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제거를 위한 DAC(직접공기포집) 설비 구축에 12억 달러(약 1조 5,900억원)를 지원합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초당적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IIJA)에 마련된 DAC 허브 구축에 따른 첫 번째 투자입니다.

미 정부는 DAC 기술 상용화를 위해 35억 달러(약 4조 6,600억원)를 들여 미국 4개 지역에 연간 최소 100만 톤의 탄소제거 및 저장이 가능한 DAC 허브 구축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각) 미 에너지부(DOE)는 첫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남부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 각각 DAC 설비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DAC 허브 4개 중 2개 허브가 이번에 공개된 것.

DOE는 이번 지원 규모가 탄소제거 사업 내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대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 미국 정부는 35억 달러 중 12억 달러를 DAC 허브 2개 구축에 지원한다 ©greenium

美 정부가 선정한 DAC 허브, 프로젝트 사이프러스·사우스 텍사스 DAC는? 🤔

DAC는 대기 중 CO₂를 물리·화학적으로 분리해 탄소제거(CDR)가 가능한 기술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인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선 DAC 기술이 개발돼야 함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미 정부 또한 DAC 연구개발(R&D) 및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 지원은 DAC 상용화를 위한 미 정부 정책의 일환인 것.

DOE는 프로젝트가 크게 ‘프로젝트 사이프러스(Project Cypress)’와 ‘사우스 텍사스 DAC 허브(South Texas DAC Hub)’에 지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루이지애나주와 텍사스주에 상업용 DAC 설비가 구축되며, 두 프로젝트 각각 연간 최대 100만 톤의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SK텔레콤의 2021년 탄소배출량과 맞먹습니다.

두 설비에서 사용될 각각의 기술은 이미 소규모 시범 설비에서 실증을 마친 상태입니다. DOE는 각 시설에서 연간 100만 톤이 실제로 제거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주 칼카슈군에 지어질 DAC 시설 프로젝트 사이프러스는 3개 기관이 협력해 진행된다 ©Project Cypress 제공 greenium 제작

1️⃣ 프로젝트 사이프러스

  • 장소: 루이지애나주 칼카슈군
  • 참여업체: 클라임웍스, 에어룸, 바텔연구소

 

▲스위스 클라임웍스(Climeworks) ▲미국 에어룸테크놀로지스(Heirloom Technologies·이하 에어룸) ▲미국 바텔연구소(Battelle Memorial Institute) 등 3개 기관이 협력해 진행됩니다.

클라임웍스와 에어룸은 DAC 기술개발로 유명한 기업입니다.

클라임웍스는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대 DAC 설비 ‘오르카(Orca)’를 운영 중이며, 연간 약 4,000톤의 탄소를 흡수해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룸은 석회석을 이용해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는 곳으로 캐나다 기업과 협력해 콘크리트에 탄소를 격리한 바 있습니다.

세계 최대 비영리 R&D 기관인 바텔연구소가 운영을 맡습니다. 바텔연구소는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8곳을 관리하고 있을뿐더러, CCS(탄소포집 및 저장)에 대한 지식도 갖춘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미 대기 중 탄소포집을 위한 기술은 마련된 상황. 3개 기관은 공동성명에서 포집된 탄소의 저장은 루이지애나 기업인 ‘걸프 코스트 시퀘스트레이션(GCS·Gulf Coast Sequestration)’이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클라임웍스 GCS와 파트너십을 맺고 루이지애나주 걸프만에 탄소저장용 허브를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기서 포집된 탄소는 걸프만 일대 유정 아래 저장될 예정입니다. GCS는 미 환경보호청(EPA)로부터 해당 유정이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3개 기관은 프로젝트 사이프러스를 통해 일자리 2,300여개가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중 10%는 화석연료 산업에 고용된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2023년 4월 28일 1포인트파이브와 옥시덴탈 등 주요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스트라토스라 불린 DAC 시설 착공식이 열렸다 ©Elizabeth Conley

2️⃣ 사우스 텍사스 DAC

  • 장소: 텍사스주 클레버그 카운디
  • 참여업체: 1포인트파이브, 카본엔지니어링, 올리그룹

 

미국 에너지 기업 옥시덴탈페트롤리움(OXY, 이하 옥시덴탈) 자회사인 ▲1포인트파이브(1PointFive) ▲캐나다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eering) ▲미국 올리그룹(Worley Group) 등이 참여합니다.

