패션기업까지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WCTD

그러나 쉬인의 한해 매출과 비교해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금이 매우 적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쉬인의 작년 한해 매출만 157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데요. 지난 4월에는 쉬인의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쉬인이 ‘값싼 청구서’로 지속가능성 라벨링을 사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쉬인이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과잉생산, 저가 재료, 저임금 노동에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 재구성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합니다.

이는 나이키, 아디다스, H&M 등 아웃소싱(하청구조)에 의지하는 대부분의 패션기업이 같은 비판을 받는 만큼, 전체 섬유·패션 업계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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