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스타트업 퍼보에너지의 지열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이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 공급되기 시작했습니다.
2030년까지 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이란 구글의 목표 달성이 한층 더 가까워졌단 평가가 나옵니다.
구글은 퍼보에너지의 상업용 지열발전소 ‘프로젝트 레드(Project Red)’로부터 전력 공급을 받기 시작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해당 지열발전소가 가동된지 약 3달여만입니다.
이 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은 약 3.5㎿(메가와트)입니다. 이는 약 2,500가구가 한달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와 맞먹습니다.
프로젝트 레드 시설은 현재 네바다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인 NV에너지와 전력망이 연결돼 있습니다.
연중무휴 24시간 무탄소에너지 공급 가능한 차세대 지열발전 기술, EGS 🤔
지열발전은 연중무휴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무탄소에너지원입니다. 그러나 화산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지열발전이 어렵단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지열발전소 상당수는 아이슬란드나 뉴질랜드 또는 케냐와 같이 화산활동이 활발한 국가에 국한돼 있습니다.
2017년 설립된 퍼보에너지는 기존 지열발전의 한계를 타파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른바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입니다. EGS 기술이란 수압파쇄 등을 통해 인공적으로 지열 저류층을 생성해 발전하는 것입니다.
원하는 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땅속 깊숙이 시추공을 굴착한 후 해당 깊이에 강한 수압으로 물을 주입해 암석을 파쇄한단 것.
쉽게 말해 지열발전이 어디에서나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구글에 전력 공급한 지열발전소 ‘프로젝트 레드’ 가동 방식은? ⚡
네바다주 사막에 있는 프로젝트 레드 지열발전소는 수직으로 7,700피트(약 2.3㎞) 깊이의 지열정 2개(thermal well)가 있습니다. 이 2개 지열정은 약 3,200피트(약 975m) 길이의 수평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이는 열에너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사측은 밝혔습니다.
지하로 주입된 물이 지열정을 지나가며 가열되고, 여기서 생성되는 증기가 지상의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같은 수압파쇄 기술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단 우려가 있습니다. 물이 지하에 주입될 시 압력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최고책임자인 가브리엘 말렉은 자체 시스템 덕분에 그럴 위험성이 적단 점을 강조합니다.
퍼보에너지는 광섬유케이블을 사용해 지열자원의 흐름과 온도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작업을 바로 중단할 수 있는 센서가 지열정 내부에 구역별로 부착돼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또 퍼보에너지는 미 에너지부가 수립한 지침서에 따라 EGS 기술이 구현됐고, 시범운영 중 지진과 같은 사고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데이터는 퍼보에너지의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통해 관리되고 있습니다.
“차세대 지열발전 기술개발 가능했던 배경? 기후대응 위해 합류한 인재 덕” 🛢️
어디서나 지열발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EGS 기술. 사실 퍼보에너지의 성공 전까지는 번번히 실패를 거듭한 기술입니다.
퍼보에너지가 EGS 기술 실증 실험에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석유업계의 기술이 있었습니다.
2022년 기준 퍼보에너지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화석연료 기업 출신입니다. 화석연료 기업에 종사하던 이들이 기후대응이란 목표 아래 퍼보에너지에 대거 합류한 것입니다.
회사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팀 라티머 또한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빌리턴의 셰일가스 사업부에서 오랫동안 시추엔지니어로 일한 사람입니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라티머 CEO는 회사를 떠나 지열에너지 기술개발에 뛰어들게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퍼보에너지 기술개발에는 투자자들과 대기업의 협력도 뒷받침했단 평가가 나옵니다. 퍼보에너지는 빌 게이츠의 기후펀드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BEV)의 1기 투자 기업 중 한 곳입니다.
퍼보에너지가 설립 후 현재까지 모은 투자금만 1억 8,000만 달러(약 2,320억원)에 이릅니다.
구글, 지열발전 적극 활용해 2030년 무탄소에너지 100% 달성할 것 🔔
프로젝트 레드 지열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은 구글의 경우 2021년에 퍼보에너지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관련 지원을 이어왔습니다.
구글 이사회의 기후 부문 선임이사인 마이클 터렐은 “2030년까지 무탄소에너지원 100% 달성을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해선 풍력·태양광·배터리보다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단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습니다.
터렐 이사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 이후의 차세대 에너지원 상당수가 규모의 확장에 어려움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와 달리 지열발전은 더 빨리 현실화가 가능하단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습니다.
구글에 따르면, 2022년 구글이 사용한 에너지 중 64%가 무탄소에너지였습니다. 이 비중을 높여 2030년 무탄소에너지 100%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열발전이 중요하단 것이 터렐 이사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지열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 프로젝트이너스페이스(Project InnerSpace)와도 지난 9월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전 세계 지열자원 맵핑 및 평가 도구개발을 돕기 위한 소프트웨어 같은 기술을 지원할 것이라고 구글은 전했습니다.
퍼보에너지, 美 에너지부 지원받아 DAC 결합한 지열발전소 건설할 것 ☁️
미 에너지부는 오는 2035년까지 지열에너지 비용을 90% 절감해 MWh(메가와트시) 당 가격을 약 45달러(약 5만 7,000원)까지 낮춘단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이 목표를 실현하고자 작년 9월 에너지부는 과학·기술적 장벽을 극복하는 ‘에너지 어스샷(Energy Earthshot)’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열발전 기술을 선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1억 6,500만 달러(약 2,120억원) 규모의 예산이 에너지부를 통해 배정됐습니다.
라티머 CEO는 현재 프로젝트 레드를 통해 생산한 전력이 MWh당 45달러 보다는 “상당히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술개발 및 규모 확장에 따라 몇 년 이내 DOE가 목표로 하는 가격까지 낮아질 수 있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한편, 퍼보에너지는 미 남부 유타주에도 지열발전소를 건설 중입니다. 일명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프로젝트 레드의 지열정이 2개인 반면, 이 시설은 지열정 100개를 목표로 합니다.
사측은 2026년까지 전력망에 연결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단 구상입니다. 해당 시설에서는 최대 400㎿의 전력이 생산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와 별개로 퍼보에너지는 지열발전소와 DAC(직접공기포집) 시설이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 중입니다. 현재 미 에너지부로부터 358만 달러(약 47억원)를 지원받아 타당성평가에 들어간 상황입니다.
퍼보에너지는 기술개발을 통해 오는 10년 안에 1,000㎿ 규모의 지열발전소를 생산한단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