1포인트파이브는 작년 7월 유럽 항공우주기업 에어버스(Airbus)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텍사스주에 DAC 설비를 건설 중입니다. 일명 ‘스트라토스(Stratos)’라 불리는 시설입니다. 당초 2024년 가동될 계획이었으나, 공급망 대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건설이 지연된 상태입니다.

한편, 16일(현지시각) 1포인트파이브 모회사인 옥시덴탈은 DAC 기술개발 기업 카본엔지니어링을 11억 달러(약 1조 4,7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해당 인수는 2023년 안에 마무리 될 것이라고 옥시덴탈은 밝혔습니다.

옥시덴탈은 카본엔지니어링의 기술을 바탕으로 DAC 설비를 구축한단 계획입니다. 포집된 탄소는 화석연료 기업인 올리그룹이 걸프만 연안에 저장할 계획입니다.

또 그리니엄이 확인한 결과, 탄소제거 연구 투자기업 카본다이렉트(Carbon Direct)가 수명주기 분석을 제공하며 DOE 산하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도 분석에 참여합니다. 더불어 텍사스 A&M 대학교가 DAC로 인해 영향을 받는 환경과 천연자원을 분석해 공개할 계획입니다.

사우스 텍사스 DAC는 약 2,5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키 홀럽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는 “(사우스 텍사스 DAC가) 완전 가동에 들어갈 경우 연간 최대 3,000만 톤의 탄소제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옥시덴탈 선정에 여러 말들 나와! 🤔
IPCC 보고서에 저자로도 참여한 ‘오슬로 국제기후 및 환경연구센터(CICERO)’의 연구실장 겸 기후학자인 글렌 피터스는 영국 클라이밋홈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원칙적으로 옥시덴탈에 돈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홀럽 CEO가 강조한 연간 3,000만 톤이란 수치가 과장됐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홀럽 CEO는 올해 초 “DAC가 더 많은 석유를 추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습니다.

IPCC 보고서 자자이자 스트라이프(Stripe) 내 기후연구 책임자인 제케 하우스파더도 소셜미디어(SNS)에 “(옥시덴탈이) CDR의 역할을 매우 과장한다”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 미 에너지부는 다른 DAC 허브 2개 구축을 위한 장소 물색을 위해 14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greenium

다른 DAC 허브 구축 위한 평가도 진행…“퍼보에너지·GE·RMI 등 참여” ⚡

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을 보면 DAC 업계에서도 협력이 필수란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번 계획은 오는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개최를 불과 3개월 앞두고 나온 점에서 주목받습니다.

이달 초 UAE 국영 석유 기업 아드녹(ADNOC)은 옥시덴탈과 미국 및 해외 DAC에 대한 투자 기회를 평가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한편, 같은날 DOE는 DAC 허브 설계 및 타당성 평가를 목표로 개발 초기단계 프로젝트 19개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중 14개는 잠재적인 DAC 허브 구축을 위한 타당성 평가, 즉 장소 탐색을 목표로 합니다. 미국 내 여러 기업 및 대학들이 참여한 것이 확인됐고, 그중에서 눈여겨볼 곳들을 정리했습니다.

 

다른 5개는 DAC 설비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요구를 검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밖에도 지원금이 탄소제거크레딧과 타당성 조사 등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DOE는 밝혔습니다.

제니퍼 그랜홈 DOE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DAC 시설은) 넷제로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선정된 협력업체들과 함께 지역사회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브리핑도 오는 9월 개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미국 기후테크 스타트업 퍼보에너지는 지열발전소와 DAC 시설을 일체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Fervo Energy

BEV 탄소관리 정책 책임자, 미국 DAC 산업서 주도권 갖고자 투자 ↑ 💰

이번 DOE 지원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미 콜롬비아대 라몬트-도허티 지구관측소(LDEO)의 박사후 연구원인 클레어 넬슨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50년까지 필요한 규모로 DAC 시설을 만들기 위해선 지금부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BEV) 그룹의 탄소관리 정책 책임자인 잭 앤더슨은 “(12억 달러는 미국과 같은) 정부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합니다.

DAC 설비 제조에 미 정부가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큰 CO² 구매자가 될 수 있는 미래를 설정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즉, DAC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겠단 것이 미국의 계획인 것.

미 정부가 DAC 산업 확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고객 역할을 함으로써, 기후대응과 관련 일자리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단 것이 앤더슨 책임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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