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부품 불량 문제로 올해 순손실만 45억 유로(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독일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가 자국 정부로부터 대규모 구제금융을 확보했습니다.
지멘스에너지가 인수한 풍력업체 지멘스가메사(SGRE)의 육상풍력발전터빈의 약 15~30%가 불량인 것으로 추정된단 소식이 공개된 직후 회사 주가는 연일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회사 주가는 올 한해 최대 50% 급락했고, 신용등급도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블룸버그통신·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시각) 지멘스에너지는 독일 정부 등으로부터 150억 유로(약 21조원) 상당의 보증을 확보했습니다. 지난 10월 지멘스에너지가 독일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결과입니다.
당초 조 케저 지멘스에너지 회장은 독일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송전망·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새로운 대규모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선 정부나 은행 등으로부터 보증이 필수적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지멘스에너지, 독일 정부·은행 등으로부터 150억 유로 구제금융 확보 💰
독일 경제기후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유지될 수 있도록 구제금융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150억 유로 상당의 구제금융은 복잡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먼저 독일 정부와 민간 은행이 75억 유로(약 10조원)를 보증합니다. 이와 별개로 은행들이 10억 유로(약 1조 4,100억원)를 대출 형태로 제공합니다.
지멘스에너지와 모회사인 지멘스는 인도 뭄바이에 상장한 계열사 지분을 판매해 30억 유로(약 4조원) 규모 상당의 자금을 확보한단 구상입니다. 기후경제부는 기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추가로 30억 유로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현지매체 유랙티브는 기타 이해관계자에 대해 “스페인이나 덴마크 같이 지멘스에너지가 상당수의 직원을 고용한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이번 구제금융을 통해 자사가 수주한 1,100억 유로(약 156조원)에 달하는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관리한단 계획입니다.
다만, 독일 정부의 이번 지원에는 기업의 지출을 제한하라는 조건이 따라붙습니다. 배당금이나 성과급 지급 시 제약이 붙을 것이라고 지멘스에너지는 밝혔습니다.
독일 정부가 지멘스에너지 구제금융 나선 이유는? ‘에너지 전환’ 때문 ⚡
독일 정부가 구제금융에 직접 나선 이유, 지멘스에너지가 독일 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풍력발전설비 이외에도 여러 에너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예컨대 구제금융 발표 직전인 지난 8일(현지시각) 지멘스에너지는 프랑스 기업 에어리퀴드(Air Liquide)와 함께 독일 베를린에 유럽 최대 규모의 수소 기가팩토리를 개소했습니다.
이 시설에서는 올해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수전해장치를 생산한단 계획입니다. 이후 2025년까지 연간 3GWh, 2030년까지 연간 20GWh까지 규모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는 독일 정부가 2030년까지 목표로 하는 수전해장치 규모의 2배입니다.
올파르 숄츠 독일 총리는 개소식에서 “독일과 유럽이 에너지 전환 때문으로 산업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번 수소 기가팩토리 설립은 기후중립적인 산업의 성공을 보여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독일 정부와 은행들의 구제금융이 없었다면 이 프로젝트 또한 향후 중단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던 상황이었습니다.
지멘스에너지, 풍력터빈사업서 4억 유로 비용 절감…2026년 수익성 확보 📊
이 가운데 지멘스에너지는 지멘스가메사가 진행 중인 풍력터빈사업에서 4억 유로(약 5,66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각) 밝혔습니다.
크리스티안 브루흐 지멘스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회사 수익의 70%를 차지하는 전력망 및 천연가스 관리 등 다른 사업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도 “풍력터빈사업을 진행 중인 지멘스가메사의 비용 절감은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은 올해 풍력터빈 불량 문제로 인한 순손실이 45억 유로고, 2024년에도 20억 유로(약 2조 8,30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멘스에너지는 2026년 회계연도까지 지멘스가메사의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고, 수익성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멘스가메사가 공장 일부를 폐쇄하고, 부품 생산 일부를 외부에 위탁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요흔 아이크홀트 지멘스가메사 CEO는 회사가 설치한 6만 5,000개 풍력터빈 중 2,900개에서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